타요리에 | 일본 Z세대는 ‘사후 메시지 대행 서비스’로 죽음을 준비합니다

한창 미래를 꿈꿀 나이에 죽음을 생각한다니, 이상하죠? 최근 일본에서는 젊은 세대들이 죽음을 대비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어요. 오늘 소개하는 일본 기획 시리즈는 사후 메시지 대행 서비스 ‘타요리에(tayorie,タヨリエ)’입니다. 

타요리에 | 일본 Z세대는 ‘사후 메시지 대행 서비스’로 죽음을 준비합니다
©tayorie

언젠가 반드시 죽을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아직은 먼 일처럼 느껴집니다. 의료 기술도 발달하고 평균 수명도 늘어난 만큼, 아직 죽기엔 너무 젊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죽음에 대비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어요. 보통 유언장을 쓰거나, 재산과 물건을 미리 정리하거나, 장례 방식을 준비하는 등의 ‘종활(終活)’은 고령자가 하는 일로 여겨져 왔는데요. 최근 몇년 간 40대 이하, 특히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죽음을 생각하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는 거예요.

젊은 세대들이 죽음을 대비하는 방식은 고령자의 전통적인 종활과는 차이가 있었어요. 이들이 가장 걱정하는 건 다름아닌 갑작스런 이별, 그리고 그 후에 남겨질 사람들이었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리 인사를 남기고 싶어 했어요. 자신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아가길 바라면서요.

오늘 소개하는 일본 기획 시리즈는 사후 메시지 대행 서비스 ‘타요리에(tayorie,タヨリエ)’입니다. 요즘 세대가 어떤 마음으로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볼게요.

예고 없는 이별에 대처하는 법

타요리에는 사후 메시지 대행 서비스입니다. 평소에 상대를 지정한 다음 미리 메시지를 써 두면, 죽고 난 뒤에 이를 대신 전달해 줘요. 타요리에가 시작된 건 2024년 11월. 그 후로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나며 2026년 3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153% 증가했습니다. 이용자의 80%가 10~40대이고, 그중에서도 20~30대 여성이 주를 이뤄요.

메시지를 받거나 전할 때는 일본 메신저 라인(LINE)을 활용합니다. 메시지를 작성할 때도, 받을 때도 익숙할 뿐만 아니라 비용이 무료예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 때문에 쉽사리 다가서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일부러 진입 장벽을 낮췄죠.

기본적으로 사후에 메시지가 발송되다 보니 사용자의 생존을 확인하는 단계도 중요한데요. 방법은 자동과 수동 총 2가지가 있습니다. 우선, 사용자가 임의로 설정한 빈도에 따라 라인에서 정기적으로 안부를 물어요. 만약 1~3일 동안 답장이 없다면 이메일로 알림이 가고, 이때도 답을 받지 못하면 사전에 등록해 둔 지인에게 알림이 가죠. 이런 단계들을 거쳐 생존 여부를 최종 확인합니다. 물론 지인이 수동으로 대신 확인해줄 수도 있고요.

사망 여부가 확인되면 시스템은 사용자가 생전에 미리 써둔 메시지를 편지지 모양 배경화면에 넣어 이미지로 전송합니다. 참고로 메시지 발송 타이밍은 사후 뿐만이 아니라 기념일 등 특정한 미래의 날짜로 선택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사용자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타요리에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읽을 수 있도록 미리 편지를 등록해 둔 아빠도 있고, 떨어져 사는 어머니에게 매년 생신마다 메시지가 도착하도록 한 자식도 있어요. 방식은 달라도 미래의 사람들이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똑같습니다.

일본의 사후 메시지 대행 서비스 ‘타요리에(tayorie,タヨリエ)’의 화면. 죽고났을 때뿐만이 아니라 타이밍도 지정할 수 있다.
©tayorie

‘사후 메시지 작성’이 가져다 준 의외의 효과

타요리에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캐주얼하면서도 가볍게 종활에 참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남겨진 사람이 웃으면서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비스를 이용하는 만큼, 너무 무겁지 않은 차원에서 최소한의 준비를 해두는 느낌이에요.

이와 같은 이용 방식에 맞춰 타요리에는 2026년 2월 경 서비스를 대규모로 업데이트 했어요. 라인에서는 일정 간격에 맞춰 질문들이 발송됩니다. 사용자는 상대방과의 행복했던 추억이나 생각에 관해 답을 쓰게 되고, 그 내용을 상대방에게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도 있죠.

일본의 사후 메시지 대행 서비스 ‘타요리에(tayorie,タヨリエ)’의 화면. 일정 간격으로 추억에 관한 질문을 발송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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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죽음을 가정하고 메시지를 남기는 과정에서 의외의 성과도 나타났어요. 평소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자신의 인생,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삶의 우선순위를 돌아보게 된 거예요. 당장 눈 앞에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면 온통 고맙고 좋은 기억만 떠오르는 데다, 앞으로 살고 싶은 인생 방향이 좀 더 뚜렷해집니다. 삶을 긍정적으로 가다듬는 기회가 되어 좋아하는 젊은 세대가 많아요. 아이러니하지만 Z세대는 죽음을 생각하면서 삶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가 ‘죽음’을 염두에 두는 이유

그래도 그렇지 아직 죽음을 생각하기엔 너무 젊은 나이 아닐까요? 알고 보면 Z세대가 죽음 대비에 꽂힌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겪으며 ‘언제라도 죽을 수 있다’는 경험을 한 세대예요. 갑작스러운 이별 이후, 남겨진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모습도 많이 보고 자랐고요. 자아가 형성되던 시절부터 막연한 불안감을 키워 온 젊은 세대는 자신에게도 언제든 비슷한 일이 찾아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이들은 디지털을 주된 삶의 기반으로 삼아온 세대입니다. 온라인에 SNS 계정, 클라우드 사진, 각종 구독 서비스 등 다양한 정보가 흩어져 있어요. 본인이 아닌 이상 이 정보들을 일일이 파악하기가 번거롭죠. 미리 정리해서 가족의 부담을 덜어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많아요.

마지막으로 일본에 오랜 문화인 ‘사세구(辞世の句)’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과거에 무장들이 죽기 전 시구를 남겨두었듯이, 현대인에게도 마지막 인사를 남겨두고자 하는 보편적인 바람이 남아 있는 거죠. 결국 젊은 세대가 죽음을 염두하게 된 데는 여러가지 사회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던 거예요.

‘말의 생명보험’이라는 발상

‘말의 생명보험’.

타요리에의 창업자 나오바야시 미사키(直林 実咲)가 타요리에를 한 마디로 압축한 표현입니다. 일본에서는 병이나 부상을 대비해 국민의 80% 정도가 생명 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미리 금전적 대비를 해두듯이 ‘전하고 싶은 말’을 보험들듯 남겨두는 역할을 한다는 거예요.

나오바야시 미사키가 이 서비스를 시작하게 된 데는 스스로가 죽을 뻔 했던 경험과 가까운 분이 돌아가신 일이 계기가 됐습니다. 특히 죽을 뻔한 순간에 ‘엄마에게 감사하다는 말조차 못 전한다니, 이런 식의 이별은 너무 미안하다’는 생각을 했죠. 만약 누구나 나이, 건강 상태와 관계 없이 미리 마음을 남겨둘 수 있다면 이토록 후회가 크지는 않을 거예요.

무엇보다 타요리에가 꿈꾸는 지향점은 ‘남겨진 사람이 웃으면서 살 수 있는 미래’입니다. 우리는 아무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고, 남겨진 사람의 삶은 슬픔 속에서도 계속돼요. 만약 먼저 ‘떠나는 사람’이 된다면, 미리 들어둔 ‘말의 생명 보험’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편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 단순하고도 뜨거운 바람이 젊은 세대를 종활의 세계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