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쿠아 오사카 | 칭찬 Bar부터 스님카페까지, 연간 8천만 명이 찾는 상업 시설의 독특한 기획
상업 시설은 보통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매장들을 입점시켜서 차별화를 꾀합니다. 연간 방문객수가 8천만 명에 달하는 '루쿠아 오사카(LUCUA osaka)'도 마찬가지인데요. 손님에게 칭찬을 해주거나 스님이 상담을 해주는 등 독특한 가게들이 매달 운영됩니다. 일명 '망상숍'이라 불리는 기획이에요.
우리는 종종 고객이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걸 잊습니다. 매장에 찾아왔을 때의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일단 판매에만 집중할 때가 많아요. 이 사람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잘 보려고 하지 않죠. 물론 당장의 매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고객이 한 명의 인간이라는 걸 놓치면 브랜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워요. 고객을 제대로 마주보지 않는 한, 그들을 위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할 확률이 줄어드니까요.
반면, JR 오사카역과 직결된 대형 상업시설 루쿠아 오사카(LUCUA osaka)는 고객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기로 유명합니다. JR서일본 SC 개발 주식회사가 운영하는 루쿠아 오사카는 2024년 방문객수 8,000만 명 달성, 매출 1,037억 엔을 달성하는 등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고 있는데요. 이 시설이 자랑하는 독특함 중 하나는 ‘이벤트’예요. 사람들의 고민을 해소시켜주는 각종 이벤트들이 루쿠아 오사카를 계속해서 요주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죠.
모든 기획을 전담하고 있는 건 루쿠아 오사카의 내부 팀인 ‘토키메키 사업부(トキメキ事業部)’. 루쿠아 오사카에서 새로운 시도들을 하며 ‘미래의 상업시설’을 가꿔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의 일본 기획에서는 토키메키 사업부의 핵심 프로젝트들을 소개할게요. 리테일 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물론, 기획자분들도 얻어가실 게 많을 거예요.

고객의 한숨에서 캐낸 틈새시장, ‘망상숍’
루쿠아 오사카에서는 매월 다른 곳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게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가게가 있다면 어떨까?’하는 상상에서 탄생했기 때문에 ‘망상숍’이라 불리죠.
기간 한정으로 운영되는 망상숍 시리즈는 전부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가게들이지만 들여다 보면 기획에 절로 납득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망상숍 ‘칭찬 Bar(ほめるBar)’만 봐도 그래요. 칭찬 Bar에서는 말 그대로 칭찬을 들을 수 있습니다. 결혼정보 상담사 등 칭찬에 특화된 사람들이 참여자와 대화하면서 그 사람의 매력이나 좋은 점 등을 알려줘요.
칭찬 Bar의 시작은 루쿠아의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댓글이 계기였습니다. 사람들에게 요즘 고민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어른이 되면 별로 칭찬받지 못해’라는 글이 올라왔어요. 어른도 칭찬받고 싶은 건 매한가지인데 사회에서는 그럴 일이 드물어서 속상했던 거예요.
고민에 공감한 기획자는 어른도 좋은 말을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기로 했고, 2019년에 칭찬 Bar를 열게 됩니다. 결과는 예약 매진. 세대나 성별을 막론하고 4일 간 약 350명이 참여해서 마음을 채우고 떠났어요.

또 다른 망상숍 ‘스님 카페(お坊さん喫茶)’도 있습니다. 스님에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으면 상담을 해줘요. 이번 기획의 계기 또한 고객의 고민이었습니다. 남편 흉 좀 보고 싶은데 말할 곳이 없었거든요. 푸념을 하거나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어도 타인에게 말하면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된다는 생각 때문에 주저하게 됐죠. 루쿠아 오사카에서는 이 문제를 누가 해결할 수 있을지 생각하다가 스님을 떠올립니다. 스님은 나의 고민을 쉽게 판단하지도, 누군가에게 떠벌리지도 않잖아요. 중립적으로 조언을 해줄 수도 있고요.

게다가 기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스님에게도 고민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스님들은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지만 참배객들과의 제대로 된 교류가 힘들었어요. 스님 카페는 양측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스님 카페가 열린 3일간 24명의 스님이 ‘엄마 같은 포용력’, ‘불교계 나이팅게일’ 등 각자의 개성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조언해줬죠. 참여한 고객은 223명. 그중 90%가 여성이고 절반 이상이 20~30대였죠.
고객의 고민이 존재하는 한 망상숍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찾아주는 ‘헤어스타일 가게’, 딱 맞는 자격증이 뭐가 있을지 소개해주는 ‘자격증 소믈리에’, 잠깐이라도 좋으니 로맨스 드라마 속 상황을 경험하게 해주는 ‘주인공 티켓’, SNS 프로필란에 사용할 수 있는 이미지 아이콘을 그려주는 ‘아이콘 숍’ 등 리스트는 끝도 없어요.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고민에 바탕을 둔 기획이기 때문에 망상숍은 스토리성도 강할 뿐더러 사람들 마음에 쉽게 와닿습니다.

루쿠아 오사카는 망상숍 프로젝트가 상업시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새로운 상품 구성만으로는 고객에게 다가가는 데 한계가 있지만,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관점으로 다가가면 사랑받는 장소가 될 확률이 올라가요. ‘우리도 망상숍에 참여하고 싶다’는 기업들도 모여들고 있고요. 사람과 기업이 알아서 모이는 장소야말로 상업시설이 원하는 이상적인 모습입니다.
그래서 루쿠아 오사카는 오늘도 고객의 고민거리를 들으려고 노력해요. 이미 만들어진 상품을 알리고 전파하기보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 중점을 두는 ‘수신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죠. 사람들의 고민거리나 한숨에는 새로운 수요가 존재하고, 그걸 해결하는 게 미래의 상업시설이라고 보는 거예요.
대기자만 1,000명, 쓸데없는 시간에 빠진 어른 클럽
루쿠아 오사카에는 망상숍뿐 아니라 특별한 클럽도 존재합니다. 이 클럽의 이름은 ‘쓸데없음 만끽 클럽(ムダ満喫CLUB)’으로, 말 그대로 쓸모없는 시간을 함께 즐기는 모임이에요. 2023년 10월에 시작됐죠. 쉴 때조차 효율과 의미를 찾는 요즘 같은 시대에 상업시설이 함께 쓸데없는 일들을 해보자고 나선 이유는 뭘까요?
이 클럽은 ‘어른이 되고 나니 17살 때처럼 모두와 함께 신나게 즐기는 시간이 사라졌다’는 고객의 목소리에서 시작됐습니다. 어른이 된 이후 우리는 쉴 때도 이유를 덧붙이곤 합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 취미는 생산성을 위해, 여행은 자기계발을 위해 하는 거라며 스스로를 설득하죠. 정작 인생의 풍요로움이란 아무 생각없이 진심으로 웃고 떠드는 헛된 시간에 있을텐데 말이에요.
그래서 쓸데없음 만끽 클럽은 마음 편히 쓸모 없는 시간에 빠져들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합니다. 대표적인 건 ‘어른들을 위한 쓸데없는 운동회’ 시리즈예요. 그 자리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 한 팀을 이뤄서 경기를 해서 경품을 따내는 거죠. 종목 자체가 운동 신경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이전에는 ‘모르는 사람과 해보는 예측 불가 퀴즈 대회' 등을 진행하기도 했어요.

2026년 2월에는 아예 승패에 관계없이 몰두할 수 있도록 ‘진흙으로 경단 만들기’를 진행했는데요. 예약 접수를 하자마자 매진 되더니 대기자만 1,000명을 넘어서는 뜨거운 반응을 보였어요. 그저 2시간 동안 진흙으로 경단을 만드는 것뿐인데, 어른들에게도 아무 생각없이 무언가에 집중하는 체험이 필요했던 거죠.

요즘 현대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소용없게 되어버린 시간이나 경험일 거예요. 혹여 잘못된 결정을 할까봐 애초에 선택을 회피하는 사람도 많죠. 그러나 이 기준대로 삶을 살아가게 되면 세상 모든 일이 점점 즐겁지 않게 됩니다. 쓸데없음 만끽 클럽은 여러 체험을 설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인생 본연의 즐거움을 되찾아주고 있어요.
우리가 미래의 상업시설에게 기대하는 건 ‘두근거림’
이 밖에도 루쿠아 오사카는 상업 시설이 주최했다고 상상하기 어려운 여러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찾는 걸 도와주는 ‘Me Project’도, 특정 인물과 역할을 연기하면서 지역을 여행하는 ‘나리키리 투어즈’도 있죠. 영역은 서로 다르지만 사람들을 어딘가 두근거리게 만든다는 공통점만은 분명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앞서 소개한 모든 프로젝트들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루쿠아 오사카의 팀 이름은 ‘토키메키 사업부’입니다. 번역하자면 ‘두근거림 사업부’라고 할 수 있어요. 2020년 8월에 공식 출범한 팀이죠. 상업 시설이 ‘물건을 파는 장소’로만 남는다면 언젠가 한계에 부딪힐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고객을 제대로 이해하고 새로운 활력을 만들고자 시작됐어요.

미래에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상업시설이 되려면 사람들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어떤 고민을 안고 있는지 알아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고, 그에 따른 기획을 준비해온 거예요. 팔로워가 1만 명을 넘어서야 계정의 주인이 ‘루쿠아 오사카’라는 걸 뒤늦게 밝혔죠.
토키메키 사업부의 프로젝트들이 꾸준한 성과를 내면서 2025년 가을, 사업부는 독립 부서로 승격됐어요. 루쿠아 오사카라는 브랜드를 담당하는 동시에 미래의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하는 주축이 된 거죠. 이들은 고객들이 스스로를 더 잘 알고, 좋아할 수 있도록 마음을 케어합니다. 그리고 그 긍정적인 감정이 루쿠아 오사카로 향하게 만들죠. 매출과 크게 직결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프로젝트들이 사실상 상업시설에 대한 호감도를 키우는 역할을 한 거예요.
루쿠아 오사카가 미래를 대비하며 해온 프로젝트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고객이 한 명의 인간임을 잊지 않은 것’이라고요. 토키메키 사업부가 기획한 이벤트들은 겉보기에는 당장 돈벌이가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들은 다들 내심 알고 있습니다. 이 상업 시설은 고객을 제대로 봐준다는 것을요. 이것이야말로 미래 상업시설의 자질일지도 모르죠.
그러니 뭔가를 판매한다거나 기획하는 입장에 계시다면 한번쯤 자문해보세요. 나는 고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지?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