샴푸 이름이 ‘정답’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카오(Kao)가 정의한 새로운 샴푸의 표준

아무리 고물가에 허덕이는 시대라지만 일본 소비자들의 헤어케어는 진심입니다. 400ml에 1,400엔이 넘는 프리미엄 헤어 케어 제품 시장은 점점 커져가고 있거든요.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답을 내려주겠다면서 등장한 건 카오의 'THE ANSWER'예요.

샴푸 이름이 ‘정답’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카오(Kao)가 정의한 새로운 샴푸의 표준
©亚朵

일본 최대 뷰티 플랫폼 앳코스메(@cosme)는 회원들의 리뷰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베스트 코스메 어워드'를 운영합니다. 현재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제품과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예요. 2025년 상반기 신작 코스메 어워드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상 최초로 헤어케어 제품이 스킨케어, 메이크업, 바디케어를 제치고 종합 대상을 수상한 거예요.

주인공은 카오(KAO, 花王)가 2024년 11월 출시한 샴푸 및 트리트먼트 'THE ANSWER'였습니다. 400ml 기준 1,760엔(약 17,600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은 가격임에도 출시 4개월 만에 40만 개, 1년 만에 340만 개가 팔렸습니다. 당초 목표의 두 배를 넘어선 수치예요.

일본 기업 카오(KAO, 花王)가 2024년 11월 출시한 샴푸 및 트리트먼트 'THE ANSWER'의 제품 패키지. 심플한 은색 바탕에 오각형 레이더 차트가 있고, 성분이 표기되어 있다.
©亚朵

제품 개발 배경을 알고나면 이 결과는 더 크게 다가옵니다. 카오는 1921년부터 헤어케어를 연구해온 일본의 대형 소비재 기업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샴푸에 있어서만큼은 중저가 이미지가 강했어요.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유독 힘을 쓰지 못했죠.

시장은 빠르게 바뀌고 있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헤어케어 시장 규모는 2017년 417억 엔에서 2023년 1,241억 엔으로 6년 만에 약 3배 성장했어요. I-ne 같은 신흥 제조사들은 '보타니스트(BOTANIST)', '요루(YOLU)' 같은 개성 넘치는 고가 제품을 앞세워 시장을 파고들었고, 카오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20%에서 11%대로 곤두박질쳤습니다.

I-ne가 출시한 샴푸 보타니스트(Botanist) 제품 패키지. 뒤에는 자연 재료를 연상시키는 포스터가 있다.
©I-ne
I-ne가 출시한 샴푸 요루(YOLU)의 패키지 사진. 몽환적인 색채로 세계관을 표현한다.
©I-ne

2024년 4월, 카오는 헤어케어 사업의 전면 혁신을 선언하고 신규 브랜드 런칭에 나섭니다. THE ANSWER는 그 두 번째 주자로 개발된 제품이에요.

‘샴푸 미아’를 위한 샴푸?

드럭스토어에 가면 150개 이상의 헤어케어 브랜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선택지는 넘쳐나는데, 정작 무엇을 써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넘쳐나요. 결국 한 제품에 정착하지 못하고 헤매는 ‘샴푸 미아’가 탄생합니다.

이 사실에 주목한 카오는 ‘THE ANSWER’라는 이름의 신제품을 개발했습니다. 100년 넘게 헤어케어를 연구한 끝에 찾아낸 답을 주겠다는 의미예요. 주요 타깃은 30~40대. 균형잡힌 라이프를 지향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카오가 주목한 또 하나의 흐름은 '헤어케어의 스킨케어화'입니다. 머리카락을 가꾸는 일이 피부를 관리하는 것과 동등한 가치를 갖기 시작하면서,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성분과 효과를 먼저 따지게 됐어요. 연구 개발력이 증명된 제품이라면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심리였죠.

이 지점을 공략한 카오는 아름다운 머리카락의 조건을 수분, 정돈, 광택, 부드러움, 유연함 다섯 가지로 정의하고, 각각에 대응하는 핵심 성분을 배합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은 심플해요. 흰색, 은색, 검은색만으로 구성된 바탕에, 다섯 가지 성분을 시각화한 오각형 레이더 차트. 감성적인 컬러로 세계관을 표현하는 경쟁 브랜드 제품과는 정반대의 전략이었죠. 기능을 가장 전면에 내세운 이 접근은, 100년이라는 연구 역사가 있기 때문에 더욱 공신력 있었어요.

일본 기업 카오(KAO, 花王)가 2024년 11월 출시한 샴푸 및 트리트먼트 'THE ANSWER'의 사진.
©亚朵

린스처럼 바르고 씻어내는 샴푸

THE ANSWER는 사용법도 달랐습니다. 지방 성분을 풍부하게 담아 에센스에 가까운 질감을 구현한 이 샴푸는, 먼저 머리카락에 린스를 바르듯 도포한 뒤 문질러 거품을 낸 다음 헹궈내는 방식으로 사용해요. 기존 샴푸와는 순서와 감촉이 다른 경험입니다.

새로운 사용법이 소비자의 거부감을 살 수도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습니다. 샴푸를 머리에 직접 바르는 행동이 오히려 ‘헤어케어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줬거든요. 여기에 세정력과 사용감 모두 실제로 뛰어났으니, 재구매로 이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어요.

마케팅 방식도 바꿨습니다. 카오는 이번엔 TV 광고 대신 뷰티 인플루언서 협업을 선택했어요. 특히 성분과 기술 지식에 강한 유튜버들을 선별해 THE ANSWER만의 기술력을 쉽고 신뢰감 있게 전달했습니다. 대규모 광고 집행 없이도 SNS를 통해 제품의 진정성이 확산될 수 있었던 이유예요.

2026년 3월부터 카오는 헤어케어 사업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두피와 모발 분석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헤어케어 플랜을 제안하는 구독 서비스 'THE ANSWER PROGRAM'을 런칭한 거예요. 비용이 적지 않지만, 100년의 연구를 바탕으로 나만을 위해 설계된 케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합니다. 헤어케어가 스킨케어만큼 진지한 영역이 된 지금, 사람들은 그냥 좋은 샴푸가 아니라 '제대로 연구된 정답'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이번 시도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뷰티 생태계를 가꿔나갈 카오의 미래도 궁금합니다.

일본 기업 카오(KAO, 花王)가 런칭한 헤어케어 구독 프로그램 'THE ANSWER PROGRAM' 소개 사진.
©亚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