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함을 파는 호텔 아투어는 왜 신발을 출시했을까?
좋은 호텔의 조건에는 위치, 조식, 서비스 등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래도 숙면보다 중요한 건 없죠. 중국의 호텔 브랜드 '아투어(Atour, 亚朵)'는 좋은 잠과 평온함을 판매하면서 성장했어요.
중국 호텔 업계에서 남다른 성장 곡선을 보여주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지향하는 '아투어(Atour, 亚朵)' 호텔로, 2021년 20억 위안대였던 매출은 2025년 97.9억 위안을 기록했어요. 그 사이 회원 수는 1억 1,200만 명을 돌파했죠.
아투어는 경쟁이 치열한 호텔업계에서 예상 밖의 행보를 보여주며 성장해 왔어요. 숙면을 돕는 베개를 출시해서 1,000만 개를 판다든가, 호텔에 독서 공간을 마련해 총 100만 권이 넘는 책을 비치한다든가 하는 식이에요. 2026년 3월에도 이색 발표를 하나 했는데요. 객실 룸메이드를 위한 신발을 출시했다는 소식이었어요.
왜 객실 룸메이드를 위한 신발을 만들었을까?

브랜드가 설계하는 서비스는 보통 고객을 위한 거예요. 업계 경쟁이 치열하면 치열할수록 고객에게 ‘보여지는 경험’에 집중하곤 하죠. 반면 아투어는 최근 들어 서비스의 대상을 고객이 아니라 직원으로 바꿨어요. 그것도 호텔에서 가장 보이지 않는 존재인 ‘객실 룸메이드’로요.
룸메이드는 고객의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호텔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역할을 합니다. 중국 호텔업계의 룸메이드는 97%가 여성이에요. 이들은 하루 평균 2만 보를 걷고 수백 번씩 허리를 숙이며 일하죠. 아투어 공익재단은 역할에 비해 소외되기 쉬운 룸메이드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업무 특성상 신발의 역할이 중요한데, 실제로는 20~30위안 수준의 저가 신발을 신고 일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발에서 시작된 통증은 무릎과 허리, 전신으로 퍼지곤 했죠.
그저 새 신발로 바꿔 신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었어요. 시중에는 다양한 신발이 존재하지만, ‘룸메이드’라는 직무를 위해 만들어진 건 아니었으니까요. 반면 지금까지의 신발 역사를 살펴보면 특정 직업군에서 출발한 사례가 많았어요. 로퍼는 노르웨이 어부들이 신던 신발이었고, 보트 슈즈는 선원들을 위해 만들어졌으며, 몽크 스트랩은 험한 길을 이동하던 수도사들을 위한 신발이었죠.
아투어는 객실 룸메이드 역시 일에 걸맞은 전용 신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6개월이라는 시간을 들인 끝에 플라이니트 구조와 슬립온 디자인을 적용해 장시간 착용해도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반복적인 동작을 해도 부담이 덜 되는 신발이 탄생했죠.

아투어는 첫 번째 물량인 2만 켤레를 전국 호텔 종사자들에게 배포할 예정이에요. 향후 5년간 총 10만 켤레를 공급할 계획이고요. 룸메이드 전용 신발을 복지나 캠페인으로 차원으로 끝내지 않고, 다른 호텔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해 업계 전반의 인식 변화로 이어가려 하고 있어요.
서비스의 품질은 직원의 컨디션에서 나오기 마련이에요. 직원이 편하면 자연스럽게 고객 경험도 좋아지고, 반대로 직원이 소진되면 서비스가 무너지게 되죠. 객실 룸메이드의 신발을 개발한 건 CSR의 일환일 뿐 아니라, 룸메이드의 발을 챙김으로써 서비스의 하한선을 방어한 거예요.
베개로 만든 ‘제2의 성장 곡선’

이처럼 서비스에 진심인 아투어가 꼭 지키고 싶어하는 건 '숙면'이에요. 투숙객이 얼마나 잘 쉬고, 잘 자는지에 집요하게 파고든 덕분인지, 실제 숙박 후기에는 숙면이라는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하죠.
아투어는 '잘 재워주는 호텔'일 뿐 아니라 '잘 자게 해주는 물건을 파는 브랜드'로도 유명해요. 산하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아투어 스타플래닛'을 런칭해 딥슬립 베개와 이불 등을 판매하고 있어요. SKU를 과감하게 줄이고, 오직 숙면과 관련된 것들만 집중하죠.
이 전략이 통한 데는 아투어만의 구조적 이점이 있어요. 전국 2,015개 호텔 객실이 전부 쇼룸으로 작용하거든요. 고객은 광고 대신 몸으로 먼저 아투어의 숙면 용품들을 경험하게 돼요. 베개나 이불은 써봐야 아는 카테고리인데, 아투어는 이미 수천 개의 객실 안에 그 체험 기회를 깔아뒀어요. 다른 침구 브랜드가 따라오기 어려운 지점이에요.
현재까지 딥슬립 베개의 누적 판매량은 1,000만 개를 이상. 아투어의 리테일 매출은 2022년 2.5억 위안에서 2025년 36.7억 위안으로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40%에 육박해요. 호텔로 경험을 팔고, 그 경험으로 제품을 파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 덕분이에요.
연간 50만 권을 구매하는 호텔 독서 공간

평온함은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으로도 경험할 수 있는데요. 아투어는 호텔마다 독서 공간인 ‘죽거(竹居)’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도 유명해요. 이 공간은 24시간 운영되는데, 투숙객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요. 책을 읽거나 빌릴 수 있고, 다른 지점에서 반납하는 것도 가능하죠.
구색만 맞춘 게 아니라 6~7명의 전담 인력을 통해 분기마다 도서를 큐레이션 해요. 연간 구매하는 책만 총 50만 권으로, 구매 후에는 전국 2,000여 개 호텔로 도서를 보내죠. 이때 흥미로운 건 아투어가 의도적으로 자기계발서나 업무 관련 서적을 배제하고, 읽기 편한 책들을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거예요. 호텔이라는 공간이 또 다른 ‘성과의 장소’가 아니라, 머무르고 쉬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죠. 현재 약 400만 권 이상의 책이 아투어의 네트워크 안에서 순환 중이에요.
브랜드 이름이 마을 이름인 이유
‘아투어’라는 호텔 이름은 중국 윈난성 누장 지역의 한 작은 마을에서 시작됐어요. 창업자는 여행 중 이곳에 들렀다가 ‘고요함’이라는 감각을 경험했고,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흐르는 신뢰와 선의, 그리고 그 안에서 느껴지는 안정감에 감탄하게 되죠.
이 경험을 도시에서도 구현하고 싶었던 창업자는 마을의 이름을 따서 ‘아투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지금도 호텔에서 제공되는 차는 그 지역에서 가져온 재료를 사용하고, 호텔 속 공간 이름이나 구성에서도 그 감각을 유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어요.
룸메이드를 위한 신발, 깊은 수면을 위한 베개, 조용히 머물 수 있는 독서 공간. 이 모든 요소는 서로 다른 영역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요. 사람들을 지금보다 더 평온하고 고요한 상태로 만드는 거죠. 아투어는 미래에는 평온함이 그 무엇보다 귀중한 자산이 될 거라는 걸 알았던 것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