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파는 시장에서 정반대로 행동한 중국 어린이 영양제 브랜드
중국 어린이 영양 보충제 브랜드 ‘999 아오누어(999澳诺)’는 어느 날 전국 부모님들에게 이런 요청을 했습니다. 아이들의 작아진 옷을 좀 보내달라고요. 영양제를 만드는 기업이 옷으로 뭘 하려던 걸까요?
어린이 영양 보충제 광고는 대개 부모의 조바심을 먹고 자랍니다. ‘성장 골든타임’, ‘지금 놓치면 평생 후회’ 같은 말들은 부모의 지갑을 열게 할지는 몰라도, 마음을 편하게 하지는 못해요. 그런데 최근 중국 어린이 영양 보충제 브랜드 ‘999 아오누어(999澳诺)’가 뻔한 공식을 뒤집었습니다. 불안을 자극하는 대신, 부모가 느끼는 가장 순수한 ‘기쁨’에 돋보기를 들이댄 거예요.
999 아오누어가 한 일은 단순했어요. 봄에 접어들면서 중국 전역의 부모들에게 아이가 커서 더 이상 맞지 않게 된 작아진 옷들을 보내달라고 요청했죠. 평범한 수거 캠페인 같지만, 이 옷들을 들고 광저우의 오래된 주거 단지 골목 공원으로 향하면서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화려한 쇼핑몰 대신 빨래가 널려 있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주거단지 한복판에 수백 벌의 작은 옷들을 전시하며, 이웃들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축제를 열었어요.


이 장면이 특별했던 건 아이의 성장을 가장 직관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매개체로 '데이터'가 아닌 '옷'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키를 재서 숫자로 확인할 때보다, 평소 잘 입던 옷의 소매가 짧아지고 배꼽이 드러날 때 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더 극적으로 체감합니다. 999 아오누어는 작아진 옷을 버려야 할 짐이 아니라 아이를 잘 키워냈다는 증거로 재정의했어요.
이런 접근은 브랜드가 처한 현실적인 한계도 영리하게 극복했어요. 999 아오누어는 30년 역사를 가진 브랜드임에도 인지도 부족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의약품 인증(OTC) 제품 특성상 광고에서 효능을 직접적으로 강조하기 어렵다는 제약이 있었죠. 999 아오누어는 억지로 성분을 설명하는 대신, 아이 성장의 순간을 함께 축하하는 '조력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방향을 택했어요. 아이의 성장을 ‘문제’가 아니라 ‘기쁜 사건’의 관점으로 바라본 거죠.

예전에는 철봉에 매달리려면 아빠가 안아서 올려줘야 했는데요.
이제는 한번만 점프해도 닿아요. 아빠한테 부탁 안 해도 돼요! — 6살 판판
아빠는 고기를 많이 먹어야 키가 큰대요.
엄마는 채소를 많이 먹어야 키가 큰대요.
그럼 나 둘 다 먹을래요.
그러면 나무보다 더 커질 수 있을까요? — 6살 즈이
행사 현장은 부모의 자부심과 애틋함을 자아냈어요. 1세부터 12세까지 연령별로 분류된 옷들 옆에는 부모들이 남긴 메시지가 걸려있었고, 부모들은 아이 옷의 일부를 잘라 기념품을 만들며 육아의 시간을 돌아봤습니다. 동네 한복판에 무대를 깔아준 덕분에 이웃들과도 육아의 기쁨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고요.
때때로 우리는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몰하느라 정작 고객의 마음을 살피지 못하곤 합니다. 물론 '해결사'가 되는 것도 중요하죠. 하지만 고객이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때 사람들은 브랜드를 더 깊게 오랫동안 기억하는 것 아닐까요? 아이의 성장을 함께 기뻐해주는 브랜드가 만든 영양제는 왠지 더 믿고 싶어지듯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