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세이 연애 전시회 | 그 시절에는 뭔가가 있다, 연애마저 특별했던 헤이세이 시대 속으로
돌아오지 않는 시기를 그리워하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헤이세이 시대를 향한 일본의 마음은 남다른 것 같아요. 그 이유를 곧 개최되는 '헤이세이 연애 전시회(平成恋愛展)'에서 찾아봤어요.
"역시 헤이세이 시대가 최고야!"
유튜브에 예전 드라마 영상들이 올라올 때마다 일본인들이 자주 쓰는 댓글입니다. 분명히 지금보다 화질도 낮고, 시대 정서도 달라졌는데 이상하게 그 시절의 작품들이 훨씬 좋아보인다는 거예요. 아마도 그 이유는 드라마 속 인물들이 유난히 순수해보여서인 것 같아요. 대중문화 콘텐츠는 사람의 감정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순도가 더 높았던 그 시절 이야기에 더 끌리는 거죠.
‘헤이세이 레트로 붐’이라는 트렌드가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그리워하는 이 시기는 아키히토 일왕의 재위 기간인 1989년부터 2019년까지를 가리킵니다. 그 시절을 직접 겪어본 사람도, 그렇지 않은 젊은 세대도 헤이세이 시대를 그리워하다보니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업계는 향수를 자극하느라 바빠요. 4월 7일부터는 사람들을 더욱 감성적으로 만들어줄 전시 하나가 롯폰기 뮤지엄에서 열립니다. 바로 ‘헤이세이 연애 전시회(平成恋愛展)’예요.

헤이세이 시대의 많은 면모 중에서 ‘연애’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때 디지털 기기가 급속도로 진화하고 SNS가 등장했거든요. 삐삐, 피처폰, 스마트폰 등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연애의 양상도 달라졌죠. 지금은 더 이상 경험할 수 없는 그 시절의 연애 문화는 이질적인 동시에 낭만적으로 느껴져요. 경험자에게는 향수를, 비경험자에게는 호기심을 자극하죠.
10년 주기로 달라졌던 헤이세이의 연애
이번 전시는 헤이세이 30년간의 연애 궤적을 따라갑니다. 우선 헤이세이를 초기(1989-1999), 중기(2000-2009), 후기(2009-2019)로 구분해 보여주는데, 각 시대마다 연애의 특성이 확연히 달라져요. 연락 수단이 발달하면 좋기만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사랑은 더 복잡해지기도 하죠.

1. 헤이세이 연애 초기(1989~1999년경): 쉽게 연락을 취할 수 없었던 시대. 기다리는 시간 동안 사랑을 더 키워나갔다.
주요 키워드: 편지, 게시판, 포켓벨(삐삐), 유선 전화, 라디오 등
2. 헤이세이 연애 중기(2000~2009년경): 휴대폰 메일이나 수신음 등을 통해 연결되면서, 사랑은 훨씬 더 가까워지고 복잡해졌다.
주요 키워드: 가라케(폴더폰), 디카, 프리쿠라(스티커 사진) 수첩, 갸루 문자 편지 등
3. 헤이세이 연애 후기(2010 ~2019년경): 언제 어디서든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기에, 가까움 속에서 마음이 흔들리는 사랑을 하는 시기.
주요 키워드: 스마트폰 사진·동영상, SNS, 음악, 셀카 앱 등
사람들이 더 공감할 수 있도록 전시회에는 ‘모큐멘터리(페이크 다큐멘터리)’ 영상이 흘러 나옵니다. 헤이세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과연 사랑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상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3,000여 개의 아이템으로 경험하는 과거의 시간
물론 직접 주인공이 되어볼 수도 있습니다. 학교 교실이나 서점 등을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 공간에 삐삐, 교환 일기, 피처폰, MD(미니 디스크), 스티커 사진첩(프리쵸) 등 각 시대의 대표하는 아이템들을 3천 여개나 비치해뒀어요. 사람들은 빨리 삐삐 메시지 보내기에 도전하기, 일반 전화로 연인에게 전화를 걸어보기, 공중전화 부스 안에서 거울 셀카 찍기 등을 하며 잠시나마 과거를 살아볼 수 있죠.
병설된 가게에서 판매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청춘봇(青春bot)의 굿즈는 헤이세이 시대의 낭만을 더욱 극대화합니다. 굿즈에는 좋아하는 사람의 휴대폰 연락은 착신음을 바꿔놨던 기억, 블로그를 알고 들어가봤다가 여자친구의 존재를 알고 우울해졌던 기억,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반에 가서 딴 사람에게 교과서를 빌려온 기억 등 학창 시절 연애 에피소드들이 사랑스럽게 그려져 있어요.

‘헤이세이 연애 전시회’는 소니 크리에이티브 프로덕츠가 주최하고, Intangible Studio가 기획, 제작을 맡았습니다. 하쿠텐의 신규 팀 Intangible Studio는 공간부터 그래픽, 사용자 경험까지 전부 담당하며 사람의 편애나 집착 등 인간다움에 집중했다고 하죠. AI가 최선책을 바로 찾아다주는 시대에 오히려 ‘무형(Intangible)’의 것들로 사람 마음을 움직이려고 했어요.
전시장을 나서는 이들의 마음속엔 헤이세이에 대한 애정이 한층 각별하게 남을 듯합니다. 250자의 제한된 용량에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메일을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던 초조함, 좋아하는 음악 CD를 핑계 삼아 대화의 실마리를 찾던 서툰 모습들은 우리가 한때 얼마나 순수했는지를 상기시켜 주기 때문입니다.
공교롭게도 지난 3월 말, NTT 도코모는 3G 통신을 기반으로 휴대전화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i-모드 서비스를 종료했어요. 1999년 세계 최초로 등장한 i-모드 덕분에 수많은 청춘들은 휴대폰으로 메일을 주고받으며 두근거리는 나날을 보냈습니다. 비록 27년의 역사는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완전히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은 앞으로도 헤이세이를 계속 그리워하게 될 것 같아요. 역시 헤이세이에는 특별한 뭔가가 있는 게 확실합니다.

장소: 롯폰기 뮤지엄
기간: 2026년 4월 7일(화) ~ 6월 28일(일)
시간:
・월요일 ~ 목요일 10:00-18:00 (17:30 최종 입장)
・금요일 ~ 일요일 10:00-20:00 (19:30 최종 입장)
・골든 위크 (4월 25일 ~ 5월 10일) 10:00-20:00 (19:30 최종 입장)
공식 홈페이지: https://heiseirenai.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