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돔 햄버거 | '버거계의 멸종 위기종'이 보여준 한편의 역전극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은 맥도날드도, 모스버거도 아닙니다. 1970년에 도쿄에 1호점을 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예요. 한때 '버거계의 멸종 위기종'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이 브랜드, 어떻게 반전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 걸까요?

돔돔 햄버거 | '버거계의 멸종 위기종'이 보여준 한편의 역전극
©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

역전극은 언제나 사랑받는 이야기입니다. 벼랑 끝까지 몰렸던 주인공이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마치 내 일처럼 기뻐해요. 아마 누구나 살면서 전성기를 겪고, 또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경험하기 때문이겠죠.

일본 F&B 업계에도 짜릿한 부활극으로 사람들을 뿌듯하게 만든 브랜드가 있습니다.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입니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다이에(ダイエー) 그룹이 시작한 돔돔 햄버거는 1970년 도쿄 마치다에서 1호점을 열었습니다. 맥도날드가 일본에 들어오기 1년 전 일이에요.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의 매장 외관
©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의 매장 내부
©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

돔돔 햄버거는 전국 슈퍼마켓에 입점하며 몸집을 키웠습니다. 고로케 버거, 오코노미야키 버거처럼 일본인 입맛에 맞춘 메뉴와 합리적인 가격은 쇼핑을 마친 가족 고객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였죠. 전성기였던 1990년대에는 매장 수가 400곳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2000년대에 들어서자 상황이 급변합니다. 동종업계 간 치열한 경쟁 속에 모회사 다이에의 경영까지 흔들리기 시작했어요. 매장 수는 급감했고, 2017년 사업이 인수될 당시 남은 건 단 36곳. 전성기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숫자였죠. 사람들은 이 브랜드를 ‘버거계의 멸종 위기종’이라 불렀습니다.

그런데 이때부터 반전이 시작됩니다. 2017년 7월, 렘브란트 홀딩스 계열 ‘돔돔 푸드 서비스’가 사업을 인수한 이후, 브랜드가 체질 개선에 나선거예요. 돔돔 햄버거는 제품 개발부터 입지 전략, 굿즈 판매까지 기존 성공 공식을 거스르며 독자성을 찾아나갑니다.

결국 돔돔 햄버거는 코로나19라는 악재 속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하더니 41개월 연속 매출 증가라는 기록을 세웁니다. 한때의 멸종 위기종은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바꾼 걸까요?

오직 이 곳에만 있는 독창적인 메뉴들

역시 F&B 브랜드의 본질은 음식입니다. 돔돔 햄버거는 음식에서부터 독창성을 찾았어요. 새롭게 개발한 메뉴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패스트푸드와 거리가 멉니다. 두툼한 계란을 통째로 끼운 수제 계란 버거, 고구마 사이에 연어를 넣은 고구마 연어 버거, 쑥갓 튀김을 올린 버거, 일본식 디저트 '카린토 만주'까지 한 번 보면 그 조합과 비주얼이 쉽사리 잊혀지지 않아요.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의 메뉴들. 쑥갓 튀김과 통째로 토마토 시리즈
(좌)쑥갓 버거 (우)통째로!! 토마토 버거 ©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

그중 돔돔 햄버거의 방향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건 2020년에 출시한 '통째로!! 게 버거'입니다. 소프트쉘 크랩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 번 사이에 넣은 이 버거는, 집게발이 빵 밖으로 삐져나온 파격적인 모습이에요. 당시 990엔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3개월치 물량이 한 달 만에 동났어요. 이후 돔돔 햄버거는 번 대신 까망베르 치즈를 반으로 잘라 속재료를 감싼 '통째로!! 까망베르 버거', 가자미 튀김을 통으로 올린 '통째로!! 가자미 버거' 등 시리즈를 이어가며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의 메뉴들. 통째로 게 버거와 모짜렐라 버거
(좌)통째로!!게 버거 (우)통째로!!까망베르 버거 ©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

다소 비정상적이기까지 한 메뉴들은 출시 족족 SNS에서 화제가 됩니다. 심지어 기간 한정 메뉴는 매달 한 번씩 출시돼요. 사람들은 매장이 도심에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그나마 가까운 매장을 찾아갑니다. 단순히 버거를 먹으러 가는 게 아니라, ‘지금 먹지 않으면 안된다’는 경험을 소비하는 거예요.

사실 매장 입장에서는 이런 메뉴들이 반갑지만은 않을 겁니다. 조리 과정도 복잡하고 손이 많이 가는데다 매달 새로운 오퍼레이션을 익혀야 하니 부담이 클 수 밖에요. 아마 다른 기업이었다면 애초에 출시부터 어려웠을 겁니다. 반면 돔돔 햄버거가 이런 메뉴들을 계속 출시할 수 있는 건 개발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품 개발을 사장을 포함해 단 두세 명이 전담하거든요. 많은 의견을 들을수록 아이디어는 무난해져 버린다는 판단 아래 일부러 소수 체제를 유지했어요.

돔돔 햄버거의 메뉴가 아무리 파격적이라 한들 맛과 퀄리티만큼은 결코 양보하지 않습니다. 비주얼이 강할수록 맛이 따라주지 않으면 역풍을 맞는다는 걸 알기에, 화제성과 맛을 동시에 잡는 원칙만큼은 타협하지 않아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매달 찾아갈 이유가 충분하죠.

먹어보기 전부터 팬이 되는 브랜드

현재 돔돔 햄버거의 전국 매장은 27개입니다. 맥도날드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적은데다, 그나마 입지도 번화가보다 지역 슈퍼마켓 안이 많아요. '먹고 싶어도 갈 수가 없다'는 장벽이 분명히 존재하는 브랜드인 거죠. 그래서 돔돔 햄버거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습니다. 매장에 방문하지 않는 순간에도 팬이 되는 통로를 만드는 거였어요. 바로 굿즈와 SNS였죠.

시작은 우연이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슈퍼마켓 입점 특성상 영업을 멈출 수 없었던 돔돔 햄버거는 직원들을 위해 코끼리 캐릭터 '도무조군'이 그려진 천 마스크를 만듭니다. 그런데 이게 SNS에서 화제가 되며 온라인에서 팔아달라는 요청이 쏟아졌어요. 돔돔 햄버거는 단 10일 만에 웹사이트를 열었고, 마스크는 총 17만 장이 팔렸죠.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의 캐릭터 '도무조군' 코끼리 모양이다.
©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

이 경험을 계기로 돔돔 햄버거의 굿즈 사업은 전체 매출의 약 7%를 차지하는 축이 됩니다. 계절마다 출시하는 한정 인형, 티셔츠, 머그컵, 가챠까지 지금까지 나온 굿즈만 1,000종이 넘어요. 지방에서 팝업 스토어가 열릴 때면 멀리서도 팬들이 몰려듭니다.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가 출시한 코끼리 모양의 굿즈들
©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

타 업종과의 콜라보 전략도 방향은 같습니다. BEAMS, FRAPBOIS를 시작으로 로프트, PLAZA까지 다양한 협업을 이어가며 의류 등의 제품을 출시했어요. 내부에서는 햄버거 가게가 왜 옷을 만드냐는 반대도 있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협업을 통해 돔돔을 처음 알게 된 젊은 층이 빠르게 유입됐고, 옛날 브랜드라는 이미지는 어느새 왠지 힙한 브랜드로 바뀌었습니다.

 일본 최초의 햄버거 체인 ‘돔돔 햄버거(ドムドムハンバーガー)’이 의류 브랜드와 함께 만든 콜라보 의류
©apres les cours

더불어 SNS는 돔돔 햄버거가 팬들과 소통하는 주요 창구로 쓰입니다. 도무조군 사진을 중심으로 브랜드 소식을 꾸준히 알리고 사람 대 사람으로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요. 매장에 방문해서 식사하는 손님, 웹사이트에서 굿즈를 구매하는 손님과 동일하게 SNS에 글을 올려주는 사람도 한 사람의 고객이라고 여기며 대화를 이어나가죠. 덕분에 팬들은 돔돔 햄버거의 계정에서 인간적인 친근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자카야에서 시작된 역전극

돔돔 햄버거가 쓴 역전극의 중심에는 한 사람이 있습니다. 39세까지 전업주부였고, 이후 작은 이자카야를 운영했던 후지사키 시노부예요. 이자카야의 단골손님이었던 렘브란트 홀딩스 관계자의 제안을 계기로 입사한 뒤, 9개월 만에 사장이 됐어요. 버거와는 관련이 없었던 사람이 일본 최초 햄버거 체인의 운명을 맡게 된 거예요.

하지만 바로 그 '비전형성'이 돔돔 햄버거를 살렸습니다. 만약 수십 년을 햄버거 업계에서 보낸 사람이라면 ‘이런 버거는 말이 안된다’, ‘이런 굿즈는 도움이 안 된다’며 선을 그었을 겁니다. 후지사키는 달랐어요. 그녀는 업계의 상식에 얽매이지 않고 '일단 해보는' 문화를 만들었죠. 내부 반대를 뚫고 나온 버거가 히트 상품이 된 것도 그 문화 덕분입니다.

그녀가 끝까지 놓지 않은 또 하나는 사람을 향한 배려심입니다. 효율화와 디지털 전환이 당연해진 시대지만, 돔돔 햄버거는 접객의 순간을 중요시 합니다. 효율을 극대화하면 결국 가격 경쟁으로 흘러가지만, 좋은 경험을 제공하면 팬이 남거든요.

만약 몇 년 전 위기의 순간에 돔돔 햄버거가 맥도날드 같은 대형 브랜드를 따라 했다면 아마 오늘같은 날은 없었을 거예요. 멸종 위기종이 살아남는 방법은 더 자기다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이 브랜드가 지금도 사랑받는 이유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