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지 | 버섯파 vs 죽순파, 40년 넘는 논쟁의 결말은?
한국에 민초파 vs 반민초파 간의 논쟁이 있다면, 일본에는 버섯파 vs 죽순파의 대결이 있습니다. 메이지가 출시한 2개의 제품에 대해 취향을 묻는 거예요. 그런데 이 논쟁, 무려 40년 넘게 이어지는 중입니다.
일본에는 40년 넘게 이어지는 뜨거운 논쟁 거리가 있습니다. ‘버섯파 vs 죽순파’ 간의 취향 대결인데요. 여기서 말하는 건 식재료가 아니라 과자입니다. 메이지가 출시한 2개의 과자 키노코노야마(きのこの山, 버섯 산)와 타케노코노사토(たけのこのさと, 죽순 마을) 중에 뭘 더 좋아하냐는 거예요.

최근 이 논쟁을 잠시나마 잠재울 수 있는 해결책이 등장했습니다. 메이지가 AI를 동원해서 답을 내놨거든요. 그 결말은 두 개의 제품을 그냥 합쳐버리자는 거였습니다. 4월 14일부터 신상품 ‘AI 발상, 합체해버렸다! 키타키타노코노코노야마사토(きたきたのこのこの山里)’가 전국 편의점에서 한정 판매됩니다.

버섯 대 죽순, 논쟁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
2개의 과자를 하나로 합쳐야 할만큼 취향 논쟁이 치열하다니 신기합니다. 사실 이런 현상을 메이지가 의도한 건 전혀 아니었어요. 키노코노야마는 1975년, 타케노코사토는 1979년에 탄생했는데요.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특징이 다릅니다. 버섯 모양인 키노코노야마는 살짝 쌉싸름한 초콜릿에 바삭한 크래커를 붙였고, 죽순 모양인 타케노코노사토는 부드러운 쿠키 베이스에 달달한 밀크 초콜릿을 끼얹었어요. 실제로 먹어보면 맛도, 식감도 명확하게 달라요.
다만 둘은 형제 브랜드로 개발된 만큼 둘 다 ‘고향을 떠올리게 만드는 산촌 풍경’을 컨셉으로 합니다. 제품이 출시됐던 시기는 고도 경제 성장기 한가운데예요. 반작용으로 고향의 자연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죠. 메이지는 시대적인 심리를 반영해서 평화로운 시골 풍경을 이미지화한 이름을 과자에 붙입니다. 패키지도 초록색을 중심으로 산촌을 표현했고요. 두 제품 모두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걸 도와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출시 직후 대히트를 친 두 제품은 과자 코너에 나란히 진열됩니다. 자연스럽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쪽이 더 좋은지’에 관한 논쟁이 생겨났어요. 메이지가 의도한 게 아니라, 팬들이 알아서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한 거예요.
과자 회사가 국민 총선거까지 치른다고?
메이지는 1980년대부터 소비자들 사이에서 발생한 논쟁을 2001년에 직접 공식화합니다. '버섯당'과 '죽순당'을 결성한 뒤, 서로 인기를 겨루는 '총선거 캠페인'을 개최했어요. 휴대전화 인터넷 기능을 이용해 전국에서 투표를 진행한 결과 죽순당이 승리를 거머쥐었죠.

이후 2018년과 2019년에 총선거가 또 다시 재개됐습니다. SNS와 특설 사이트를 통해 전국에서 투표를 받았고, 2019년 선거에서는 무려 1,059만 표나 모였어요. 시부야에는 실제 투표소까지 설치해 3일 동안 약 4,000명이 직접 방문하기도 했죠. 공약과 당원증까지 생겨 마치 실제 정치 선거 같은 모양새였습니다. 총 3회의 선거 결과만 놓고 보면 죽순당이 2승 1패로 앞서요.

논쟁을 선거라는 콘텐츠로 만들었더니 매출도 상승했습니다. 2018년 총선거를 계기로 두 제품의 합산 매출은 전년 대비 7% 상승했어요. 팬들 사이에서 서로 논쟁하고, 투표하고, 그 김에 과자를 사러 달려가는 사이클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거죠. 메이지는 이를 두고 '소비자가 직접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메이지의 사내 직원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거예요. 어떤 과자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각자 당원증을 갖고 있을 정도로 진지해요.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은 버섯파가 많지만, 전체 직원 수로 보면 죽순파가 더 많다고 합니다.
사진을 찍으면 어느파인지 알려드립니다
2025년은 키노코노야마 출시 50주년이었습니다. 메이지는 이번엔 최신 기술을 꺼내들었어요. 얼굴 사진만 찍으면 버섯파인지 죽순파인지 판별해주는 AI인 'KINOTAKE MOTHER'를 공개한 거죠.

이 AI는 메이지 직원 수백 명의 얼굴 데이터와 취향 데이터를 함께 학습시켜 만들었습니다. 출시 반년 만에 약 50만 명이 진단을 받았는데, 결과는 버섯파가 52.4%, 죽순파가 43.1%였어요.
눈길을 사로잡은 건 4.4%를 차지한 ‘양쪽 모두 파’였습니다. 40년 동안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AI가 제3의 답을 꺼낸 거예요. 메이지는 양쪽 다 좋아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확인한 뒤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아예 두 개의 과자를 합쳐버리자고요.
그렇게 탄생한 신제품이 ‘AI 발상, 합체해버렸다! 키타키타노코노코노야마사토’입니다. 키노코노야마의 바삭한 크래커와 타케노코노사토의 쿠키를 함께 넣었어요. 안쪽은 밀크 초콜릿, 바깥쪽은 쌉쌀한 초콜릿이라는 2중 구조로 만들었죠.
AI는 패키지 디자인까지 담당했습니다. 버섯 모양 건축물이 있는 유토피아를 표현했어요. 제품명, 맛, 디자인 전부 AI가 관여한, 이른바 AI 발상의 과자입니다.
AI라는 최신 기술까지 동원하게 만드는 귀여운 논쟁은 우리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줍니다. 어쩌면 브랜드의 생명력은 독자가 스스로 이야기를 보태고 싶게 만드는 심리에서 나올지도 모른다고요. 여러분의 브랜드는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계속 하고 싶게 만드는 중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