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 고객이 될 취준생의 마음을 얻는 하쿠호도의 '채용 브랜딩'

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사람을 상품처럼 포장하다보면 결국 모두가 비슷해집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에요. 특히나 개인의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업계라면 더더욱이요. 그래서 일본 광고대행사 하쿠호도(Hakuhodo)는 취업 준비생을 위한 노트 'MY KNOWTEBOOK'을 제작했습니다.

잠재 고객이 될 취준생의 마음을 얻는 하쿠호도의 '채용 브랜딩'
©HAKUHODO

취업 준비를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지원하는 회사마다 그들이 좋아할 법한 ‘나’를 만든다는 거예요. A 기업에서는 변화를 즐기는 도전적인 사람이었다가, B 기업에서는 세심한 서포터가 됩니다. 그러다 보면 ‘진짜 나’는 누구인지 혼란스러워지지만, 일단 합격하고 생각하자며 불편함을 덮어두게 돼요. 개인에게도, 기업에게도 좋지 못한 일이죠.

일본 광고대행사 하쿠호도는 이런 역설이 난감했습니다. 뽑고 싶은 건 만들어진 캐릭터가 아니라 울퉁불퉁해도 자신만의 결이 살아있는 사람이었거든요. 크리에이티브의 원천이 개성과 다양성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일이었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하쿠호도는 자기다움을 잃어가는 취준생을 돕기로 합니다. 2026년 2월, 사람들이 스스로를 제대로 알 수 있는 노트 ‘MY KNOWTEBOOK’를 제작했어요.

88개의 질문이 알려주는 진짜 내 모습

MY KNOWTEBOOK의 구성은 이렇습니다. 인생을 ‘0~6세’, ‘초등학교 시절’, ‘중고등학교 시절’, ‘대학 시절’ 등 총 6단계로 나눈 다음 88개의 질문들을 던져요. 과거부터 현재, 미래까지 다루는 질문에 답하다 보면 어느 새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면접관이 결코 묻지 않을 질문들이지만, 개인의 가장 내밀한 면모를 끌어내기에 좋은 것들이에요.

일본 대표 광고대행사 하쿠호도(HAKUHODO)가 취준생을 위해 제작한 MY KNOWTEBOOK 모습. 끈을 풀면 흰색 노트가 열려있다.
©HAKUHODO
일본 대표 광고대행사 하쿠호도(HAKUHODO)가 취준생을 위해 제작한 MY KNOWTEBOOK 내지. 취준생에게 묻는 질문이 쓰여있다.
©HAKUHODO
0~6세 시절
Q. 첫사랑 상대는 어떤 사람이었나요? 어떤 점이 좋았나요?
Q. 지금도 기억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사건은 무엇인가요? 왜 그것을 기억하고 있을까요?


초등학생 시절
Q. 가장 크게 싸웠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무엇 때문에 싸웠나요?

중학생 시절
Q. 용돈은 어떤 식으로 사용했었나요?
Q. 반항기가 있었나요? 무엇에 화가 나 있었나요?


고등학생 시절
Q. 17살의 자신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Q. 동경했던 사람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그 사람의 어떤 모습에 매료되었나요?
Q. 청춘이구나, 하고 느꼈던 순간은?


대학생 시절
Q. 무엇을 입고 있을 때의 내가 가장 나답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Q. 어느 쪽이 좋아요? 1시간 동안 내 이야기를 계속하기 vs 1시간 동안 남의 이야기를 계속 듣기
Q. 만약 당신이 요리라면, 어떤 맛이 날까요? 요리명과 재료를 써 주세요.
Q. 나는 전혀 힘들지 않은데, 주변에서 칭찬해 주는 일은?

대답하다보면 나도 몰랐던 패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반복적으로 끌렸던 것, 이유 없이 신났던 순간,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못했던 고집 같은 것들 말이죠. 챕터 중간에는 하쿠호도 재직자들의 답변이 실려 있어서 ‘직원들은 이런 모습이구나’라는 걸 미리 볼 수도 있어요.

일본 대표 광고대행사 하쿠호도(HAKUHODO)가 취준생을 위해 제작한 MY KNOWTEBOOK 모습. 아코디언처럼 펼쳐지는 긴 페이지에 누군가 답변을 쓰고 있다.
©HAKUHODO

취업 준비를 하다 보면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에 나를 맞추다 어느 순간 ‘나는 원래 어떤 사람이었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MY KNOWTEBOOK은 지원자들이 오랫동안 묻어뒀던 ‘날 것의 나’를 만나도록 도와줘요.

이렇게 질문에 답을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노트 속 'Personal Core Sheet'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건 하쿠호도의 독자적인 입사 지원 양식이에요. My Episode → My Engine → My Vision의 흐름으로, 과거의 에피소드에서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을 발견하고, 그것을 미래의 비전으로 연결하는 구조예요. 이 시트는 원래부터 하쿠호도 지원자뿐 아니라 타 기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도 자기분석 도구로 퍼져 있었어요. MY KNOWTEBOOK은 자유로운 자기탐색 노트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하쿠호도의 채용 프로세스가 녹아있었던 거죠.

인생의 모든 일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MY KNOWTEBOOK은 하쿠호도의 채용 이벤트에서 배포되었습니다. 인생 가치관을 깨우쳐 주는 데다가 채용 책자처럼 보이지 않게 일부러 기업 로고를 최소화한 노트는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하쿠호도 지원자가 아닌 사람은 물론이고, 사내 직원까지도요.

노트는 흰색입니다. 어떤 색으로도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상징해요. '자신을 풀어낸다'는 컨셉에 맞게 끈으로 묶여 있죠. 이 끈을 손으로 직접 푸는 것부터가 시작입니다. 내지는 한 장의 종이를 접은 아코디언 구조인데요. 병풍처럼 쭉 펼치면 과거부터 지금까지의 경험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있는 게 눈에 보여요. 인생의 모든 일들은 연결되어 있다는 걸 상징합니다.

일본 대표 광고대행사 하쿠호도(HAKUHODO)가 취준생을 위해 제작한 MY KNOWTEBOOK 모습. 겉이 흰색이고 끈으로 동여매져 있다.
©HAKUHODO
일본 대표 광고대행사 하쿠호도(HAKUHODO)가 취준생을 위해 제작한 MY KNOWTEBOOK 모습. 펼치면 병풍처럼 길게 늘어지는 형태.
©HAKUHODO

하쿠호도는 노트 사용법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시간 제한을 두지 않고, 순서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든 펼쳐서 써보라고요. 두 번, 세 번 쓸 때는 필기구의 색을 바꿔서 덧쓰기를 추천합니다. 그러다보면 스스로의 변화가 잘 느껴지니까요.

서로 다르기에 더 빛나는 사람들

하쿠호도는 일부러 노트를 아날로그 형태로 만들었습니다. 지원자들이 면접 직전에 노트를 가방에서 꺼내 부적처럼 읽어보는 모습에서 힌트를 얻었죠. 그런데 하쿠호도는 공들여 제작한 MY KNOWTEBOOK을 웹에도 공개했습니다. 하쿠호도에 지원하지 않는 사람들도 써보길 바랐거든요. 고등학생, 직장인들 사이에서도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이건 사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하쿠호도에게 좋은 일이에요. 노트를 통해 처음 하쿠호도를 경험하는 사람들은 기업이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거든요. 채용 콘텐츠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브랜드 경험, 인재 선별, 문화 주입 기능을 동시에 하는 거죠.

하쿠호도에는 ‘고르게 잘난 것보다, 다르게 빛나는 것을(粒ぞろいより、粒ちがい)’이라는 문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있는 그대로의 개성을 가지고 모여서 의견을 나눌 때 비로소 새로운 크리에이티브가 탄생한다는 철학이에요.

만약 지원자들이 다들 비슷하게 다듬어진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그 개성을 확인하는 것조차 어려울 거예요. 하쿠호도 입장에서 그보다 안타까운 일은 없겠죠. 지원자 또한 자기가 원치 않는 출발선 앞에 자기답지 않은 모습으로 설 테고요. 그래서 하쿠호도의 MY KNOWTEBOOK은 그 어떤 채용 마케팅보다 지원자를 대하는 기업의 태도가 잘 드러납니다.

노트의 마지막 챕터는 ‘이 노트를 손에 쥔 당신에게’입니다. 하쿠호도 재직자들이 노트를 읽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예요. 여기 쓰여있는 말을 끝으로 오늘의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지원자의 마음이 어떨지 상상하면서 읽어주세요.

자신에게 거짓말하지 않고, 곧게 행동한다면 괜찮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힘내요! (전략 플래닝 직군, 23세)

정말로 '사람'을 잘 봐주는 회사라고 생각합니다! 입사 전후의 갭이 정말 없다는 것이 매력이니 안심하세요! 인사팀 분들이 전력으로 마주해 주실 테니, 두려워 말고 있는 그대로! (비즈니스 프로듀스 직군, 23세)

'어른'은 최고로 즐거워요. 기다릴게요. (매니지먼트 프로듀스 직군, 38세)

맛있는 밥을 먹고, 잠을 푹 잡시다!!!!!!!! (PR 직군, 24세)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고 있는지
소중히 여겨주세요. (비즈니스 프로듀스 직군, 31세)

Reference

MY KNOWTEBOOK | HAKUHODO RECRUIT
MY KNOWTEBOOKは、「自分をひもとく 88 の質問」を通し、より深く自分自身のことを理解できる、博報堂独自の新卒採用冊子です。
「何者でもない」学生に寄り添う 博報堂が自己分析ノートを新卒採用で展開
博報堂は、新卒採用コミュニケーションの一環として、自己分析型ノート「MY KNOWTEBOOK(マイノートブック)」を制作した。就職活動の早期化・通年化が進む中で、学生が自分らしさを見失うことなくキャリア選択できるよう、「就活のためだけじゃない」自己分析の機会を提供することを目的とす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