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자키 제빵 | 봄만 되면 빵 사는 습관을 만든 브랜드의 이색 축제
5억 9천만 장. 야마자키 제빵이 지난 46년 동안 사람들에게 나눠준 접시 수입니다. 일본 총 인구가 1억 2,400만 명 정도니까 이 숫자가 얼마나 큰 건지 아시겠죠. 사람들은 이 접시를 받기 위해 봄만 되면 빵 사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매년 봄이 되면 일본 슈퍼마켓 빵 코너에서 분홍색 스티커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야마자키 제빵이 진행하는 '봄의 빵 축제'가 돌아왔다는 신호예요. 벚꽃, 꽃놀이와 함께 일본인에게 익숙한 봄 풍경이 된 연례 행사로, 올해로 46회째입니다.

참여 방법은 간단합니다. 매년 2월부터 4월까지 야마자키 제빵 상품에는 점수가 적힌 스티커가 붙어요. 이 스티커를 전용 카드에 모아 30점이 되면 흰 접시 한 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1981년 첫 행사 이래 2025년까지 교환된 누적 접시 수는 5억 9천만 장. 일본 총 인구가 약 1억 2,400만 명(2025년 1월 기준)이니, 얼마나 많은 가정의 식탁에 접시가 올라가 있는지 짐작이 가요.


팬들 사이에서는 공략법도 떠돕니다. 상품마다 배점이 다르다 보니 효율적으로 30점을 채울 수 있는 팁을 서로 공유하는 거죠. 10년 넘게 상품별 배점 구조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그만큼 접시를 받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겠죠.
30점이라는 절묘한 구조
야마자키 제빵이 빵 축제를 시작한 건 평소 제품을 사주는 고객들에게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였습니다.봄을 고른 건 이때 일본인의 빵 소비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에요. 입학, 입사 등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면서 식습관이 바뀌고, 날씨가 따뜻해지면 식욕도 돋아나거든요. 사람들이 빵을 가장 많이 사주는 계절에 가장 큰 감사를 전하고자 했던 거죠.
처음엔 빵만 대상이었지만 2015년부터는 도시락, 주먹밥, 파스타 등으로 확장되어 현재는 대상 품목이 500개에 달합니다. 야마자키 그룹이 출시하는 제품의 다양한 맛을 골고루 경험하길 원해서예요. 이렇게 하면 축제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나기도 하고요.
참여 의지를 끌어내는데는 30점이라는 기준도 한몫합니다. 점수는 매년 접시의 출하 가격대에 따라 조금씩 변동되는데요. 2.5점을 받을 수 있는 식빵을 매주 산다면 충분히 기간 안에 달성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평소 슈퍼마켓에서 꾸준히 빵을 구매해 온 고객이라면 무조건 행사에 참여하는 게 이득이죠. 누구나 신경만 쓰면 어렵지 않게 접시를 받을 수 있는 구조는 참여 허들을 낮춥니다.
46년째 흰 접시를 고집한 이유
봄의 빵 축제의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흰 접시에 있어요. 프랑스 기업 Arc International이 생산한 제품으로전자레인지 사용도 가능하고 튼튼해 실용적이죠. 화려한 색에 비해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다른 식기와 잘 어울리기 때문에 매일 사용하기에 좋고요. 튀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고객 생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거죠.
결정적으로 소유욕을 자극하는 장치는 매년 새로워지는 디자인 '변주'에 있습니다. 야마자키 제빵은 46년 동안 단 한 번도 같은 모양의 접시를 내놓지 않았어요. 프릴이 달린 형태부터 모던한 팔각형, 깊이감 있는 볼(Bowl)과 납작한 플레이트까지, 매해 식탁의 트렌드를 기민하게 반영해 왔죠. 특히 빵 전용 접시에 가두지 않고 샐러드나 시리얼 등 다양한 아침 메뉴를 담을 수 있도록 용도를 확장한 점이 영리했어요.


그 결과, 2012년 출시된 '모닝 볼'은 한 해에만 무려 2,270만 장이 교환되는 대기록을 세웠습니다. 매년 평균 1,200~1,500만 개 이상 배포되는 흰 접시들은 이제 46년의 세월이 담긴 거대한 '컬렉션'이 됐어요.
야마자키 제빵은 ‘봄의 빵 축제’를 지속하며 그 동안 많은 팬을 확보했습니다. 그뿐 아니라 봄이 되면 자연스럽게 빵 코너로 향하고 올해의 접시를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었죠. 빵도, 스티커도, 흰 접시도 그 자체로는 특별하지 않지만, 46년 동안 지속된 캠페인 속에서 야마자키 제빵은 봄이면 생각나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