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앱 체류 시간 38분의 비밀은? 목적 없는 방문을 구매로 바꾸는 일본 앱 카우셰
앱에서 키운 채소가 집으로 배송된다니 이보다 기쁜 일이 있을까요? 이 거짓말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건 일본 쇼핑 앱 '카우셰(カウシェ, KAUCHE)'입니다. 알고보니 다 이유가 있었어요.
게임 속에서 채소를 키웁니다. 매일 아침 물을 주고, 비료를 뿌리고, 친구를 초대해서 작물의 성장 속도를 높여요. 다 자라서 수확 타이밍이 되면 진짜 채소가 집으로 배송됩니다. 가격은 배송비를 제외하고 무료예요.
일본 쇼핑 앱 '카우셰(カウシェ, KAUCHE)'는 이 기능으로 6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습니다. ‘Best App Award 2025' 쇼핑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하고, Forbes Asia 100 To Watch 2025에 선정됐죠. 무엇보다 중요한 건 2023년 10월 게임 서비스 런칭 후 2년 반 만에 유통 거래 총액이 30배, 매출 총이익이 252배 성장(2026년 1월 기준)했다는 사실입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지, 그리고 이 앱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 살펴볼게요.
왜 일본인들은 쇼핑 앱에서 농사를 지을까?

카우셰는 일본의 쇼핑 앱입니다. 식품, 생활용품, 가전, 뷰티 및 코스메틱 제품 등을 평균 15~9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어요. 여기까지만 보면 평범한 전자상거래 플랫폼입니다.
특이한 건 앱에 있는 '카우셰 팜'이라는 농장 게임이에요. 사람들은 토마토, 양파, 감자 등에서 좋아하는 채소를 하나 골라 키웁니다. 매일 물을 주고 비료를 뿌리면 작은 싹이었던 작물이 자라고, 수확 타이밍이 되면 해당 상품을 100% 할인 받아 구매할 수 있는 쿠폰이 발급돼요. 사실상 무료로 받는 거죠.


작물을 더 빨리 수확하고 싶다면 방법이 있습니다. 광고를 보거나, 상품을 구매하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비료를 얻을 수 있어요. 친구네 농장에 방문해서 물을 주면 내 작물의 성장 속도도 빨라집니다. 앱에서 채소를 키우는 즐거움에 실물 채소까지 받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재미까지 일석삼조예요. 그래서 사람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무심코 앱을 열게 됩니다.
공짜 채소를 나눠줘도 돈이 되는 카우셰의 수익 구조는?
카우셰의 하루 평균 앱 체류 시간은 38분입니다. 일반 전자 상거래 사이트 체류 시간이 평균 5분인 걸 감안하면 거의 8배예요. 메신저 라인(LINE)이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수준이죠. 바로 이 체류 시간에서 카우셰의 생명력이 탄생합니다.
사람들이 매일 앱을 열고, 물을 주고, 비료를 얻으러 광고를 보다 보면 피드에 자연스럽게 상품들이 뜹니다. 이때 의외로 저렴한 가격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구매 버튼을 누르게 돼요. 카우셰에서 구매하는 유저의 약 90%는 검색을 거치지 않습니다. 카우셰가 스스로 '발견형 전자상거래'라고 부르는 이유예요. 피드를 보다가 우연히 상품을 마주치고, 그 자리에서 구매 욕구가 생기는 것이죠. 쇼핑의 출발점이 '필요'가 아니라 '발견'이에요. 우연한 만남과 보물찾기의 재미가 있는 돈키호테를 닮았다고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여기에 사람들의 구매욕을 자극하는 장치들이 더 있습니다. 하나는 사용자 행동에 맞춰 최적화된 상품을 띄워주는 ‘AI 추천 기능’이에요. 또 하나는 '모두의 게시글(みんなの投稿)' 기능입니다. 카우셰에서 구입한 상품 후기를 올리고 공유하는 공간인데, "우리 아이가 이걸 좋아했다", "이 제품으로 요리가 달라졌다"는 식의 생활 밀착형 글들이 쌓여요. 자신의 게시글을 통해 누군가 상품을 구매하면 코인이 적립되고, 모은 코인은 1코인당 1엔 상당의 쿠폰으로 교환해 쓸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만들어내는 구조예요.

덕분에 입점 사업자가 내는 비용은 판매 수수료 10%와 결제 수수료 3.5% 뿐입니다. 월 이용료도, 광고비도 없어요. 절감한 비용은 상품 가격 할인으로 유저에게 환원되고, 그 환원의 극단적인 형태가 바로 무료로 배달되는 채소입니다.
카우셰의 주요 이용층은 30~60대 여성으로, 가정의 소비에서 의사결정권을 가진 분들이 많습니다. 쇼핑 후 식탁의 모습이나 아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게시글로 올리고, 그런 생활 밀착형 커뮤니케이션이 다른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카우셰가 '스마트폰 위의 코스트코', '스마트폰 위의 돈키호테'를 목표로 한다고 말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카우셰는 왜 공동구매를 버렸을까?
카우셰는 2020년 9월, 공동구매 앱으로 시작했습니다. 쇼핑의 즐거움이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즐기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친구나 가족, SNS 상의 누군가와 함께 구매하면 더 저렴하게 상품을 살 수 있는 쇼핑 모델을 구축했죠. 만약 24시간 내에 함께 구매할 상대를 찾지 못하면 구매가 자동으로 취소되는 구조였어요.
초기에는 150만 다운로드에 30억 엔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이 순조로웠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성장이 더뎠어요. "누군가를 초대하는 게 번거롭다", "거절당하면 어색하다", "구매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등의 반응이 쏟아졌죠. 참고했던 중국의 핀둬둬(拼多多) 모델은 지역 커뮤니티의 높은 친밀도를 전제로 했는데, 핵가족화가 진행된 일본 도시에서는 그 전제가 성립하지 않았던 거예요. 신규 유입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태울수록 회사의 수명을 깎아먹는 구조였어요.
2023년, 창업자는 공동구매를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대신 ‘구매 순간의 즐거운 경험’에서 ‘구매 전후까지 포함한 즐거움과 재미가 있는 경험’으로 초점을 이동시키기로 했어요. 재미있어서 목적 없이도 매일 방문하고 싶어지는 앱을 만들기로 한 거죠. 그렇게 카우셰 팜 서비스가 시작된 거예요.
‘디지털 생활권’을 꿈꾸는 카우셰의 다음 목표
오늘날의 쇼핑은 완벽하게 효율적입니다. 클릭 몇 번이면 최저가를 찾고, 내일 아침이면 문 앞에 물건이 도착하죠. 하지만 카우셰의 창업자는 이 효율의 끝에서 '결핍'을 보았습니다. 기술이 정답을 찾아줄수록, 물건을 고르며 친구와 나누던 잡담이나 우연히 매력적인 상품을 발견하던 '쇼핑의 즐거움'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우셰의 다음 목표는 이렇습니다. 디지털 위에 '역 앞 광장' 같은 생활권을 구축하는 거예요. 딱히 살 게 없어도 서점에 들르고 카페를 기웃거리다 우연히 이웃을 마주치는 상점가처럼, 기술의 편리함 위에 인간적인 온기를 얹겠다는 비전이죠.
게임 서비스 런칭 후 카우셰의 일일 활성 유저는 2년 반 만에68배 성장했습니다. 1인당 월간 체류 시간은 17.4시간에 달하죠. 순수한 즐거움을, 우연한 발견을, 누군가와의 연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증거일 거예요. 모든 것이 최적화된 시대, 여러분의 브랜드는 ‘사람들이 머무를 즐거움’을 주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