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쿠조교류이 | 소비자 만족도의 비결은 ‘옛날식 생선 가게’! 사랑받는 슈퍼마켓의 정체

2026년에 사랑받는 일본 생선 전문 슈퍼마켓은 어떤 모습일까요? 최첨단 시설에 AI라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 같지만, ‘가쿠조교류이(角上魚類)’의 인기 비결은 '옛날식 생선 가게'의 재현에 있었어요.

가쿠조교류이 | 소비자 만족도의 비결은 ‘옛날식 생선 가게’! 사랑받는 슈퍼마켓의 정체
©角上魚類

교외에 위치해 있는데 주말이면 차량 행렬이 이어지는 생선 가게가 있습니다.일본의 생선 전문 슈퍼마켓 ‘가쿠조교류이(角上魚類)’ 이야기예요.

전단 광고는 거의 하지 않습니다. 연 1회 정도가 전부예요. 그런데도 사람들은 일부러 운전을 해서 매장으로 찾아옵니다. 이유는 단순해요. 이곳에 가면 신선하고 저렴한 생선을 구할 수 있거든요.

매장 안에는 일반 슈퍼마켓에서는 보기 힘든 어종들이 통생선 상태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판매하는 생선은 매일 다르고, 시간대에 따라 상품 구성도 바뀌어요. 오전에 있던 생선이 오후에는 초밥이나 반찬으로 변하는 식이에요. “과연 오늘은 어떤 생선이 들어왔을까?”하는 기대감이 사람들을 재방문하게 만듭니다.

각상어류는 1974년 니가타현에서 시작됐어요. 지금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22개 매장을 운영 중이죠. 최근 6년간 연결 매출은 352억 엔(2020년)에서 461억 엔(2026년)까지 성장했습니다. 매장 수는 크게 늘지 않았는데도 사상 최고 매출을 기록했어요. 오직 매장의 힘만으로 고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생선 전문 슈퍼마켓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신선하지만 저렴한 생선

각상어류의 최대 강점은 신선한데도 저렴하다는 점입니다. 반찬 메뉴까지 포함하면 가격이 일반 슈퍼마켓보다 20%가량 낮아요. 비결은 공급 방식에 있습니다. 매일 새벽, 각상어류의 전담 바이어들은 도쿄 토요스 시장과 니가타 시장에 나섭니다. 두 팀은 서로 전화를 주고받으며 어느 시장에 어떤 생선이 얼마에 나왔는지 실시간으로 공유해요. 신선하면서도 저렴한 생선을 위주로 확보해 판매가에 반영합니다.

일본의 생선 전문 슈퍼마켓 가쿠조교류이(각상어류)에서 점원들이 생선을 판매하는 모습. 매대에는 생선이 통째로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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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생선 전문 슈퍼마켓 가쿠조교류이(각상어류)의 진열대. 다양한 어종들이 신선한 상태로 통째로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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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매입 산지도 적극적으로 넓히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와 어업 종사자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죠. 센다이, 미에, 에히메 등 지역별 항구를 직접 찾아가 도매상과 관계를 맺고, 소량 매입부터 시험해가며 거래량을 늘려 나갑니다. 이런 방식으로 토요스와 니가타에서 구하기 어려운 어종을 다른 산지에서 확보하는 거죠. 공급망을 넓히면 특정 어종의 흉작에 덜 흔들릴 수 있고, 이는 매장 품목의 다양화로 이어집니다.

폐기율 0.05%의 비밀, 가격 할인 대신 ‘형태’를 바꾼다

저렴한 가격을 가능하게 하는 또 하나의 비결은 상품을 폐기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일반 식품 슈퍼마켓 수산 부문의 폐기 손실률은 평균 1.8%, 할인 손실률은 8.5%로 알려져 있는데요. 각상어류의 폐기율은 0.05%에 불과합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판매 품목의 형태를 계속 바꾸기 때문입니다. 각상어류는 당일 아침이 되어야 어떤 생선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알 수 있어요. 전날 기준으로 물량이 확정된 건 전체의 약 30%뿐이고, 나머지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죠. 불확실한 공급량을 이틀 안에 전부 소화하기 위해 오전 판매 상황을 보며 상품 형태를 전환합니다.

만약 잘 팔리지 않는 통생선이 있다면 회나 초밥, 기타 반찬 등으로 바꿔 나갑니다. 중요한 건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는 거예요. 할인으로 재고를 털어내는 대신, 동일 재료를 다른 형태의 상품으로 다시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죠. 소비자 입장에서는 시간대마다 구성이 바뀌는 재미가 있어요.

일본의 생선 전문 슈퍼마켓 가쿠조교류이(각상어류)의 스시 코너. 판매량에 따라 통 생선을 스시나 반찬류로 바꾸어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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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생선 전문 슈퍼마켓 가쿠조교류이(각상어류)의 반찬 코너. 해산물을 활용한 튀김류들이 진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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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 코너의 문어튀김, 아지후라이, 해산물 텐동도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합니다. 일반 슈퍼처럼 냉동 재료를 사용하는 게 아니라 회로 먹을 수 있는 수준의 당일 재료를 그대로 사용해요. 그래서 각상어류의 매장은 시작부터 뒷쪽 작업 공간을 크게 확보해 둡니다. 2026년에 오픈한 사야마점의 작업 공간은 매장 면적의 1.2배인 530㎡ 수준이에요. 가능한 한 점포 내부에서 손질과 조리를 진행하고, 가공 인력을 최대한 매장 안에 두기 위해서죠. 도심보다 교외 로드사이드에 매장을 여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생선을 파는 게 아니라 ‘먹는 방법’을 판다

각상어류의 또 다른 강점은 접객 방식입니다. 다양한 어종이 매력이지만, 사람들은 처음 보는 생선 앞에서 쉽게 손을 뻗지 못해요. 손질법이나 조리 방법을 모르면 결국 구매로 이어지지 않죠.

그래서 각상어류에는 ‘친절 담당’이라는 직책이 있습니다. 노란 모자를 쓴 직원들이 전 매장에 배치돼 생선별 특징과 조리법, 손질 방법을 설명해요. 요리를 잘하는 고객에게는 좀 더 깊이 있는 설명을 하고, 생선을 처음 사는 고객에게는 시판 소스로 간단히 먹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한 명의 고객에게 설명하면서도 주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것도 특징이에요.

일본의 생선 전문 슈퍼마켓 가쿠조교류이(각상어류)의 '친절 담당' 직원. 생선의 조리법이나 생선 설명을 도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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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산지에서 못 보던 어종이 입고된 경우에도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바이어들은 조리법을 정리해 사내 앱에 등록하고, 친절 담당은 이를 보고 고객에게 전달합니다. 덕분에 각상어류는 일반 슈퍼마켓에서 보기 힘든 낯선 어종도 망설임 없이 진열할 수 있어요.

옛날식 생선 가게로 일본 최고를 꿈꾸다

창업 후 50년.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각상어류의 목표는 ‘일본 최고의 생선가게’가 되는 것입니다. 성공의 기준은 점포 수나 매출이 아닙니다. 상품의 질과 접객의 수준을 극한으로 추구해서 고객이 좋아하는 가게가 되는 것이죠.

창업자인 야기시타 코조(栁下 浩三)씨의 말을 빌리자면 그 모습은 ‘옛날식 생선 가게’입니다. 통생선을 쌓아두고, 고객 요청에 맞춰 손질하고, 그날의 신선한 어종을 소개하는 옛날식 생선 가게의 본질을 재현하고자 해요.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생선 소비 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습니다. 하지만 창업자는 해당 현상의 원인을 소비자에게서 찾지 않습니다. 일본인들은 여전히 생선을 좋아하지만, 문제는 어종이 적고, 변화가 없고, 손질을 해주지 않는 매장에 있다고 생각해요.

“내가 사고 싶지 않은 건 만들지 않는다.”

각상어류가 현지인들의 지지를 얻고 있는 이유는 매우 단순합니다. 창업자 스스로도 매일 가고 싶어지는 생선가게를 50년 간 가꿔왔다는 거예요. 그 단순한 기준이 오늘도 가게의 행렬을 만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