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테리아 | 54년 역사의 롯데리아, 왜 이름이 바뀐 걸까?

3월 24일, 롯데리아의 소셜미디어 X 계정에 마지막 인사글이 올라옵니다. 54년 간의 여정을 마무리하면서 앞으로는 '제테리아'를 잘 부탁한다고 말해요. 롯데리아는 어쩌다 이름을 바꾸게 된 걸까요?

제테리아 | 54년 역사의 롯데리아, 왜 이름이 바뀐 걸까?
©Burger One

지난 3월 24일, 일본 롯데리아의 공식 SNS에 마지막 인사글이 올라옵니다. 

“마지막 인사 드립니다.
여러분께서 지지해 주신 이 시간들,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제테리아를 잘 부탁드립니다!”
일본 롯데리아가 제테리아(Zetteria)로의 변화를 알리며 전한 마지막 인사글
©Burger One

1972년, 도쿄에 1호점이 생긴 이후 54년만에 전하는 인사입니다. 사람들은 SNS에 아쉽다는 반응을 쏟아냈어요. ‘청춘의 추억이었다’, ‘헤어지기 아쉽다’는 말 가운데는 이런 표현도 있었습니다. ‘전 여자친구의 성(姓)이 바뀐 느낌’이라고요. 일본에서는 결혼하면 보통 여성이 남편의 성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데요. 익숙하고 가까웠던 존재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한 느낌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거예요.

결혼을 한 것도 아닌 롯데리아가 이름을 바꾼 이유가 있습니다. 롯데리아는 원래 롯데 그룹의 패스트푸드 사업으로 시작됐어요. 이름도 ‘롯데의 카페테리아’라는 뜻에서 비롯됐죠. 그러다 2023년 4월, ‘스키야’, ‘하마스시’ 등을 운영하는 젠쇼홀딩스가 롯데리아를 인수하게 됩니다. 젠쇼홀딩스는 롯데리아를 ‘제테리아’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순차 전환해 왔고, 그 수순이 2026년 3월 말로 마무리 되는 거예요. 경영 주체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옛 주인의 이름을 달고 있으니 이걸 고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수순이었습니다.

이때 ‘제테리아’라는 이름은 롯데리아의 시그니처였던 ‘절품 버거(絶品バーガー, Zeppin Burger)’에 카페테리아를 더해 만든 명칭입니다. 기존 롯데리아가 가지고 있던 가장 강력한 유산을 쏙 빼서 브랜드명으로 박제한 거죠. 과거의 이름은 버리더라도 맛은 계승한다는 영리한 선택입니다. 물론 젠쇼홀딩스를 연상시키기도 하고요.

일본 제테리아(Zetteria)의 이름 뜻. 젯핀버거에 카페테리아를 합쳐서 만든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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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한 가지 의문도 따라붙습니다. 젠쇼홀딩스는 왜 롯데리아에서 절반만 이름을 바꾼 걸까요? 아마도 ‘롯데리아’와의 연관성이 남아 있는 편이 인지도 측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일 거예요. 그런데 최근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이름을 통해 향후의 전략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제테리아는 ‘카페테리아’로서의 기능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거든요. 공정무역 커피와 풍부한 디저트 메뉴를 강조하면서 향후 ‘카페 수요’를 흡수해 수익 구조를 다양화하려는 거예요.

일본 제테리아(Zetteria)가 공정무역으로 공급하는 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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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름만 봐도 제테리아의 방향성이 눈에 들어오는데요. 좀 더 근본적으로 접근해 보면 이번 브랜드 통합에는 목적이 하나 더 있습니다. 기존 롯데리아는 구매, 제조, 물류 측면에서 젠쇼홀딩스와 다른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었어요. 다양한 외식 브랜드를 전개하고 있어 조달과 물류 측면에서 유리한 젠쇼홀딩스는 브랜드 전환을 통해 운영 효율화를 꾀하고자 합니다.

한때 롯데리아는 일본 햄버거 업계 2위라는 입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만 맥도날드, 모스버거, 버거킹, 프레시니스버거 등과 달리 개성 넘치는 가치를 제공하지 못해 브랜드로서의 윤곽이 점점 희미해져갔어요. 인수 후 3년이 흐른 지금, 드디어 지난 이름과 결별하게 된 제테리아는 앞으로 어떤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게 될까요? 누군가에게는 '성이 바뀌어버린 전 여자친구'처럼 낯선 존재가 되었지만, 제테리아는 새로운 이름으로 지금부터 다시 출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