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샤 | 관샤는 어쩌다 카피라이팅을 잘하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중국 여행을 가면 꼭 한번 들르게 되는 향수 브랜드가 있습니다. 동양 문화를 기반으로 오리지널 향을 만드는 ‘관샤(观夏, tosummer)’예요. 그런데 이 향수 브랜드, 향만큼이나 카피라이팅을 잘하는 브랜드로 알려져 있습니다. 관샤는 언제부터 카피라이팅에 공을 들였던 걸까요? 그리고 그 이유는 뭘까요?

관샤 | 관샤는 어쩌다 카피라이팅을 잘하는 브랜드가 되었을까?

곧 새해입니다. 서로의 안녕과 축복을 기원하는 말들이 공기 중에 떠다니는 시기예요. 이때는 브랜드들도 새해 인사를 전하느라 바쁩니다. 산뜻한 새출발의 순간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은 없겠죠. 다만 모두가 주고 받는 많은 말 속에서 뻔한 인사치레가 되지 않으려면 고민이 많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브랜드 고유의 톤과 화법도 고려해야 하고요.

이 즈음 중국에서는 한 브랜드가 아름다운 새해 인사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향수 브랜드 ‘관샤(观夏, to summer)’이야기예요. 관샤는 ‘붉은 말의 해’라 불리는 병오년을 맞이하며 사람들에게 에너지를 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인사를 건넸습니다.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2026년 새해 카피라이팅
©︎观夏
「竹马行新岁,飒沓少年游」
죽마를 타고 새해를 향해 나아가니, 경쾌한 기세로 소년의 유람을 즐긴다.

관샤의 새해 카피는 당나라의 시인 이백의 시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백의 시 〈협객행(侠客行)〉에는 말이 유성처럼 질주하는 장면이 나와요. 관샤는 이 이미지에 ‘죽마’라는 상징을 겹쳐, 대나무 말에 올라타 놀던 소년의 마음으로 새해를 힘차게 달려가자고 말했습니다. 붉은 말이 달리는 애니메이션 영상과 함께 공개된 이 카피는 보는 것만으로 기세를 느끼게 합니다.

관샤가 새해 카피로 화제가 된 건 처음이 아니예요. ‘푸른 뱀의 해’인 2025년을 맞이할 때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뱀은 일반적으로 호랑이나 용처럼 길한 의미를 품고 있지는 않아요. 그래서 관샤는 억지로 좋은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뱀의 또 다른 특성을 조명합니다. 《산해경(山海经)》 속 뱀의 형상과 장자(庄子)의 《소요유(逍遥游)》에 등장하는 신수의 이미지를 결합해 구불구불하게 나아가는 뱀의 모습을 강조했어요.

「做蛇,总要走些“弯”路」
뱀이란, 본래 조금은 ‘굽은’ 길을 가는 법.

뱀이 굽은 길을 유연하게 흐르듯 나아가듯이, 사람들에게도 삶의 굴곡을 두려워하지 말고 자유롭게 탐색하며 살아가라고 말한 겁니다. 사실 인생에는 곧고 편한 길보다는 굴곡을 맞이하는 순간이 훨씬 많죠. 그래서 뱀이 진전하는 모습에 빗대어 삶의 다양한 순간을 헤쳐나가라고 한 거예요.

이처럼 관샤의 카피에는 동양의 문화를 통해 정서와 여운을 느끼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복잡한 표현 하나 없이도 마음을 움직이죠. 그래서일까요?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관샤의 카피라이팅에 주목하기 시작했는데요. 향수 브랜드인 관샤는 언제부터 카피 맛집이 된 걸까요? 그리고 이렇게 카피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고풍스러운 매장 인테리어
©︎观夏

목차

  • 향수 브랜드가 카피에 공들이는 이유
  • 관샤의 독특한 입지 선정 기준
  •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파는 향수 브랜드

향수 브랜드가 카피에 공들이는 이유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매장 내부 사진
©︎观夏

우선 관샤가 어떤 향수 브랜드인지부터 알아볼게요. 관샤는 동양 문화를 기반으로 중국의 오리지널 향을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단순히 포지셔닝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에요. 관샤는 진정한 동양의 향을 만들기 위해 공급망 단계부터 바꿔나갑니다. 성분에서부터 동양 향의 근원을 찾기 위해 집중해 왔죠. 계화, 차, 난초, 베티버처럼 중국의 문화적 특색이 강한 성분들을 중심으로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추출과 정제 과정을 구축해 나갑니다.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베이징 산리툰 지점 매장 내부 향수 라인업

대표적인 성분이 바로 ‘계화’입니다. 중국에서 약 2천 년 간 재배된 역사가 있는 계화는 시대를 막론하고 중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어요. 관샤는 계화를 천연 향료로 만들기 위해 후베이 셴닝, 광시 구이린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계화 산지에서 계화를 채취합니다. 그 후 글로벌 향료 회사와 협력해 현대적인 기술로 정제했어요. 계화꽃 1,000kg에서 얻을 수 있는 원유는 단 1kg.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일이었지만 이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관샤는 이렇게 어렵게 발굴한 향기를 사람들에게 평범하게 전달하지 않았어요. 향과 관련된 동양 특유의 장면들을 중심으로 향기 이름을 짓습니다. 강렬한 동양적 이미지로 중국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정서를 건드려서 상상력을 확장시키는 거죠. 곤륜자설(昆仑煮雪), 이화금계(颐和金桂), 매수전차(梅水煎茶), 상강백유(霜降白柚) 등이 그 예시입니다.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향초 라인업
곤륜자설 (昆仑煮雪) : 곤륜산의 눈을 끓이다
이화금계 (颐和金桂) : 이화원의 황금빛 계화
매수전차 (梅水煎茶) : 매화 물로 차를 달이다
상강백유 (霜降白柚) : 상강 절기의 흰 유자

이름마다 동양의 장소와 계절, 장면들을 품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문화권이라면 누구나 공유하는 감각을 바탕으로 만든 네이밍은 SNS에서 곧바로 화제가 됐어요. 관샤는 제품 패키지에 단 한 글자의 한자를 써서 여백의 미를 강조합니다. 그리고 제품을 세부 카피들과 함께 홍보했어요.

곤륜자설(昆仑煮雪)

눈보라 치는 밤,
누워 소나무 파도 소리를 듣듯
귓가에 흐르는 한 곡의 설송 협주곡.
따뜻한 동양의 나무 향이
마치 좋은 친구에게
살짝 안긴 것처럼 감싸준다.

이화금계(颐和金桂)

진귀한 중국의 금계화 에센스를
높은 비율로 담아냈다.
뿌리는 순간
어깨 위로 금빛 계화가 내려앉고,
한 몸 가득
시 한 편을 뒤집어쓴 듯하다.

각각의 향을 소개하는 문구들은 마치 한 편의 시 같습니다. 동양의 전통 문화에서 영감을 길어올린 관샤의 카피들은 독자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요. 향은 시향하기 전까지 개인의 상상력에 크게 의존하는 카테고리에 속합니다. 그 상상력을 보완하는 관샤의 카피라이팅은 구매 전환율과 재구매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어요. 관샤에서 카피가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이유입니다.

관샤는 제품 개발만큼이나 콘텐츠 기획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합니다. 제품 한 개 당 개발 기간은 1년이고, 그 중 반 년을 콘텐츠 기획에 사용해요. 그 결과 관샤의 위챗 계정 구독자는 1년 만에 100만 명으로 성장합니다. 모든 콘텐츠를 마치 ‘잡지 한 권을 만든다’는 마음으로 만든 결과예요.

관샤의 독특한 입지 선정 기준

관샤가 제품과 카피로 만들어낸 동양적 분위기는 관샤의 오프라인 공간에서 완성됩니다. 관샤에게 오프라인 매장은 그저 하나의 판매 채널이 아니예요. 관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동양 문화를 입체화시키는 마지막 지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관샤는 새로운 도시에 매장을 열 때마다 입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습니다. 한 도시를 선택하면 깊숙이 파고들어 역사성과 문화적 특성이 강한 공간을 찾곤 하죠. 당연히 대형 상업시설보다 풍취가 가득한 오래된 건축물을 선호해요.

관샤의 기질과 맞는 건축물을 찾고 나면 ‘동양 뉴 모던’이라는 디자인 철학 하에 매장을 동양적 미감으로 채웁니다. 여기에 전시와 이벤트를 더해, 공간을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는 매개체로 만들어요. 서로 다른 도시에 각기 다른 모습으로 스며들면서도, 관샤는 일관적인 개성을 유지합니다.

예를 들어 상하이 1호점에서는 1930년대 미국식 스페인풍 양옥을 복원해 ‘관샤 한정(观夏闲庭)’이라 명명합니다. 베이징에서는 중국 고대 최고 학부인 국자감(国子监)의 백 년 된 사합원을 개방형 매장으로 바꿨어요. 청두에서는 옛 쓰촨미술사 건물을 ‘관샤 촉관(观夏蜀馆)’으로 재탄생시켰죠. 모두 도시의 랜드마크적인 성격을 지닌 장소들로, 매장마다 서로 다른 중국의 고전적인 요소가 녹아 있어요.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상하이 지점 '관샤 한정점'
상하이 1호점 ©︎观夏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베이징 국자감 사합원 지점
베이징 지점 ©︎观夏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쓰촨성 청두 지점 외관
관샤 촉관점 ©︎观夏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관샤가 중국의 고전적인 정원 디자인을 매장에 들이는 방식입니다. 문과 창을 액자처럼 활용하는 액자식 구도와, 창 너머 풍경을 빌려쓰는 차경을 통해 매장 안에서도 자연이 이어지는 느낌을 만들어요. 또한 식물을 위한 별도의 자리를 마련하며 매장에 생명력과 호흡감을 더합니다.

관샤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자연과 최대한 가까워지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잠시 머물며 숨을 고를 수 있는 정원 같은 공간이 됩니다. 관샤의 매장에 들어서면, 동양의 오래된 미학과 지금의 감각이 겹쳐지며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떠올리게 되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파는 향수 브랜드

중국 로컬 향수 브랜드 관샤(tosummer)의 외관 내관 사진
©︎观夏

관샤는 스스로의 체취를 만들며 성장해 온 브랜드입니다. 그 결과 2018년 브랜드 설립 이후 7년 만에 연 매출 1억 위안(200억 원)을 돌파하고, 재구매율 60%라는 기록을 세우죠. 2024년 2월에는 로레알 그룹이 관샤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고 발표하기도 했죠. 한때 중국 향수 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의 점유율은 70% 이상이었지만, 이제 중국 소비자들에게는 ‘중국의 향수 브랜드’라는 또 하나의 옵션이 생겼습니다.

관샤는 ‘여름을 관조한다’는 뜻이에요. 동양 문화에서 여름은 만물이 무르익고 생명력이 가장 충만한 계절로 여겨지죠. 관샤는 비단 여름뿐만 아니라 동양의 자연과 계절이 가장 짙어지는 순간들을 향으로 담아 동양 특유의 낭만과 아름다움을 전하고 있습니다. 향기는 물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기대하게 만드는 관샤. 앞으로 또 어떤 향기와 장면으로 우리를 설레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