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전시 | 지금 도쿄에서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

지난 10월, 도쿄 토라노몬에서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이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전시를 통해서 지금 도쿄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 살펴봤어요. 이 전시가 기획된 배경과 맥락도요.

도쿄 전시 | 지금 도쿄에서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은 말
©︎토라노몬 광고제 실행위원회

흔히 뭔가가 좋아지기 직전에 나타나는 전조 증상이 있습니다. 이상하게 신경이 쓰인다는 거예요. 그게 좋든 싫든 뇌리에 남아서 자꾸만 생각이 나거나,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눈길이 갑니다. 결국 신경이 쓰인다는 건 이미 마음이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에요.

지난 10월, 도쿄에서는 제목부터 강렬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전시의 주인공은 '말'입니다. TV, 온라인, 지면 광고 등 매일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카피 중 특히 명작이라고 여겨지는 말을 젊은 크리에이터들이 엄선했어요. 기준은 딱 하나였습니다. '왠지 신경이 쓰여야 한다'.

전시에 모인 말들을 살펴보면 도쿄라는 사회의 단면이 더 잘 보일 것 같았습니다. 지금 도쿄에서 사람들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Tokyo Toranomon ad festival sentence think tomorrow
©︎토라노몬 광고제 실행위원회

목차

  •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으로 살펴보는 도쿄의 심리
  • 전시 장소로 토라노몬 '도쿄 노드'를 고른 이유
  • 광고는 인간과 마주하는 것이니까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으로 살펴보는 도쿄의 심리

전시장 속 문장들을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지금 일본의 정서가 천천히 드러납니다. 문장은 아이부터 어른, 학생부터 직장인,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부터 실패에 좌절한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섬세하게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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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청춘이 없는 것도 청춘이다 (우)저, 회사 같은 건 취하지 않으면 갈 수 없어요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 X

1️⃣ 순수함에 대한 애정

"반이 다른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장거리 연애다."
クラスが違うだけでも、 学生には遠距離恋愛だ。
"영원한 것은 없다는 것을, 아이들은 여름에게서 배운다."
「ずっと」なんてないことを、 こどもたちは夏から教わる。
"그렇게 서둘러 어른이 되지 마."
そんなに早く 大人になるな。

2️⃣ 노력에 대한 다독임

"목욕이 그립다면, 오늘도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입니다."
風呂が恋しくなったら、 今日もがんばった証拠です。
"자, 앞으로 403,200초면 주말이 찾아옵니다. 힘냅시다."
さあ、あと 403,200秒で 土日がやってきます。 頑張りましょう。
"청춘이 없는 것도, 청춘이다."
青春がないのも、 青春だ。

3️⃣ 패배에 관한 재해석

"2위가 세상을 재미있게 만든다."
2位が世界を面白くする。
"져도 즐거워 보이는 사람에게는, 영원히 이길 수 없다." 
負けても楽しそうな人には、 ずーっと勝てない。
"애쓰지 않아도 돼, 아쉬움을 배우고 돌아가자."
がんばらなくていいよ、 悔しさを学んで帰ろう。

4️⃣ 사랑을 향한 동경

 "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이 시대에 저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結婚しなくても 幸せになれるこの時代に 私は、あなたと 結婚したいのです。
"별의 수만큼 사람이 있지만, 오늘 밤 당신과 술을 마신다."
星の数ほど人がいて、今夜あなたと飲んでいる。

5️⃣ 성장에 대한 갈망

"작년 옷이 안 어울렸다. 내가 전진해버렸으니까."
去年の服が似合わなかった。 わたしが前進しちゃうからだ。
 "운 것은, 나. 울음을 그친 것도, 나."
泣いたのは、わたし。 泣き止んだのも、わたし。
"낚이고, 말려지고, 깎이고, 좋은 맛을 내고는 버려진다. 가쓰오부시야, 인생은."
釣られて干されて削られて、 いい味出して捨てられる。 鰹節だよ人生は。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겪어봤을 상황이에요. 전시에 쓰여있는 말들을 누군가로부터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말도 A4 용지 한 장에 한데 모아 인쇄한다면, 감흥이 생길 리 없습니다. 전시 속 문장들은 하나씩 천천히 감상하고 이해해서 받아들일 때 의미가 증폭돼요.

그래서 전시는 ‘말’을 그림이나 조각같은 오브제로 다뤘습니다. 말을 대형 플랜카드에 인쇄하거나, 직접 넘겨보는 대형 책, 그리고 나를 비춰보는 거울, 커다란 조각상으로 만들어 바닥부터 천장까지 흩뿌려 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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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목욕이 그립다면, 오늘도 열심히 노력했다는 증거입니다 (우)결혼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이 시대에 저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습니다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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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403,200초 뒤면 주말이 옵니다. 힘내봐요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 X

전시 장소는 도쿄 토라노몬 힐즈 45층에 있는 '도쿄 노드' 갤러리입니다. 통창으로 들어오는 자연광의 색이 바뀔 때마다 흰색 톤의 갤러리 분위기도 달라져요. 시간대에 따라, 날씨에 따라 말들이 다르게 와 닿습니다. 공간이 전시의 일부가 된 거예요. 그런데 이 장소를 선택한 이유는 공간적 미감 때문만이 아닙니다.

전시 장소로 토라노몬 '도쿄 노드'를 고른 이유

tokyo node
도쿄 노드의 전경 ©MORI BUILDING

전시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실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은 광고 크리에이티브 축제인 '토라노몬 광고제'의 일부로 기획되었습니다. 토라노몬 광고제는 올해 처음으로 개최되었는데요. 이 페스티벌이 고른 장소가 바로 도쿄 토라노몬 힐즈였습니다.

8일간 1만 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했어요. 일본 광고계 안팎의 크리에이터 400여 명이 120개 넘는 대담, 쇼케이스, 공모전 등을 펼쳤습니다. 그 중 하나였던『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은 SNS 바이럴에 큰 기여를 해줬고요. 도쿄에서 새로운 광고제가 탄생한 것은 지금 일본 광고업계가 마주하고 있는 고민 때문이었습니다.

이 기획을 주도한 사람은 덴츠 출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가노 카오루. 일본에는 뛰어난 광고인이 많지만, 정작 서로 교류하거나 의견을 나누는 장소는 거의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어요. 같은 회사에 있어도 서로 얼굴을 모르는 경우가 많고, 세대·장르·직무를 뛰어넘는 만남은 더 드물었다고 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같은 고민을 공유할 동료도 없고, 보는 시야도 점점 좁아지잖아요. 사람의 마음을 잘 알고 움직여야 하는 업계가 서로 멀어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새로운 연결의 장을 만들기로 한 거예요.

이때 토라노몬을 장소로 선택한 이유는 지역이 가진 성질 때문입니다. ‘몬(門)’이라는 이름처럼 토라노몬은 특정 산업 영역을 대표하기 보단 다양한 업종과 비즈니스가 모이는 도시의 관문 같은 장소거든요.

게다가 전시를 연 토라노몬 힐즈의 도쿄 노드에는 연결점(Node)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비즈니스, 디자인, 테크놀로지, 엔터테인먼트가 교차하는 정보 발신 거점이라는 컨셉을 지닌 공간이에요. 광고제의 취지와 가장 잘 맞아떨어지는 장소였죠.

광고는 인간과 마주하는 것이니까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일에는 그만큼 품이 듭니다. 세대와 장르, 직무, 직함을 막론하고 크리에이터들이 모이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카피라이터라면 TCC(도쿄카피라이터즈클럽), 아트 디렉터라면 ADC(도쿄아트디렉터즈클럽) 등에서 각각 모이는 것이 다였어요.

하지만 '토라노몬 광고제'가 오랜 관행을 뒤엎었습니다. 곳곳에 흩어져 있던 실력자들은 물론이고 대중도 한 자리에 모여 함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했어요. 앞으로 이들이 또 어떤 새로움을 만들며 반짝거릴지 기대됩니다.

"굳이, 광고에 대해. 굳이, 지금 한다."
あえて、広告のこと。あえて、今やる。

토라노몬 광고제의 카피입니다. 지금 이 시점에 광고에 관한 페스티벌을 여는 이유는 '광고가 인간과 마주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덧붙였어요. 결국 『아, 이 말, 신경쓰여 전(展)』속 문장들과 토라노몬 광고제는 '사람의 마음을 울리기 위해' 노력 중인 도쿄의 달라진 태도를 보여줍니다. 지금보다 더 인간미를 갖춘 도쿄의 앞날이 기대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