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이스이 | "줄 서기 싫으면 1만 원 내세요" 일본 최초의 음식점 우선 입장 서비스

맛집에 찾아갔다가 30팀쯤 되는 대기줄을 보고 포기했던 적 있으시죠? 특히 여행지에서는 대기에 1시간 이상을 쓰는 게 한없이 아깝게만 느껴집니다. 그 시간에 한 군데라도 더 둘러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대기 시간을 제로로 만들어주는 최초의 음식점 패스트 트랙 서비스가 서비스가 탄생했습니다. 그 이름은 '스이스이(SuiSui)'예요.

스이스이 | "줄 서기 싫으면 1만 원 내세요" 일본 최초의 음식점 우선 입장 서비스
©SuiSui

모처럼 맛집에 찾아갔는데 줄이 너무 길어서 포기했던 적, 누구에게나 있을 거예요. 인기 식당에 사람이 몰리는 건 당연한 일이지만 1시간 넘게 줄을 서있기란 쉽지 않은 일이죠. 때로는 겨우 줄을 서서 식사를 했는데, 대기시간보다 훨씬 짧은 식사 시간에 허탈함이 몰려올 때도 있어요.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림’에 쓰고 있을까요? 만약 우리에게 ‘기다리지 않을 권리’가 주어진다면 삶은 더 나아질 수 있을까요? 일본에는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서비스가 있어요. 일본 최초의 음식점 우선 입장 서비스 ‘스이스이(SuiSui)’입니다.

목차

  • 줄 서는 고생을 돈으로 사기 시작한 사람들
  • 음식점 앞 대기줄을 없애지 않은 이유
  • 고생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

줄 서는 고생을 돈으로 사기 시작한 사람들

스이스이는 줄 서는 음식점을 위해 개발된 서비스입니다. 누구나 스마트폰으로 우선 입장 티켓을 구입하면 대기줄을 건너뛰고 가장 앞 순서로 입장할 수 있어요. 2025년 5월에 처음 개시된 이 서비스는 현재 도쿄를 중심으로 한 인기 음식점이나 주요 도시의 매장 약 70곳이 도입했습니다. 지금까지 누적 이용자는 3만 명 이상이에요.

SuiSui의 안내 간판이 모여있는 사진들
©SuiSui

스이스이가 제안하는 가치는 명확합니다. 이른바 ‘시간을 돈으로 사는’ 경험이죠. 그렇다면 관건은 얼마를 내고 줄 서기를 스킵할 수 있느냐일텐데요. 패스권의 평균 가격은 900~1,000엔 수준이에요. 이 금액은 요일, 시간대, 가게 혼잡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인기 음식점의 점심 피크 타임에는 1,000엔을 넘기기도 하고, 기간 한정 콜라보 이벤트를 진행하는 매장에서는 5,000엔까지 책정되는 사례도 있어요.

이 서비스의 흥미로운 점은 ‘사전 구매’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이용자는 매장에 도착한 뒤 실제 대기줄과 혼잡도를 직접 확인하고 나서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요. 미리 패스권을 사두었는데 줄이 생각보다 짧아 손해를 보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죠. 기다릴지, 비용을 지불하고 시간을 절약할지에 대한 선택권이 온전히 소비자에게 있는 구조입니다.

물론 기존 대기 고객 입장에서는 돈을 내고 먼저 입장하는 사람들에 대한 반감이 생길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스이스이에 따르면 피크 타임 기준 패스트패스 이용 비율은 전체의 약 10% 수준에 그칩니다. 대부분의 고객 흐름을 방해하지 않으면서도, ‘기다림에 민감한 소수의 수요’만을 분리해 흡수하는 방식인 셈이에요.

이 구조는 음식점 입장에서도 이점이 분명합니다. 매장은 좌석 회전율을 인위적으로 높이지 않으면서도 추가 매출을 만들 수 있고, 혼잡 시간대의 고객 불만을 일정 부분 완충할 수 있어요. 특히 관광객 비중이 높거나 피크 타임과 비피크 타임의 체감 차이가 큰 매장일수록, 스이스이는 ‘기다림’을 관리 가능한 자원으로 바꿔주는 도구가 됩니다. 줄 서는 문화 자체를 없애기보다는, 그 안에 가격이라는 선택지를 삽입한 서비스라고 볼 수 있겠죠.

음식점 앞 대기줄을 없애지 않은 이유

그런데 스이스이를 보면 이런 의문도 듭니다. 대기줄이 문제라면 이미 보편화된 번호표나 예약 시스템을 쓰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거죠. 스이스이는 줄을 없애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가 뭘까요?

이 선택은 음식점의 입장에 서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매장 앞에 늘어선 대기줄은 그 가게의 인기와 신뢰를 가장 직관적으로 증명하는 장면이에요. 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매장의 가치를 드러낼 기회를 잃는 것과도 같아요. 다만 문제는 이 줄이 길어질수록 주변 상권과 보행자에게 민원이 발생하고, 운영 부담으로 되돌아온다는 점이었어요.

그래서 스이스이는 대기줄을 제거하는 대신, 그 안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기로 합니다. 음식점의 하루 매출에는 구조적인 상한선이 있습니다. 평균 객단가에 좌석 수와 회전율을 곱한 값이 하루 매출의 최대치죠. 스이스이는 이 공식에 ‘기다림’이라는 요소를 추가합니다. 패스권을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기존 좌석이나 운영 방식에 손을 대지 않고도 매출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줍니다.

이 과정에서 음식점이 부담해야 할 초기 도입비나 고정비도 없습니다. 패스권 이용자에게서 발생한 수익 일부를 수수료로 정산하는 구조이기 때문이에요. 실제로 스이스이를 도입한 매장에서는 월 평균 약 10만 엔 규모의 티켓 매출이 추가 발생하고 있으며, 이 수익은 매장 수선비나 인건비 등 운영의 완충 장치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줄 서는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가 아니라, 외식업의 수익 구조를 보조하는 장치에 가까워요.

스이스이의 시야는 매장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습니다. 창업자 사토 케이치로씨가 말하는 최종 목표는 ‘줄 서는 시간을 가치 있는 경험으로 전환해, 지역 전체의 외식과 관광 동선을 재설계하는 것’입니다. 관광객이 패스권을 통해 대기 시간을 절약한다면, 그 여유 시간은 주변을 걷고, 카페에 들르고, 기념품을 사는 데 쓰일 수 있으니까요.

이는 단순한 편의 제공을 넘어, 관광객의 시간과 이동을 분산시키는 인프라적 효과를 만듭니다. 특정 인기 매장 앞에 체류 시간이 과도하게 몰리는 대신, 지역 안에서 소비와 이동이 자연스럽게 순환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죠. 스이스이는 줄을 없애는 대신, 줄이 만들어내는 흐름을 지역 전체로 확장하려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고생이 더 이상 미덕이 아닌 시대

닛케이 트렌드는 매년 11월, 판매 조짐과 사회적 영향력을 기준으로 다음 해 주목받을 서비스와 상품을 ‘히트예측 베스트 30’으로 발표합니다. 2025년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이스이는 이 가운데 7위에 선정됐어요. 시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를 중시하는 ‘타이파(タイパ)’ 트렌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외식에서 가장 오래된 과제인 대기 시간을 해결하면서도 음식점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냈다는 평가였습니다.

이 평가의 이면에는 하나의 사회적 맥락이 숨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의 고생을 원하지 않아요. 어디에 에너지를 쓰거나 아낄지 스스로 결정하려는 의지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일이 인기의 증표이자, 어느 정도는 감내해야 할 의례처럼 여겨졌다면, 이제는 그 시간을 다른 경험으로 바꾸는 선택지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스이스이는 줄 서는 고생을 없애준 서비스라기보다, 그 고생을 ‘할지 말지 선택할 수 있게 만든 서비스’에 가깝습니다. 시간을 돈으로 바꿔 더 여유롭게 여행하고, 덜 지치게 하루를 보내는 것. 그 선택이 더 이상 사치나 편법이 아니라, 합리적인 판단으로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된 것이죠.

놀이공원에서만 존재하던 패스트 트랙이 음식점 앞 풍경으로 확장되고 있는 지금, 외식은 단순히 무엇을 먹느냐를 넘어 어떻게 시간을 쓰느냐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줄 서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얼마까지 쓰실 수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