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 새벽 2시의 장미에서는 어떤 맛이 날까?
사람들이 1년 동안 재출시되기를 고대했던 스타벅스 음료가 있습니다. ‘로즈 20(玫瑰20)’으로, 음료 한 잔에 장미 20송이의 에센스를 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에요. 그런데 카피를 보면 이게 평범한 장미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요즘은 음식에 관해서 소비자가 알 수 있는 정보가 꽤 많습니다. 원산지나 생산지 정보도 꼼꼼히 기재되어 있고, 오픈 키친이 있는 식당에서는 조리 과정까지 볼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만든 사람의 태도’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뭘로 만든 건지는 알 수 있어도, 어떤 마음으로 만든 건지는 보이지 않으니까요.
제품이나 서비스에 공들인 마음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해 속상했던 분들에게 스타벅스 차이나는 의외의 해법을 알려줍니다. 단 두 세줄 짜리 문장이면 고객에게 충분히 제작자의 마음가짐을 보여줄 수 있다고요. 스타벅스가 2026년 봄 ‘로즈 20(玫瑰20)’이라는 메뉴를 재출시하면서 공개한 카피들을 살펴 보겠습니다.

꽃잎 한 장 한 장마다
산바람과 계곡의 보살핌을 싣고
당신을 만나러 피어납니다
(每一片 花瓣 都载着 山风河谷的 眷顾 起来见你)
꽃에게는 꽃의 규칙이 있어
다정하게 대해주어야
향기가 달아나지 않습니다
(花 有花的規矩 對它溫柔 香氣 才不會逃走)

달빛이 장미를 깨우면
꽃 농부는 밤의 장막을 걷어내고
약속을 향해 달려갑니다
(月亮 叫醒了玫瑰 於是花農 掀開夜色 趕來赴約)
꽃 농부는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꽃 또한 기다리는 이를 저버리지 않습니다
(花農 從不趕時間 花也從不 辜負 等待的人)

장미가 장미를 만나면
손바닥 안에서 곧 온 봄이 빚어집니다
(玫瑰 遇見玫瑰 手心裡 就醞釀出 整個 春天)
이 카피에는 음료의 이름이나 가격, 원산지 정보 같은 건 없습니다. 대신 달빛, 꽃을 재배하는 농부, 꽃잎이 피어나는 과정이 있죠. 그러나 이 단순한 문장만 봐도 사람들은 장미가 어떤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피어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농부가 어떤 마음으로 꽃을 재배했는지도요. 마치 향수 브랜드가 썼을 법한 글들인데요. 스타벅스가 이런 카피를 쓴 건 음료를 향수 브랜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로즈 20'은 한 잔에 장미 20송이의 에센스가 들어갑니다. 꽃잎으로 환산하면 840장이 한 잔에 녹아 있는 셈이에요. 게다가 이건 평범한 장미가 아닙니다. 1,300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자랑하는 산둥성 핑인(平阴)에서 엄선했어요. 북위 36도에 위치해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양이 비옥한 핑인에서는 크고, 색이 선명하며, 향이 진한 장미가 자랍니다. 채집 과정도 범상치 않아요. 농부들은 카피에 쓰여 있듯이 진짜 달빛 아래서 수작업으로 꽃을 채집합니다. 주요 작업 시간대는 새벽 2시부터 6시 사이. 이때가 꽃 향기가 가장 진해서예요.
스타벅스는 채집한 장미들을 15시간 이내에 저온에서 20시간 동안 천천히 추출합니다. 이 에센스를 넣은 음료는 장미향이 진동할 수밖에 없죠. 시중에 있는 꽃향 베이스의 음료들이 대체로 시럽이나 인공 향료를 사용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음료의 특별함을 소비자들이 몰라볼 리 없습니다. ‘로즈 20’은 2025년 밸런타인 데이에 처음으로 한정 출시됐는데요. 일주일 만에 전 제품이 품절되고, 그 후 일 년 내내 재출시를 요청하는 글들이 이어집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이 쏟아지는 음료 시장에서 단종된 제품이 1년 내내 언급되는 건 드문 일이에요. 그러다 2026년 3월, 드디어 음료가 다시 출시됩니다. 이번에는 기존의 로즈 20 아메리카노와 라떼에 더해, 말차 라떼와 장미 꽃잎을 올린 마키아토까지 새롭게 추가됐어요.
스타벅스는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서 ‘로즈 20’의 귀환을 기념했어요. 세계 여성의 날(3/8)을 맞이해 전국 162개 스타벅스 테마 매장을 마치 도시 속 정원처럼 꾸며 뒀죠. 바깥에서 바라보면 스타벅스 커피컵 안에서 장미꽃이 통째로 와르르 쏟아지는 모양입니다. 천연 장미의 에센스를 활용했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 생화를 수천 송이나 사용했어요.

그러나 그 모든 것 중에서 가장 직관적으로 음료의 정체성을 전달한 건 역시 카피였습니다. 로즈 20이라는 음료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장미의 특별함이고,새벽 2시에 드넓은 장미꽃밭에서 시작하는 이야기를 쉽게 잊을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