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두 번째 유행이 시작됐다, 한밤중에 파르페 먹는 사람들
홋카이도에는 독특한 술 문화가 있습니다. 보통 술자리가 끝나고 라멘집에 들른다면, 이곳 사람들은 '파르페'를 먹으러 가요. 가격은 3천 엔(약 3만 원). 비싸지만 들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화가 이제 도쿄를 포함한 일본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어요. 한밤중의 파르페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요?
예전에 일본 드라마를 보면 이런 장면이 종종 나왔습니다. 회식을 마친 직장인들이 다같이 라멘집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술 마신 후에는 살짝 배도 고프고 해장도 해야하니, 마무리로 라멘을 먹는 게 술자리의 정석이었죠. 그래서 일본에는 마무리 라멘이라는 뜻의 ‘시메노라멘(締めのラーメン)’이라는 단어도 있습니다.
그런데 홋카이도만큼은 상황이 달랐어요. 적어도 2015년부터는요. 여기에는 술을 마신 뒤 끝마무리를 라멘이 아닌 ‘파르페’로 하는 문화가 있었거든요. 이름은 마무리 파르페라는 뜻의 ‘시메 파르페’. 삿포로 스스키노에 ‘파르페테리아 팔(Parfaiteria PaL)’이라는 가게가 문화를 처음 만들었어요.

가게의 운영 시간은 오후 6시부터 밤 12시. 약 2~3천 엔(약 2~3만 원)하는 고가의 파르페를 팝니다. 그런데도 밤 8시쯤 되면 가게 앞에 줄이 늘어서요. 직접 가서 파르페를 보면 인기가 이해됩니다. 길다란 컵 안에는 산뜻한 젤라또와 생과일, 허브 등이 차곡차곡 쌓여있는데, 파티시에가 수작업한 디저트가 꼭 예술 작품 같아요.

사람들이 술자리 끝에 시메 파르페를 찾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심야에 술을 마시고 기름진 라멘으로 마무리를 하면 몸에 부담이 됩니다. 배는 부르지만 왠지 죄책감이 느껴지죠. 이런 사람들에게 차가운 아이스크림과 과일의 산미는 알콜로 달아오른 몸을 금방 식혀줬어요. 외관도 화려해 꼭 스스로에게 주는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삿포로 내 여러 전문점에서 유명세를 얻던 시메 파르페 문화는 2017년에 도쿄로 진출합니다. 그러더니 지금은 전국구로 확산됐죠. 파르페 전문점들이 하나 둘 등장하더니, 이제 패밀리 레스토랑도 고가의 파르페 메뉴를 출시합니다. 일본에서는 ‘제2차 파르페 붐’의 조짐이 보인다는 말도 나와요.
그런데 유행의 양상이 첫번째와는 약간 달라졌습니다. 1차 유행 때는 ‘라멘의 대체재’였다면, 지금은 ‘술 없이도 먹는 밤의 주인공’이 됐어요. 그래서 예전에는 파르페 전문점이 주로 술집 근처에 있었다면, 이제는 한적한 골목길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가게 안에서 먹는 게 원조였다면, 지금은 테이크아웃 전문점들도 쉽게 찾을 수 있죠. 순수하게 ‘심야 파르페’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난 결과예요. 후발주자들을 한번 볼게요.
우선 ‘아이스와 베츠바라(アイスは別腹)’는 2021년에 생긴 테이크아웃 전문점입니다. 5~10평 규모의 가게에서 약 30종의 파르페를 판매해요. 가격은 700엔(약 7천 원) 전후. 번화가에서 살짝 떨어진 장소에서 작게 출점해서 임대료는 줄이고 마진을 높이는 구조죠.

다음은 ‘파르페 바 앤 비고(Parfait Bar &VIGO)’입니다. 2021년에 시작되어 2029년까지 100개의 매장을 내겠다는 목표로 프랜차이즈를 확장 중인데요. 식후에 먹는 디저트를 ‘바 문화’에 편입시켰어요.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의 어른용 파르페를 판매하면서 주류와의 페어링도 제안하죠. 술과 파르페가 공존하는 모델이에요.

아예 고급화의 끝을 달리는 전문점도 있습니다. 파르페를 하이엔드화한 ‘파티스리 아사코 이와야나기(パティスリィ アサコ イワヤナギ)예요. 파르페와 음료를 더한 금액이 약 6천 엔(약 6만 원)으로, 예약제로 운영합니다. 파르페 마니아들 사이에서 특히 유명해요.


다양한 컨셉의 파르페 전문점이 전국에서 인기를 얻기까지는 여러가지 사회적인 요인이 작용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최근 늘어나고 있는 젊은 층의 ‘탈 알콜’ 현상이에요.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밤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술기운 없이도 달콤한 걸 먹으면서 속마음을 나누는 커뮤니케이션을 원해요.
지방에서는 심야의 파르페 전문점이 더 반갑습니다. 늦게까지 영업하는 카페가 드물거든요. 밤 8시 이후에 갈 수 있는 장소는 이자카야나 가라오케,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 뿐이죠. 술은 더 못 마시겠고, 그렇다고 집에 가기는 아쉬울 때 파르페 전문점은 좋은 대안이 되어줍니다.
여기에 SNS는 파르페 전문점의 유행을 견인하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합니다. 밤의 기분을 채워주는 파르페의 화려한 모습은 SNS에 올리기에 딱이죠.
이제 일본에서 밤은 점점 ‘술’의 시간에서 ‘디저트’의 시간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를 알아채기라도 한듯 2025년 12월, 카레 전문점 ‘코코이찌방야(CoCo壱番屋)’가 시메 파르페 문화를 처음 만든 가쿠(GAKU)를 자회사화합니다. 파르페 전문점의 전망을 그만큼 좋게 보았다는 뜻이겠죠. 향후 일본에서 파르페의 입지가 얼마나 더 커질지, 앞으로는 또 어떤 문화를 만들어나갈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