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제리야 | 메뉴판에 없는 메뉴가 필살기! '제4차 모닝 붐'의 비결
요즘 일본에는 '제4차 모닝 붐'이 일고 있습니다. '모닝'은 아침 시간대에 커피를 사면 토스트나 삶은 달걀 등의 간단한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뜻하는데요. 이번에 모닝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건 다름아닌 패밀리 레스토랑 '사이제리야'였어요.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시기에는 밥값도 부담입니다. 일본도 오랜 물가 상승으로 고충이 많은데요. 이 때문에 외식업계에서 독특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요. 식료품 물가가 오르다보니 사람들이 집에서 밥을 해먹지 않고 외식으로 아침밥을 해결하고 있는 거예요. 아침 식사 시장 규모는 5300억 엔(약 5조 3천억 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사람들이 외식을 할 때 주로 활용하는 건 ‘모닝 서비스’예요. 아침 시간대에 커피를 주문하면 토스트나 삶은 달걀 등 가벼운 아침 식사를 무료 제공하는 서비스로, 코메다 커피나 호시노 커피 등 프랜차이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죠. 맥도날드나 도토루 커피에서도 500엔(약 5천 원)짜리 동전 하나로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한정 메뉴들을 판매합니다.
커피 전문점, 햄버거 가게, 규동집, 패밀리 레스토랑 등 대형 외식 체인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아침 메뉴 판매에 열심입니다. 외식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제4차 모닝 붐’이 왔다고 분석하고 있는데요. 역사는 이렇습니다. 1950년대 아이치현의 찻집 모닝 세트에서 1차 붐이 시작된 이래로, 2차 붐은 1980년대에 호텔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발생했어요. 그후 2010년, 미국 브런치 전문점이 일본에 상륙하며 3차 붐이 나타났죠. 그리고 지금 4차 붐에 이르렀습니다.
그중에서도 제4차 모닝 붐을 주도하고 있는 건 패밀리 레스토랑이에요. 특히 저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사이제리야(サイゼリヤ)’에 사람들이 주목합니다. 사이제리야는 2025년 6월부터 300엔(약 3천 원) 정도면 아침 한 끼를 사먹을 수 있는 ‘아침 사이제(朝サイゼ)’를 운영하기 시작했어요. 현재 일본 내 1,000곳이 넘는 매장 중 ‘아침 사이제’를 도입한 매장은 약 17곳(2026년 2월 기준)입니다.

아직 실험 단계라고 볼 수 있는데도 화제성은 뜨겁습니다. 어쩌다 4차 모닝 붐을 패밀리 레스토랑이 일으키게 된 걸까요? 단지 저렴한 가격 때문이 아닙니다. 사람들이 굳이 사이제리아에서 아침을 먹고 싶어하는 이유가 있었어요.
목차
- 메뉴판에 없는 메뉴, '커스텀'이라는 필살기
- 레스토랑의 품격에 패스트푸드의 효율을 더하는 법
- '무난함'을 버리면 새 시장이 보인다
메뉴판에 없는 메뉴, '커스텀'이라는 필살기
우선 사이제리아의 아침 한정 메뉴부터 살펴볼까요? 가장 기본적인 메뉴는 300엔(약 3천 원)짜리 ‘포카치아 세트’입니다. 납작한 포카치아에 해시브라운 감자 3개가 제공되고, 여기에 드링크바까지 포함되어 있어요. 파니니에 이탈리아식 베이컨이 들어가 있고 드링크바가 포함된 ‘판체타와 치즈 파니니 세트’는 450엔(약 4천 5백 원) 수준입니다. 세트 메뉴가 아무리 비싸도 5천원 내외라 부담이 적어요.


여기에 사이드 메뉴도 있습니다. 치킨 샐러드, 우유 젤라또, 시골풍 미네스트로네, 시금치 소테 등 15종의 메뉴를 단품으로 주문할 수 있어요. 기본빵인 포카치아도 150엔(약 1,500원)에 판매합니다. 바로 여기에 사이제리야 아침 식사의 묘미가 있어요. 사람들은 사이제리야에서 자신의 취향이나 기분에 따라 아침 식사를 커스터마이징합니다. 사이드 메뉴를 자유롭게 조합해서 원하는 음식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예를 들어 포카치아에 시금치 소테, 새우 샐러드를 조합하면 나만의 파니니가 탄생합니다. 여기에 매장에 기본적으로 구비되어 있는 올리브 오일이나 시칠리아산 소금, 흑후추, 핫소스를 곁들이면 풍미가 풍부해져요. 따뜻한 포카치아에 우유 젤라또를 넣어 디저트로 먹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포카치아는 마치 ‘흰 쌀밥’처럼 여러 음식과 궁합이 좋아 이런 시도들을 가능하게 해줘요.
드링크바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스티와 탄산수를 섞은 다음 레몬즙을 살짝 떨어뜨리는 식으로 나만의 음료를 만들 수 있어요. 사이제리야 또한 고객들에게 여러 음료를 섞어 마시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맥도날드나 코메다 커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경험이에요. 많은 외식업체가 아침 메뉴를 판매하지만 대다수는 완성품입니다. 하지만 사이제리야에는 고객이 직접 재료를 골라 아침 식사를 만들어 먹는 재미가 있어요. 이것저것 더해도 가격이 저렴하니 편의점에 가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인 선택으로 느껴집니다.
보통 패밀리 레스토랑은 대중적인 맛을 추구합니다. 그 ‘예측 가능하면서도 안정적인 맛’이 장점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이를 반대로 말하면 큰 임팩트는 없다는 뜻과도 같아요. 하지만 사이제리야에서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개성있는 조합을 만드는 일이 가능합니다. 고객에게 맛, 가격, 경험 면에서의 부가가치를 제공하고 있어요.
레스토랑의 품격에 패스트푸드의 효율을 더하는 법
그런데 사이제리야는 어떻게 아침 식사를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걸까요? 그 밑바탕에는 ‘패스트 캐주얼’화 전략이 있어요.
패스트 캐주얼은 ‘패밀리 레스토랑’과 ‘패스트푸드’의 사이에 위치한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가격대는 패밀리 레스토랑보다 저렴하고, 패스트푸드보다는 더 공들여 음식을 판매하는 중간자적인 위치예요. 패밀리 레스토랑이면서도 패스트푸드의 가격대를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은 메뉴 수의 축소입니다. 메뉴 수가 줄면 물류 효율이 높아지고 매장 작업 공정도 단순해져요. 그래서 사이제리야는 2023년 가을에도 메뉴를 기존 141종에서 101종으로 줄인 바 있습니다.
게다가 사이제리야는 식재료 생산, 가공, 판매를 모두 직접 수행합니다. 그리고 주문은 모바일 오더, 서빙은 로봇, 계산은 셀프로 운영해 인건비를 줄이죠. 원가 관리, 오퍼레이션, 인력 부문에서의 효율화를 통해 비용을 통제함으로써 저가 메뉴로도 수익성을 확보합니다.
아침 메뉴를 판매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패밀리 레스토랑이 일단 최대한 많은 메뉴를 준비하는 것과 달리, 조리 공정이 단순한 기존 메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새로운 설비 투자 없이 아침 시간에도 수익을 창출한다는 건 운영 효율 측면에서 엄청난 강점이에요.
‘패스트 캐주얼화’를 추진하는 동안 사이제리야의 국내 실적은 대폭 개선됐습니다. 일본 내 매출은 2025년 9월 기준 47개월 연속으로 전년 동월을 상회했고, 최근 1년 간 고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0~20%나 증가했어요. 2025년 8월기 결산에 따르면 매출은 전기 대비 14% 증가한 2567억 엔(약 2조 5,670억 원), 영업이익은 4% 증가한 154억 엔(약 1,540억 원)으로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요. 타 외식업체가 가격을 올릴 때 변화를 통해 ‘압도적인 가성비’를 유지한 결과입니다.
'무난함'을 버리면 새 시장이 보인다
취향이 세분화되고 소비는 양극화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패밀리 레스토랑의 포지션은 점점 애매하게 변해갔습니다. ‘어떤 메뉴든 다 준비했다’는 건 달리 말하면 필살기가 없다는 뜻이었고, 여기에 가격까지 인상하니 더 어정쩡한 존재가 됐죠.
하지만 사이제리야는 ‘패스트 캐주얼화’ 전략을 추진하며 새로운 아침 시간대로 진출해 자신의 개성을 뚜렷하게 다듬어 나가는 중입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특유의 여유로운 공간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제대로 된 맛을 즐길 수 있다면, 그곳에서 하루를 시작할만한 가치가 있겠죠. 도쿄의 사이제리야 매장에 평일 밤에도 대기줄이 늘어서 있듯이, 언젠가 아침에도 줄을 선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