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현장도 브랜딩의 일부! 창의적인 중국 가림막 디자인 모음
힙한 포토존이 공사장 앞이라면 믿어지시나요? 최근 중국에서는 공사 현장의 가림막을 브랜드의 '독점 콘텐츠'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루한 공사 기간을 브랜드의 태도와 위트를 보여주는 브랜딩의 시간으로 재정의한 것이죠. '공사 중'이라는 기다림을 설렘으로 바꾼 중국 브랜드들의 영리한 디자인들을 모아봤습니다.
브랜딩은 세상에 완성본을 내놓은 순간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오늘 기사를 주목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는 매장이 아직 설치 중인 순간에도 브랜딩을 합니다. 각 브랜드의 정체성을 담은 공사장 가림막을 통해서 말이죠. 모든 브랜드가 너나 할 것 없이 창의성을 발휘하다보니 디자인 경쟁도 치열합니다. 오늘은 중국의 유니크한 공사장 가림막 디자인들을 총 4가지의 유형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진솔형
첫번째는 헤이티(HEYTEA, 喜茶)입니다. 헤이티의 공사장 가림막은 지금까지 몇 번이나 화제가 됐었어요.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지만 디테일을 살펴 보면 헤이티 특유의 재치와 센스가 돋보입니다.

일반적으로 브랜드가 설치해 놓은 가림막에는 ‘coming soon’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그런데 헤이티는 달랐어요. 공사에 걸리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으니 ‘soon’이라는 글자에 빗금을 그은 뒤 옆에 ‘slowly’라고 수정을 해둔 거죠. 옆에는 로딩 시간을 나타내는 아이콘을 잎 모양으로 그렸고요. 그 결과 헤이티는 공사 기간을 브랜드가 퀄리티를 위해 들이는 '정성의 시간'으로 재정의합니다. ‘제대로 만들기 위해 천천히 가고 있습니다’라는 태도의 전환은 팬덤을 만드는 포인트가 되죠.

그런데 가림막 디자인으로 사랑을 받던 헤이티가 어느 날 대형 실수를 합니다. 공사장 가림막에 쓴 문구에 오타가 있었던 거예요.

‘小憩一下 为呈现更好的喜茶’
(더 나은 헤이티를 보여드리기 위해 잠시 쉬어갑니다)
오탈자는 원래 쓰려던 한자 ‘呈’의 아랫부분에서 실수로 가로 획 하나를 빠뜨리며 탄생했습니다. 이 현장을 발견한 블로거는 곧장 사진을 찍어 온라인에 공유했어요. 네티즌들은 디자인, 출력, 제작, 설치 과정에서 아무도 오탈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놀랐죠. 이것이야말로 ‘디자이너 공개 처형 현장’이라며 안타까워하는 직장인들도 많았어요.
그런데 헤이티는 오히려 이 대형 실수를 호감으로 바꿔냅니다. 블로거에게 고맙다며 무료 음료를 선물한 뒤 오탈자를 수정했는데요. 획 하나를 덧그리면 간단히 실수를 숨길 수 있는데, 오탈자에 빗금을 긋고 옆에 맞는 글자를 한번 더 적습니다. 실수를 쿨하게 인정하고 오히려 꾸밈없이 대응한 거죠. 헤이티의 오타 수정 사례는 대중들에게 완벽함보다 진정성과 인간다움이 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2.직관형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무엇을 파는 곳인지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가림막 디자인도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하메이(HARMAY) 매장 바깥에 설치된 가림막이에요. 작은 사이즈의 의자들이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죠. 이는 코스메틱, 향수 등을 여행용 샘플 사이즈로 쌓아두고 판매하는 하메이의 비즈니스를 단적으로 상징합니다.

원 베이글(ONE BAGEL)이 설치한 가림막도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커다란 오븐에서 빵이 구워지고 있는 이미지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이 자리에 어떤 매장이 들어설지 알아차리게 해줘요. 가림막은 단순히 공사 현장을 가리는 역할에서 벗어나 브랜드들의 아이디어를 뽐내는 장이 된 것 같습니다.

한편 ‘할머니가 손맛으로 만든 수제 음료’를 컨셉으로 하는 차 브랜드 ‘아마수작(阿嬷手作)’은 가림막으로 브랜드의 정서를 표현합니다. 이 가림막은 밤이 되면 내부에 조명이 켜져 마치 그림자 연극이 펼쳐지는 듯한 모습이 됩니다. 할머니의 정성스러운 손맛을 강조하는 브랜드인 만큼, 차가운 디지털 광고판 대신 옛날 이야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연출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가치를 시각화했어요.

3.경험형
가림막은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 놀 거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중국 운남 요리를 베이스로 하는 비스트로 '동리(Don't Leave, 东篱)'는 가림막에 핀볼 기계를 설치했어요. 사람들이 공을 와인잔 모양의 핀볼에 넣으면 하단부에 있는 운세 칸으로 들어가죠. ‘조기 은퇴’, ‘연애운 폭발’, ‘벼락 부자’, ‘월급 루팡’ 등의 운세는 온통 웃음을 자아내는 것들입니다.

젤라또 브랜드 '제러(Gelo既乐)'는 가림벽에 CCTV 컨셉의 포토존을 꾸며 놨어요. 사람들이 화면에 비친 자신의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했죠. SNS에 사진을 올리면 추후 무료로 젤라또를 제공하는 체험형 이벤트는 매장 홍보에도 도움이 됩니다. 이렇게 보면 아무것도 볼 게 없다고 여겨지는 공사 현장에서도 마케팅은 얼마든지 가능해요.

향기를 테마로 하는 프리미엄 과일 주스 브랜드 '호매호(好莓好, Hao Mei Hao)'는 마치 미술관 같은 가림막을 설치해두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합니다. 가림막에 ‘새벽녘의 숲’, ‘에메랄드 해안’, ‘고대 사찰’ 등 10가지의 향기 라인업을 설치한 다음 사람들이 향기를 먼저 맡고 맛을 상상하게끔 했어요. 오픈 전이지만 향기로 맛을 각인시키기에는 좋은 기회입니다.


4.위트형
이처럼 브랜드들은 공사 현장 가림막을 통해 브랜드의 태도와 정체성, 미적 감각 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유동인구의 시선을 빼앗기 위해서 꼭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건 아니예요. 아이스크림 브랜드 DQ가 옆 매장 ‘니코 앤드…(niko and…)’의 상호명을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화제가 된 것처럼요. 이 둘은 마치 가림막끼리 인사를 주고받는 듯해 귀엽기까지 하죠.

미완성의 순간까지 브랜딩으로 활용하는 중국의 가림막 디자인 어떠셨나요? 중국의 상업 공간은 교체 속도가 빠르고, 브랜드 경쟁이 치열합니다. 그래서 ‘열고 나서 알리는 것’보다, ‘열기 전부터 기억시키는 것’이 더 중요해졌어요. 이제 가림막은 브랜드의 ‘첫인상’이자, 종종 그 브랜드의 태도를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는 공간입니다. 여러분들도 완성된 순간만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시간까지 브랜드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