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코지타 후후 | 로봇은 다정해야 제 맛? 음식을 식혀주는 고양이 로봇이 통했다
뜨거운 음식 잘 못 드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반가워할 로봇이 있어요. 이름은 ‘네코지타 후후(猫舌ふーふー)’, 키가 고작 8cm 밖에 되지 않는 고양이 로봇입니다. 이 로봇이 하는 일은 '후-'하고 바람을 불어 음식을 식히는 거예요.
일본에는 ‘뜨거운 음식 잘 못 먹는 사람’을 가리키는 단어가 따로 있습니다. ‘네코지타(猫舌)’로, 번역하면 고양이 혀라는 뜻이에요. 보통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은 뜨거운 음식을 먹지 않습니다. 그래서 친숙한 고양이를 빌려와 '뜨거운 음식에 약한 사람'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게 됐죠.
2025년 세계 최대 ICT 전시회 CES에는 이들을 위한 로봇이 등장했습니다. CES는 매년 ‘더 빠른 것, 더 똑똑한 것, 더 거대한 것’을 경쟁하듯 내놓는 자리인데요. 그 한복판에서 손바닥보다 작은 로봇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어요. 기계는 사람들이 뜨거운 음식을 더 잘 먹을 수 있게 ‘후-’ 하고 바람을 불어주고 있었죠.

이 로봇의 이름은 ‘네코지타 후후(猫舌ふーふー)’. 신장이 8cm밖에 되지 않는 고양이를 접시나 컵 가장자리에 걸쳐두고 꼬리를 누르면 그때부터 바람이 나옵니다. 걸어둘 자리가 없다면 식탁 위에 앉혀두기만 해도 되죠. 이렇게 3분이 지나면 뜨거웠던 음식도 먹기에 딱 좋은 적정 온도가 됩니다. 고양이 안에 들어 있는 팬은 분리가 가능해서 여러번 사용한 후에는 실리콘만 따로 물세척을 하면 돼요.



네코지타 후후는 한 직원의 육아 경험으로부터 탄생했습니다. 아이는 뜨거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해요. 음식이 저절로 식는 걸 기다리기엔 인내심이 부족하고요. 결국엔 부모님이 매번 음식을 식히며 아이를 달래야 합니다. 식사 시간을 좀 더 유쾌하게 만들고 싶었던 직원은 고양이 모양의 쿨러를 만들기로 합니다. 여느 가정에서 겪는 보편적인 문제를 귀엽고 엉뚱한 방식으로 풀어낸 거죠.
로봇은 짧은 팔과 다리를 내밀어 식기에 매달린 채 열심히 바람을 붑니다. 그런데 여기엔 비밀 하나가 있어요. 고양이가 불규칙적인 리듬으로 바람을 불어주는 모드가 따로 있거든요. 로봇이 아닌 생명체 같은 모습은 애착을 느끼게끔 합니다.
크라우드펀딩에서 목표 금액의 700%가 넘는 후원을 받으며 등장한 네코지타 후후는 상을 휩씁니다.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BEST INVENTIONS OF 2025’를 비롯해 일본 ‘굿 디자인 어워드 2025’, ‘제19회 키즈 디자인상’ 등을 연이어 수상하죠. 요즘 로봇답게 AI를 탑재한 것도, 기술이 화려한 것도 아니지만 열심히 바람을 불어 음식을 식히는 모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네코지타 후후가 대히트를 치게 되자 새로운 시리즈 로봇 ‘베이비 후후(Babyふーふー)’도 탄생합니다. CES 2026에서 최초 공개된 베이비 후후는 이번엔 음식이 아니라 아이들의 더위를 식혀줘요. 2배는 커진 모습으로 유모차 핸들에 매달려 시원한 바람을 불어주죠.

아이들과 가까이 붙어있는 만큼 안전성도 중요하겠죠. 로봇 내부에 있는 팬은 하부에서 상부로 공기를 순환시켜 바람을 내보내는 구조라, 로봇 입에 아이의 손이 들어가도 다칠 일은 없어요. 베이비 후후는 2026년 초여름 출시를 앞둔 채 또 한번의 히트를 꿈꾸고 있습니다.
이 로봇들을 만든 건 유카이공학 주식회사입니다. ‘로보틱스로 세상을 유쾌하게’라는 비전을 가지고 커뮤니케이션용 로봇들을 만들어 왔죠. 그런데 제품 개발 방식이 좀 독특합니다. 사내에 따로 전문 부서를 두지 않고, 매주 직원들과 함께 ‘망상회’를 운영해요. 여기서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주고 받죠.
망상회에는 엔지니어와 마케터는 물론이고 총무, 인사, 경리 담당 모두가 참여할 수 있습니다. 매번 달라지는 주제에 대해 아무리 엉뚱한 아이디어를 내놓아도 부정하지 않는 게 원칙이에요. ‘질보다 양’을 우선시하는 자리입니다.
여기서 나온 아이디어는 1년에 한번 시행하는 사내 이벤트를 통해 시제품으로 탄생합니다. 전 직원은 5~6명이 하나의 팀을 꾸려 2~3개월 동안 기획부터 시제품 제작, 프레젠테이션까지 진행해요. 그동안 교류할 일이 없었던 사람들이 함께 일하는 과정에서 제품을 향한 다양한 관점이 탄생합니다. 별 볼 일 없는 듯했던 아이디어도 시제품을 만들고 나면 의미를 깨닫게 돼요.
그래서일까요? 지금까지 유카이공학이 출시했던 로봇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아기나 반려동물이 손가락을 살짝 깨물 때의 사랑스러움을 재현하는 ‘살짝 깨무는 하무하무(甘噛みハムハム)’, 토닥거리면 절로 힐링되는 꼬리 달린 쿠션 ‘쿠보(Qoobo)’, 부풀었다 줄어들었다 하며 호흡하는 쿠션 ‘후후리(fufuly)’ 등은 모두 귀여운데다 따뜻함을 지니고 있죠.



유카이공학은 앞으로 집집마다 한 대의 로봇이 있는 미래를 꿈꿉니다. 편리함, 효율성, 기능성보다 ‘사람에게 다가서는 마음’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어요. 유카이공학이 만든 로봇들이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도, 결국 이런 태도에 있는 게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