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 | 헤어지는 순간도 무지답게, 브랜드가 작별하는 법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브랜드에도 앞모습과 뒷모습이 있습니다. 무지(MUJI) 상하이 화이하이 755호점은 10년 간의 영업을 종료하면서 아름다운 작별 인사를 남깁니다. 무지다운 뒷모습을 보여드릴게요.
모든 시작에는 끝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시작만큼의 공을 들이기란 쉽지 않아요.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장을 열 때는 몇 달 전부터 카운트다운을 하고, 전단지를 나눠주고, 이벤트도 엽니다. 하지만 문을 닫을 때는 대개 별다른 말이 없없어요. 대개는 남은 재고를 정리하기 위한 할인 행사가 전부인 경우가 많죠.
하지만 무지(MUJI)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3월 31일 ‘무지 상하이 화이하이 755호 플래그십 매장’이 약 10년 간의 영업을 종료하면서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남기기로 했어요. 이 매장은 폐점을 한 달 가량 앞둔 3월 3일 밤부터 매장 앞에 대형 포스터를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3월 4일 새벽, 설치가 끝난 매장 앞 포스터에는 이런 인사가 적혀있었어요.

안녕, __에서 만나요.
안녕, 산과 강에서 만나요 (再见, 在山川见)
안녕, 호수와 바다에서 만나요 (再见, 在湖海见)
안녕, 들판에서 만나요 (再见, 在田野见)
안녕, 식탁에서 만나요 (再见, 在餐桌见)
안녕, 주방에서 만나요 (再见, 在厨房见)
안녕, 침실에서 만나요 (再见, 在卧室见)
안녕, 혼자 있을 때 만나요 (再见, 在独处时见)
안녕, 함께 모일 때 만나요 (再见, 在相聚时见)
안녕, 이른 아침에 만나요 (再见, 在清晨见)
안녕, 깊은 밤에 만나요 (再见, 在夜晚见)
안녕, 사계절 속에서 만나요 (再见, 在春夏秋冬见)
안녕, 여행길에서 만나요 (再见, 在旅途见)
안녕, 다음 여정에서 만나요 (再见, 在下一程见)
안녕, 생활 속에서 만나요 (再见, 在生活里见)
안녕, 무인양품에서 다시 만나요 (再见, 在無印良品见)
이 인사말은 헤어질 때 주고받는 인사말인 ‘짜이지앤(zàijiàn)’의 동음을 활용한 문장입니다. 앞부분에 나오는 ‘짜이지앤(再见)’은 ‘안녕, 또 보자’라는 뜻이에요. 뒤에 나오는 ‘짜이지앤(在__见)’은 ‘__에서 만나자’라는 의미가 됩니다. 발음은 같지만 뜻이 달라지는 점을 활용해, 작별을 ‘다시 만나자는 약속’으로 바꿨어요.

다시 만날 장소로는 다음과 같은 장소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산과 강, 호수와 바다, 들판과 식탁, 아침과 밤, 생활과 여행, 그리고 맨 마지막에는 무인양품이 있었죠. 비록 매장은 사라지더라도 사람들의 생활과 자연 속에는 여전히 무지가 함께한다는 의미입니다.
단순하면서도 뭉클한 무지의 작별 인사는 온·오프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사람들의 아쉬움이 유독 컸던 이유는 상하이 화이하이 755호 플래그십 매장이 브랜드에게도, 상하이 사람들에게도 각별한 의미를 지닌 장소였기 때문입니다. 2015년 문을 연 이 매장은 3층 규모, 총면적 3,438㎡에 달해 당시 중국 본토에서 가장 큰 무인양품 매장이었습니다. 오픈 첫날에는 천 명이 줄을 서고 7천 명이 방문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죠. 무인양품 역시 이곳을 실험의 무대로 삼았습니다. 중국 최초의 MUJI BOOKS, 첫 Open MUJI 공간, AROMA Labo 향 공방, 그리고 세계 최초의 MUJI Diner까지. 다양한 공간을 이 매장에서 처음 선보이며 브랜드의 현지화 실험을 이어왔습니다.
그 사이 사람들은 무지를 하나의 문화적 랜드마크처럼 경험하며 ‘좋은 감각’과 ‘좋은 삶’에 대한 취향을 배웠습니다. 무지가 10년 간 상하이의 인기 방문지로 활약하며 화이하이루의 변천사를 함께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추억도 함께 쌓였어요. 그래서 이번 작별 인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건드렸습니다.
무지의 마지막 인사에 화답이라도 하듯 사람들은 지난 10년 사이 직접 찍었던 매장 사진 및 에피소드 등을 온라인에 올렸습니다. 누군가는 무지 매장에서 받은 채용 합격 메일을 찾아 올리기도 했죠. 이렇게 쌓여온 10년의 기억은, 매장이 단지 브랜드의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의 시간과 경험이 더해져 완성되는 장소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무지에 따르면 이번 폐점은 저조한 매출 때문이 아니라 상하이 내 매장을 재편하기 위해서입니다. 비록 같은 자리에서 무지를 만날 수는 없겠지만, 4월 말 쉬자후이(徐家汇) 상권에서 3,000㎡ 이상의 MUJI 도시형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에요. 만약 무지가 작별의 순간을 소홀히 했다면, 혹은 새로 오픈할 매장을 홍보했다면 이 정도의 감흥을 남기지는 못했을 겁니다. 어쩌면 아래와 같이 말할 수 있는 태도 때문에 사람들은 무지를 더 좋아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브랜드는 뒷모습도 아름다울 때 기억에 남는 법이니까요.
‘10년 전의 만남과 오늘의 작별은 똑같이 아름답습니다.’
- 무지 샤오홍슈 인사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