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우야 | 덕후들이 선택한 가구 브랜드? 입소문에는 이유가 있다
덕후들의 사랑을 받으며 3개월 치 재고가 8일만에 완판된 일본 가구가 있습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10명의 덕후들이 투입되어 지혜를 짜냈다고 하죠. 알고보니 이 가구를 만든 '로우야(LOWYA)'라는 브랜드, 저력이 대단한 후발주자였어요.
일본에는 오타쿠들이 좋아하는 가구가 있습니다. ‘오시테루(OSHITERU)’라고 불리는 모델로, 일명 ‘덕질 전용 수납장’이에요. 2023년 10월에 출시된 이후 3개월 치 재고가 8일 만에 완판되는 기록을 세웠죠. 가격이 1만 7990엔(약 18만 원)인 해당 시리즈의 전체 누적 판매량은 1만 4천 개(25년 10월 말 기준)에 달합니다.

한번이라도 덕질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가구의 소중함을 알 거예요. 최애를 쫓는 활동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집안에 짐이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만화책, CD, 응원봉, 아크릴 굿즈, 포스터, 뱃지, 키 홀더 등 크기도 종류도 가지각색이죠. 지금까지는 이 물건들을 방 안에 쌓아두기만 했다면, 오시테루는 굿즈들을 취향대로 진열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수납뿐만 아니라 나만의 진열장 역할도 겸하면서요.

수납 능력도 보통이 아닙니다. 문을 열면 안쪽에 굿즈를 종류별로 보관할 수 있는데요. 칸 크기를 직접 조절할 수 있고, 그동안 보관이 어려웠던 포스터들도 돌돌 말아 세워둘 수 있어요. 가장 좋은 점이 있다면 언제든 덕질 활동을 숨겼다 펼쳤다 할 수 있다는 겁니다. 평소에는 열어두고 원없이 감상하다가, 손님에게 들키기 싫을 때는 살짝 문만 닫으면 돼요. 실제 오타쿠 10명의 지혜를 모아 만든 가구답습니다.

오시테루를 만든 건 가구 브랜드 ‘로우야(LOWYA)’입니다. 오타쿠는 물론이고 20~30대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 브랜드예요. 2004년 창업 이후 온라인으로 가구를 판매해 온 로우야는 현재 연매출 1,600억 엔(약 1조 6천억 원) 규모로 성장하며 승승장구 중입니다.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기획력으로 입소문을 만드는 로우야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목차
-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유연한 가구
- 예능 프로 못지 않은 SNS 콘텐츠 기획
- 땅 값 비싼 시부야에서의 VR 쇼핑 경험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유연한 가구
로우야의 가구들은 대형 가구 브랜드들에 비해 가격대가 저렴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로우야를 찾는 건 가성비 때문만이 아니에요. 젊은 세대 사이에서 로우야의 오리지널 가구들은 디자인 감각이 좋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앞서 소개한 오시테루 이외에도 많은 가구들이 SNS에서 입소문이 났죠. 그중 2025년도 판매 랭킹 상위권을 차지한 가구들을 살펴보겠습니다.
1위는 ‘접이식 다이닝 테이블 세트’입니다. 가격이 4만 9990엔(약 50만 원)인 이 테이블은 4인용, 2인용으로 손쉽게 변형이 가능합니다. 다 접어버리고 나면 틈새 공간에 밀어넣는 것도 가능하죠. 공간을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1인 가구 때부터 사용하다가 가족 수가 늘어날 때까지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유연함이 장점이에요.

아예 가구 길이가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신축 랙 서랍장’은 3위를 차지했습니다. 가격은 1만 4990엔(약 15만 원)으로, 가로폭의 길이를 사용자의 취향 따라 조절할 수 있어요. 길이를 짧게 사용할 땐 물건들을 서랍장에 다 넣어두면 되고, 반대로 길게 늘려 사용할 땐 개방형 선반에 올려 전시할 수 있습니다. 가구를 펼치는 각도를 바꿔 L자 형을 만들면 코너 자리에도 배치할 수 있죠.


로우야의 가구는 디자인이 세련되고, 사용이 편리하며, 사이즈를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생활 공간이 협소한 젊은 세대의 방에 두고 쓰기 좋으면서도 미적으로도 보기가 좋죠. 이런 장점은 가구 디자이너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하는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가구들, 어떻게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는 걸까요? 로우야가 판매하는 상품의 90% 이상은 오리지널 제품이에요. 기획부터 디자인, 제조, 유통, 판매까지 로우야가 일괄적으로 담당하고 있죠. 200곳이 넘는 해외 제조사와 직접 협상해 대량 발주를 진행하고, 주문을 받고 나면 자사 물류창고에서 고객에게 바로 배송합니다. 이렇게 원가를 대폭 낮추고, 중간 마진을 완전히 없앴어요. 고객들이 합리적인 가격으로 세련된 가구를 구매할 수 있는 이유죠.
예능 프로 못지 않은 SNS 콘텐츠 기획
그러나 아무리 좋은 제품도 제대로 알리지 않으면 쉽게 묻히는 세상입니다. 하지만 로우야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브랜드의 세계관을 전파해요.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일반적인 가구 브랜드와 확연한 차이가 느껴집니다. 상품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방 전체의 인테리어를 연출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죠. ‘봄기운이 느껴지는 카페풍 앤틱 인테리어’처럼 직접 테마를 정해 연출하는 코디만 270가지가 넘습니다. 레이아웃도 공간별, 취향별로 다양하죠.


상품 사진을 촬영할 때는 다양한 각도로 사용 방법까지 자세하게 담습니다. 가구 뒷면 구조처럼 고객들이 궁금해할 법한 정보들을 제공해서 온라인으로 궁금한 점을 다 해소할 수 있게 해줘요. 온라인으로 가구를 구매할 때는 실물을 못 본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마련이니, 최대한 이미지를 활용해 섬세하게 접객하는 거죠. 그 결과 공식 홈페이지의 월간 이용자 수는 300만 명을 돌파하고, 월간 페이지뷰도 1,000만을 넘어서며 미디어로서의 힘을 갖기 시작합니다.
SNS도 집객에 한몫합니다. 로우야의 SNS 팔로워는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을 포함해 총 200만 명이 넘습니다. SNS 채널에서는 가구의 기능을 숏폼 영상으로 어필하거나, 팬과 함께 하는 상품 개발 회의 등을 라이브로 진행해요. 유튜브에서는 전속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가 트렌드를 반영해 수십 가지의 룸 코디를 보여주죠. 이밖에도 주제에 맞춰 15분 안에 방을 스타일링하는 코디 대결, 직원들의 실제 집을 소개하는 콘텐츠 등은 예능 프로만큼 기획이 신선하죠.

이에 더해 로우야는 2024년 11월, 스마트폰 공식 앱 ‘오쿠룸(おくROOM)’을 출시하며 가구 구매 경험에 혁신을 일으킵니다. 이 앱에서는 3D가구를 미리 배치하는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어요. 로우야에서 판매하는 1,000개가 넘는 가구, 잡화 등을 선택해 실제 자신의 방에 어울릴지 예상할 수 있죠. 만약 어떻게 배치를 해야할 지 모를 때는 앱이 알아서 취향과 예산에 맞게 코디를 자동 생성합니다. 이 앱은 호평을 받으며 누적 다운로드 수가 189만 회(2025년 9월 말 기준)를 넘었습니다.


공식 웹사이트, SNS 채널, 스마트폰 앱 등 로우야는 가용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활용하며 브랜드 파워를 키워갑니다. 원래는 라쿠텐, 야후 쇼핑 등 대형 온라인 쇼핑 플랫폼에서의 판매가 중심이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서의 매출 비중이 40%를 넘어서게 됐죠. 또한 기획자, 프로덕트 디자이너, 웹 디자이너, SNS 운영자, 프로그래머 등 모든 기능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사내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역량의 내재화는 빠른 성장에도 도움이 됐어요.
땅 값 비싼 시부야에서의 VR 쇼핑 경험
그런데 온라인에 집중하던 로우야가 창업 후 19년 만에 변화를 꾀합니다. 2023년부터 오프라인 매장을 열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OMO 전략에 나선 거예요. 가구를 실제로 보고 싶어하는 고객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인 결과입니다. 온라인만으로는 새로운 고객을 만나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었고요.
그중 로우야가 2025년 12월에 13번째로 오픈한 ‘시부야 미야마스자카점’은 브랜드의 미래 방향성을 보여줍니다. 2027년 9월 말까지 기간 한정으로 운영하는 이 매장에서는 애플의 VR 기기로 새로운 쇼핑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앱 오쿠룸의 3D 데이터를 애플 비전 프로와 연결해 그 자리에서 자신의 방에 가구가 배치된 모습을 체험하게 한 거죠.

방문객은 스마트폰 앱 ‘오쿠룸’을 사전에 설치한 뒤, 집의 평면도를 등록해야 합니다. 그후 고글을 착용하면 평면도가 그대로 반영된 공간이 매장 안에서 가상으로 눈 앞에 펼쳐져요. 고객은 제품이 3D 공간에 배치된 모습을 보면서 구매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원하는 스타일, 예산 등을 입력하면 AI가 자동 생성한 레이아웃을 제안받을 수도 있죠. 임대료가 높은 도심 한복판이지만 많은 유동인구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자 했습니다.
2층에는 로우야 최초의 상설 라이브 커머스 스튜디오가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주 1회 이상, 연간 100회 이상의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예정이에요. 또 매장에서는 공식 SNS에서 화제가 된 상품만을 모아둔 ‘입소문 아이템 코너’도 상시로 만나볼 수 있고요. 가구들의 기능이나 활용 방법 등을 직관적으로 알릴 수 있도록 옆에서는 SNS 게시 영상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저렴한, 그러나 유일한 후발주자로
로우야라는 이름은 ‘가격이 저렴한(Low price) 가게’라는 뜻입니다. 저렴하지만 뛰어난 품질의 가구를 만들겠다는 각오를 담아 지은 이름이에요. 그 후 로우야는 20년이 흐른 지금까지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제품의 평균 단가는 약 2만 엔(약 20만 원)으로, 거실 가구들을 세트로 맞춰도 15만 엔(150만 원)을 넘지 않는 가격이죠.
로우야는 가격은 저렴할지언정 대기업이 제공하지 않는 가치들을 제공하며 차별화를 꾀합니다. 공식 홈페이지와 SNS,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통하며 입소문 효과를 내 왔죠. 로우야를 운영하는 베가 코퍼레이션의 대표 우키시로 토모카즈(浮城 智和)씨는 이 모든 고객 경험이 사전에 치밀하게 설계된 것이라 말해요.
만약 어떤 시장의 후발주자로서 갈 길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면, 로우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세요. 니토리, 이케아, 무인양품이라는 거대한 기업 사이에서 스스로 설 자리를 만든 비결을 알게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