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자니아 | 아이 전용 시설에 9만원을 내고 직업 체험하는 어른들
아이들 전용 직업 체험 시설에 더욱 열광하는 어른들. 심지어 하루 9만원이나 내고 참여한다면 믿어지시나요? 일본에서는 어린이 직업 체험 시설 '키자니아'에 어른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세상도 사회도 알만큼 아는 어른들이 왜 직업 체험에 꽂힌 걸까요?
어릴 때는 꿈이 많습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시기에는 어떤 어른이 되어있을지 상상력을 펼쳐보곤 해요. 다만 그 수많은 가능성을 일일이 확인하기는 어려운데요. 이럴 때 도움이 되는 장소가 있습니다. 바로 키자니아예요. 키자니아에는 실제의 3분의 2 크기로 만들어진 도시에 TV 방송국, 은행, 경찰서 등 60개 시설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은 여기서 100가지가 넘는 직업들을 일부 체험하며 사회에 대해 배울 수 있어요. 실제 기업들이 파트너로 참여해 디테일을 구현한 덕분에, 체험의 밀도는 현실 세계 못지않게 치밀합니다.



1999년 멕시코에서 처음 시작된 키자니아는 2006년 일본에 진출했어요. 그간 도쿄, 효고, 후쿠오카 세 곳의 매장에서 1억 명 넘는 아이들이 꿈의 실마리를 찾았죠. 그런데 아이들이 주인공인 키자니아에 어른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자신이 직접 체험을 하려고요.
원래 키자니아의 체험 대상은 3세부터 15세까지의 아이들입니다. 성인은 아이의 보호자 역할로 동반 입장하게 되어 있고요. 그런데 일본에서는 이 상황이 역전되는 날이 종종 찾아와요. 일명 ‘어른의 키자니아(大人のキッザニア)’로, 16세 이상만 참여할 수 있습니다. 이날만큼은 아이들의 입장이 불가능하죠.


어른의 키자니아는 사전 접수로만 진행되는데, 티켓이 몇 분만에 매진될 정도로 인기가 많습니다. 콘텐츠나 운영 방식은 평소와 다를 바가 없는데도 반응이 열광적이에요. 근데 생각해보면 좀 이상합니다. 고등학생들은 자신의 관심사나 진로에 대해 상대적으로 잘 파악하고 있잖아요. 어른들은 이미 일을 하고 있는 데다가, 사회도 알만큼 알고요. 그런데 왜 최대 9,500엔(약 9만 5천 원)까지 내가며 직업 체험에 열성인 걸까요?
단순히 아이들의 세계에 침투했다는 짜릿함 때문만이 아닙니다. 어른들은 이곳에서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요. 수명은 늘어나고, AI가 근무 환경을 바꾸는 요즘 같은 시대에 평생 직장은 없거든요. 지금 직업이 있어도 새로운 스킬을 배워서 미래에 대비해야 하죠. 이때 막연하게 고민만 하기보다는 현실적인 체험 공간에 몸담아보고 어떤 직업이 맞을지 파악하는 건 중요해요. 키자니아는 실제 파트너 기업들의 도움으로 만든 사회의 축소판이니, 시간과 비용을 투입할 만한 가치가 있죠. 실제 유니폼을 착용하고 도구를 써서 일하다 보면 정말로 일하는 느낌도 들고요.
취업 활동에 뛰어든 20대 대학생이나, 좀 더 확실하게 진로를 결정하고픈 고등학생들도 입장은 비슷합니다. 직접 인턴으로 일해보지 않는 이상 ‘해당 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나의 모습’은 상상밖에 할 수 없어요. 그런데 어른들의 키자니아에서는 단 시간에 여러 기업에서 직접 일을 해볼 수 있죠. 커리어의 힌트를 얻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돼요.

그렇다면 오직 순수한 마음으로 키자니아를 찾은 어른들에게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이들은 ‘지금과는 다른 길을 걸었을 나’를 경험하면서 만족감을 느낍니다. 종합 상사의 직원, 파티시에, 파일럿, 엔지니어 등으로 일하며 잠시 다른 삶을 살아보는 거죠.
이처럼 어른들이 키자니아를 찾는데는 각자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키자니아는 그 계기가 무엇이든 사람들의 만족감을 충족시켜주고 있고요. 실제로 키자니아는 직업 체험 액티비티 하나를 만드는데 최대 1년이 걸릴 정도로 공을 들이기 때문에 어른들이 몰입하는데도 무리가 없습니다.
2018년에 처음 시행된 ‘어른의 키자니아’는 최근들어 개최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코로나19 팬데믹 등의 이유로 꽤 긴 공백기를 거쳤지만 2026년 2월, 3월에도 3곳의 매장에서 어른들을 환영하고 있죠. 아이가 먼저 경험했든, 어른이 먼저 경험했든 서로에게 추천을 해주고 싶은 마음은 매한가지일 거예요.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삶의 가능성은 무한하고, 모두가 이번 인생을 잘 살아보고 싶어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