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I | 휴대전화 한 대에 인생의 드라마가 있다, 피처폰을 되살리는 통신사의 진심

예전에 쓰던 피처폰은 더 이상 사용하지도, 켜지지도 않지만 버릴 수가 없습니다. 안에 든 문자 메시지, 사진, 음성 메시지들 때문이에요. 이렇게 아쉬운 마음으로 보관만 해두는 사람들의 마음을 일본 통신사 KDDI가 달래주고 있습니다. 무려 10년 동안요.

KDDI | 휴대전화 한 대에 인생의 드라마가 있다, 피처폰을 되살리는 통신사의 진심
©KDDI

제아무리 미니멀리스트라도 쉽게 버릴 수 없는 물건이 있습니다. 예전에 사용하던 피처폰이에요. 지금은 성능도 화질도 훨씬 좋은 스마트폰을 사용 중이지만 그래도 옛날 피처폰은 버리기 어렵습니다. 그 안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과거의 추억들이 들어있거든요.

하지만 대부분의 피처폰은 전원이 켜지지 않습니다. 충전기를 잃어버린 경우도 많지만, 있다한들 장기간 사용하지 않은 배터리는 과방전되어 더 이상 충전이 되지 않아요. 우리는 결국 세상 하나뿐인 타임 캡슐을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둘 수밖에 없습니다. 사진, 문자 메시지, 음성 메시지들이 전부 봉인된 채로요.

KDDI가 진행하는 ‘추억의 휴대폰 다시 켜기(おもいでケータイ再起動)’이벤트 사진. 예전 피처폰들이 대량으로 쌓여 있다.
©KDDI

다행히 일본에는 이런 상황에 안타까워할 분들을 위한 이벤트가 있습니다. 일본 통신사 KDDI가 진행하는 ‘추억의 휴대폰 다시 켜기(おもいでケータイ再起動)’ 프로젝트인데요. 잠들어 있던 피처폰을 가지고 행사장에 찾아가면 무료로 피처폰을 심폐소생시켜줘요. KDDI 산하의 통신 브랜드 au의 휴대폰이 아니더라도 분리형 리튬 배터리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KDDI가 진행하는 ‘추억의 휴대폰 다시 켜기(おもいでケータイ再起動)’이벤트 사진. 피처폰들이 나열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충전기로 휴대폰을 충전 중.
©KDDI

집에서는 안 켜지던 피처폰이 행사장에서 켜지는 건 ‘배터리 테스터’ 덕분이에요. 배터리 테스터는 원래 매장에서 배터리 잔량을 체크하고 고장 여부를 판단할 때 쓰던 도구입니다. KDDI는 이걸로 완전 방전된 배터리에 충격을 주면 전원이 다시 켜진다는 걸 확인했어요. 다행히도 옛 피처폰을 되살릴 방법을 찾은 거죠. 이밖에도 행사장에는 다양한 피처폰 기종에 맞는 충전 케이블들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최대한 많은 휴대폰들을 다시 깨울 수 있도록요.

KDDI가 진행하는 ‘추억의 휴대폰 다시 켜기(おもいでケータイ再起動)’에서 활용되는 '배터리 테스터' 기기의 사진. 휴대폰을 충전하는데 쓰인다.
©KDDI

KDDI가 ‘추억의 휴대폰 다시 켜기’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한 건 2016년 7월, 도쿄에서입니다. 그 후 지금까지 전국 각지에서 이벤트를 열며 총 2만 5천 명 넘는 사람들이 오래된 피처폰을 다시 작동시켰어요. 행사장에서는 사람들이 어렵게 되찾은 사진을 오랫동안 볼 수 있게 무료로 프린트해서 담아주기까지 했죠. 이렇게 10년 간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타 기업과의 협업도 진행됐습니다. 예를 들어 홋카이도 하코다테에서는 ‘하코다테 신문사’와 행사를 개최했어요. 오랜만에 켠 피처폰에서 추억을 발견하면 기자가 내용을 인터뷰한 뒤 신문 지면 형태로 만들어주는 거였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행사장을 찾아왔지만 하나같이 휴대폰 속 추억을 보며 울고 웃었습니다. KDDI는 이때 발견한 사람들의 사연을 홈페이지를 통해 소개하고 있어요. 사진을 찍으려고 하면 늘 고개를 돌려 버리곤 했던 아버지의 정면 사진을 찾아내서 기뻐하는 딸, 20대를 함께 보냈던 동창생들과 찾아와 빛나던 그 시절의 사진들을 찾아낸 친구들, 연인 시절일 때의 사진을 발견하고 기뻐하는 부부의 사연 등이 있죠. 그중에는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는 가족의 그리운 음성 메시지를 듣고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사연들을 읽다 보면 새삼 휴대폰이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돼요.

KDDI가 진행하는 ‘추억의 휴대폰 다시 켜기(おもいでケータイ再起動)' 이벤트에서 복구된 피처폰 모습. 이용자가 예전 벨소리를 고르고 있다.
좋아했던 그 시절의 벨소리 옵션 ©KDDI
KDDI가 진행하는 ‘추억의 휴대폰 다시 켜기(おもいでケータイ再起動)’이벤트 사진. 고객이 복구된 피처폰 속 예전 메일을 보고 있다.
2010년에 와이프와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 ©KDDI

이런 이벤트를 전국에서 무료로 여는 건 확실히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KDDI에게는 행사를 시작하게 된 확실한 계기가 있어요. 2016년 자사 통신 브랜드 au의 20주년을 기념하며 역대 휴대전화를 모아 소개하는 ‘au 휴대폰 도감’ 웹사이트를 공개한 적이 있었는데요. 사람들이 이걸 보고 각자 자신이 사용했던 피처폰들을 사진 찍어 SNS에 올리며 화제가 됐어요. 다만 대부분의 휴대폰들은 꺼져 있는 상태였죠. 이걸 본 한 기획자가 이벤트를 열어 충전기를 준비해둬야겠다고 생각한 게 프로젝트의 시작입니다.

2023년 KDDI가 진행한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어요. 휴대폰을 보유한 고객의 70%가 과거에 사용하던 휴대폰을 갖고 있었고, 그중 절반은 전원이 켜지지 않는 상태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휴대폰을 버릴 수 없는 건 그 안에 사진과 문자 메시지가 남아있기 때문이었습니다. KDDI가 피처폰을 다시 되살리는 이벤트를 10년 째 이어간 덕분에 사람들은 추억을 지킬 수 있게 됐어요.

물론 KDDI도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바가 많습니다. 우선 이벤트에서의 긍정적인 경험을 계기로 통신사를 au로 바꾸는 사람들이 늘어났어요. 또 KDDI의 직원들이 자원 봉사 형태로 행사에 참여하면서 자신의 업무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됐죠. 기지국을 건설하거나 법인 영업 등을 하던 직원들이 사용자를 직접 만나면서 업무의 사회적인 의의를 알게 된 거예요.

‘고객의 휴대전화 한 대 한 대에 인생의 드라마가 있다’

KDDI의 브랜드 매니지먼트부 시바타 마리코(柴田真理子)씨가 밝힌 인터뷰 내용입니다. 어쩌면 사람들이 켜지지 않는 피처폰을 버릴 수 없었던 건 인생의 한 조각을 잃고 싶지 않아서일지도 모르겠어요. 그 마음을 10년 동안 알아봐 준 통신사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도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기술은 결국 사람을 소중하게 대할 때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