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유초 | 미래에서 기다릴게! 1년 뒤에 도착할 편지를 쓰는 가게

도쿄에는 독특한 편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가 있습니다. 고민 많고, 생각 많고, 결정의 순간에 놓인 사람들이 나에게 편지를 쓰는 장소예요. 편지 발송은 매장이 1년 뒤에 합니다. 벌써 2호점까지 등장한 이 서비스를 만든 이유는 뭘까요?

지유초 | 미래에서 기다릴게! 1년 뒤에 도착할 편지를 쓰는 가게

매년 연말이 되면 도쿄에서 편지 한 통이 도착합니다. 이 편지는 좀 특별해요. ‘미래에 보내는 편지’ 서비스를 통해서 왔거든요. 작년에 부친 편지를 받아 읽기까지 걸리는 시차는 항상 일년입니다. 올해도 편지를 보내온 건 일본에 살고 있는 제 친한 친구예요. 아직 2024년을 살고 있는 편지 속의 친구는 2025년의 저에게 이런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Roppongi hills Christmas card
모든 일엔 좋은 점, 나쁜 점이 있는데 나쁜 일이 생겼을 땐 이 정도로 끝났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살자!! 늘 내가 있어, 걱정마!!

읽을 때마다 항상 생각해요. 이 편지지 속에 있는 일 년 전의 친구와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요. 물론 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압니다. 미래로 편지를 부칠 수는 잆어도 과거로 메시지를 보낼 수는 없어요. 그래서 뒤늦게 도착한 편지는 항상 애틋함을 남기나 봅니다.

제가 ‘미래에 보내는 편지’를 받기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예요. 다 롯폰기 힐즈 덕분입니다. 롯폰기 힐즈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올 때마다 큰 행사를 운영해요. 그중 ‘wish a wish’라는 코너는 행사의 시그니처입니다. 소중한 사람에게 1년 뒤에 도착할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기획이에요. 부스에 있는 크리스마스 카드에 메시지를 쓴 뒤 특설 우체통에 넣으면, 1년 후 크리스마스 즈음 롯폰기 힐즈가 편지를 배달합니다.

롯폰기 힐즈 케이키자카 일루미네이션
약 400m 길이의 언덕길 케이키자카를 93만 개의 LED로 수놓는 롯폰기 힐즈의 연말 일루미네이션 ©MORI BUILDING
롯폰기 힐즈 wish a wish 2025
롯폰기 힐즈에서 매년 크리스마스에 운영하는 wish a wish 부스 ©MORI BUILDING

벌써 몇 년 째 ‘미래에 보내는 편지’를 받고 있는 저는 알고 있습니다. 시공을 초월해서 도착하는 메시지에는 힘이 있다는 것을요. 연말에 도쿄에 가보지 못해 아쉬우시다고요? 괜찮습니다. 도쿄에는 꼭 크리스마스가 아니어도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써서 부칠 수 있는 가게가 있어요.

Futo tokyo
©FREEMONT

목차

  • 미래의 나에게, 잘 지내나요?
  • 고민할 시간이 허락되는 장소
  • 과거의 내가 보낸 메시지의 힘

미래의 나에게, 잘 지내나요?

jiyucho tokyo
©Jiyucho.tokyo

지유초(自由丁)는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는 가게입니다. 도쿄 쿠라마에에 위치한 단정한 가게에 들어가 ‘편지’를 주문하면, 지유초의 오리지널 레터 세트인 ‘토모시비 레터’를 건네줘요. 사용 방법은 간단합니다. 책상 앞에 앉아 지금 자신의 기분이나 느끼는 것들, 요즘 생각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편지에 쓴 다음 봉인하면 끝. 가게는 1년 후에 이 편지를 발송합니다.

지유초가 처음 생긴 건 2019년 8월이지만 시작은 그보다 훨씬 이른 2017년이었어요. 미래의 자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웹 서비스인 ‘토모시비 포스트’가 출발점이었죠. 편지를 써서 온라인 상의 우체통에 넣으면 희망하는 날짜에 맞춰 웹 편지가 도착하는 서비스로, 이용객이 5천 명이 넘을 정도였어요. 그 후 직영점인 지유초를 열게 되었습니다.

가게 이름은 ‘자유’라는 단어에 마을 단위의 행정 구역을 의미하는 ‘정(丁)’을 붙여 지었어요. 마을이라는 건 누구나 편히 들어와서 편히 머무르다 갈 수 있는 공간이니 누구나 이곳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길 마음을 담았습니다. 쿠라마에는 예로부터 묵묵히 자신의 것들을 만들어나가는 정신이 있는 곳이라 지역적인 개성과도 잘 어울렸죠.

미래에 편지를 쓸 수 있습니다. 독서할 수 있습니다. 공부할 수 있습니다. 고민할 수 있습니다.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가게 앞 간판에 써둔 글귀예요. 지유초는 사람들이 편지를 쓰는 것만이 아니라, 잠시 멈춰서 고민하거나 방황해도 되는 시공간을 제공하는 브랜드입니다. 현재와 미래의 나에게 안부를 물을 수 있도록요.

고민할 시간이 허락되는 장소

가게에 찾아오는 사람 중에는 각기 다른 이유로 인생의 전환점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결혼식 전날에 온 사람도, 여행 중에 방문한 사람도 있어요. 모양은 다를 지언정 모두가 인생의 중요한 포인트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유정에서 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바깥으로 꺼냅니다. 물론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해하는 분들도 있어요. 그래서 가게에서는 ‘리플렉션 카드(Reflection Card)’를 함께 제공해요. 편지를 쓰기 전에 머릿속이나 마음을 잘 정리할 수 있도록 5가지 테마별 질문을 적어 놓은 카드입니다. 편지를 쓰기 전에 준비 운동을 시켜주는 거죠.

졸업, 유학, 이직 등 원하는 꿈을 향해 나아가려고 할 때
자신의 마음과 마주해 생각을 정리하고 답을 찾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외면하고 잠시 보류 중인 상태일 때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기억하며 지금의 여운에 잠기고 싶을 때
생일이나 기념일 등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며 미래를 준비할 때

지유초가 분류한 테마는 이렇습니다. 모두 자신과 대면할 시간이 필요한 순간들이에요. 다만 이곳에서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않아도 됩니다. 고민해도 되고, 생각해도 되고, 머뭇거려도 됩니다. 단지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상황을 스스로가 납득할 시간이 필요해요. 사람들은 그 시간을 갖는 중입니다.

과거의 내가 보낸 메시지의 힘

letter shelves in Futo, tokyo Kuramae
지유정과 후토에서 쓰여진 ‘미래에 보내는 편지’들이 보관되는 선반 ©FREEMONT

알고보면 다들 스스로의 응원을 필요로 했던 탓일까요? 지유초는 오직 입소문만으로 고객들이 늘었어요. 지금은 쿠라마에에 찻집을 겸한 2호점 ‘후토(封灯)’까지 생겼습니다. 두 가게를 운영하는 오너는 코야마 쇼헤이(小山将平) 씨. 놀랍게도 물리를 전공한 이과생으로, 졸업 후 한때는 IT 회사에서 근무도 했었어요. 그러던 코야마 씨가 의외의 행보를 걷게 된 데는 스스로의 경험이 한몫했습니다.

사업은 잘 안 풀리고, 함께했던 동료들까지 떠났을 즈음 코야마 씨는 여태껏 써 왔던 일기와 편지를 1,000장 넘게 전부 인쇄했어요. 호텔방 침대에 앉아 과거에 자신이 썼던 말을 읽다 보니, 그게 꼭 과거의 스스로가 풀 죽어있는 지금의 자신에게 보낸 메시지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일본은 문화적 특성상 주변 분위기나 공기를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자신보다는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는 게 더 익숙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작 내가 뭘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는 점점 뒷전이 돼요. 게다가 요즘은 속도, 효율, 논리가 중요한 시대잖아요. 고민하고, 헤매고, 생각하는 시간은 사치처럼 여겨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코야마 씨는 일본 사회에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일단 스스로를 지켜야 사회의 일도, 세상의 일도 존재하는 거니까요. 그래서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전하는 브랜드를 만들기로 한 거예요. 설령 아무도 찾지 않는다 해도, 자기 자신이 사랑할 수 있는 것을 만들겠다는 각오였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지만요.

futo menu a cup of letter
후토에서 A CUP OF LETTER를 주문하면 아름다운 글과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FREEMONT

이제 연말이에요. 지금 여러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스스로를 잘 아껴주고 계신가요? 이야기도 제대로 듣고 계시고요? 올해가 너무 바빴던 탓에 아직 여유를 찾지 못하셨다면, 1년 후의 나에게 편지 한 통 남겨보시는 건 어떨까요. 2026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어떤 조언이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할지도 모르잖아요. 미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나에게 무한한 응원과 위로, 격려를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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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폰기 힐즈 2025년 크리스마스 마켓
wish a wish ~ 소중한 사람에게, 해피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

장소: 롯폰기 힐즈 WEST WALK 워크 특설 카운터
기간: 2025년 12월 12일(금) ~ 14일(일), 12월 19일(금) ~ 25일(목)
시간: 낮 12:00 - 21:00

올해부터는 아자부다이 힐즈에서도 행사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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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초(自由丁)
장소: 4 Chome-11-2 Kuramae, Taito City, Tokyo 111-0051

후토(封灯)
장소: 3 Chome−15−4 プチドール蔵前 101, Taito City, Kuramae, Tokyo 111-0051

홈페이지: jiyucho.tok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