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프리클립 | 성능만큼 ‘착용샷’이 중요한 시대, 패션 주얼리가 된 이어폰의 등장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기업이라면, 성능 말고 한 가지 더 신경써야 할 게 생겼습니다. 바로 '착용샷'이에요. 중국 화웨이의 오픈형 이어폰' 프리클립(FreeClip)'은 음악을 듣는 순간까지 패션으로 만듭니다. 명품 주얼리 브랜드와의 협업으로 독특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화웨이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요즘 스마트 기기는 기능만으로 경쟁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어떻게 보이느냐’도 전략이에요. 화웨이의 오픈형 이어폰 ‘프리클립(FreeClip)’은 그 변화를 상징하는 제품입니다. 프리클립은 화웨이가 3년 넘게 공들여 개발한 이어커프 타입 이어폰인데요. 기술력과 안정성을 갖춘 제품을 앞세워, 패션 산업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2026년 2월, 화웨이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 초우타이푹(CHOW TAI FOOK, 周大福)과의 협업을 공식 발표합니다. 그리고는 프리클립 2 모델에 부착해서 사용하는 액세서리를 출시해요. 초우타이푹은 중국의 전통 문화를 현대적인 미학으로 재해석하는 정교한 공예 기술로 유명합니다. 이번에는 중국의 고대 문헌 속 ‘봉황’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했어요. 봉황이 날개를 펼칠 때의 곡선, 깃털이 흩날릴 때의 역동성 등을 담아 ‘인의예지신’이라는 다섯 덕목을 표현했죠. 이밖에도 이어폰에 레이어드 할 수 있는 다양한 금 액세서리를 함께 출시합니다.

이번 협업은 프리클립이 커널형 이어폰이 아니라, 귀에 걸치는 오픈형 구조라 가능했습니다. 애초에 귀를 막지 않고 노출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한 덕분에, 이어폰은 주얼리가 레이어드 될 수 있는 토대가 됐어요. 다만 일부 액세서리는 최대 4,880위안(약 97만 6천 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입니다. 이어폰 본체가 1,299위안(약 26만 원)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죠. 중국 네티즌들은 ‘이어폰을 잃어버리면 아무도 돌려주지 않을 것’, ‘이어폰을 떨어뜨리는 것도 모자라 금까지 잃게 생겼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결국 판매량이 200여 개에 그쳤어요.

하지만 이번 협업에는 지표보다 더 큰 의미가 숨어 있습니다. 화웨이는 2023년 말 프리클립을 출시한 이후, 테크 제품을 패셔너블한 아이템으로 포지셔닝하기 위해 이전부터 꾸준히 도전해 왔어요. 초우타이푹과의 콜라보 또한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죠.
과거로 돌아가보면, 프리클립은 두 번이나 패션쇼 런웨이에 오른 적이 있습니다. 2025년 2월 밀라노 패션위크 당시 디자이너 브랜드 Sara Wong의 무대에 오르더니, 파리 패션위크에 또 한번 나타났어요. 모델들은 태슬, 리본 등의 장식을 더한 이어폰을 착용한 채 런웨이를 걸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순간도 패션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걸 하이엔드 패션쇼에서 보여준 거예요.

물론 런웨이가 아니라 일상에서도 테크 제품의 패션화가 가능하다는 걸 보여줘야겠죠. 그래서 화웨이는 밀라노 패션위크 이후 ‘허팡 주얼리(HEFANG, 何方珠宝)’와의 콜라보에 돌입합니다. 주얼리 브랜드와의 최초 협업이었어요. 허팡 주얼리는 ‘보이는 이어폰’으로서의 매력을 살리기 위해 하나의 이어폰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착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찾아냅니다.


우선 ‘가벼움, 자유, 새로운 시작’이라는 프리클립 2의 철학에 맞춰 자연 컨셉의 액세서리를 디자인합니다. 바닷 속 불가사리, 자유로운 나비, 신비로운 별빛 등을 세 가지 컬러로 만들었죠. 그 후 이 액세서리를 반지로도 변형해서 착용하게끔 했어요.
이 모습을 보고 직접 이어폰 액세서리를 DIY 제작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손재주를 살려 리본, 테슬, 진주 등의 파츠 등을 원하는 대로 믹스매치했어요. 파츠를 주기적으로 바꾸면 다양한 무드를 연출할 수 있었죠. 이어폰 한쪽 무게를 5.1g까지 줄였기 때문에 착용 시 부담도 적었어요. 화웨이는 DIY 아이디어를 공유해달라며 이벤트를 열었습니다. 이어폰은 어느새 사용자의 개성에 따라 커스터마이징해서 착용하는 대상이 됐죠.

음악을 듣는 기기를 넘어, 패션쇼 런웨이에도 등장하고, 주얼리 브랜드와 협업하며, DIY 유행까지 만들어내는 제품을 ‘테크 제품’이라고만 부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시작은 그랬을 지언정 점점 패션과 예술의 영역에 가까이 다가가고 있으니까요. 화웨이는 이렇게 성능의 한계를 넘어 ‘인식의 판’을 뒤흔들고 있어요. 프리클립은 다음에 또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