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시노야 나라 감옥 | 1박 147만 원, 호시노 리조트가 만든 ‘럭셔리 감옥 호텔’은 어떤 모습일까?

일본 나라현에 처음 진출하는 '호시노 리조트'가 의외의 선택을 합니다. '감옥'을 호텔로 바꾸기로 하거든요. 감옥과 럭셔리는 한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조합인데요. 호시노 리조트가 만든 감옥 호텔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호시노야 나라 감옥 | 1박 147만 원, 호시노 리조트가 만든 ‘럭셔리 감옥 호텔’은 어떤 모습일까?
©Nara Prison Museum

감옥은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건물이 아닙니다. 죄를 짓지 않았다면 들어갈 이유가 없고, 들어간 뒤에는 마음대로 나올 수도 없어요. 그런데 일본 나라현에서는 26년 6월부터 마음껏 감옥에 드나들 수 있게 됐습니다. ‘나라 감옥’이 호텔이 됐거든요.

그런데 하룻밤 숙박 비용이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1박 기준 최소 14만7000엔(약 147만 원)부터이니 왠만한 5성급 호텔 수준이에요. 과거에 죄를 씻기 위해 들어갔던 장소가 이제는 거액을 지불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이 된 것이죠. 그 이유는 참회와 반성의 공간인 감옥을 ‘럭셔리’와 조합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러니한 조합을 성사시킨 건 호시노 리조트예요.

나라 지역에 처음으로 진출하는 호시노 리조트가 감옥에 매료된 이유가 있습니다. 나라 감옥은 일본 ‘메이지 5대 감옥’ 중 현존하는 유일한 건물로 역사적, 건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법치 국가로서 사법 제도를 정비하던 메이지 정부가 건설한 근대적 감옥으로, 1908년 준공 후 나라 형무소, 나라 소년 형무소로 명칭을 바꿔가며 일본의 가장 오래된 형무소로 기능해왔죠.

'호시노야 나라 감옥 호텔'을 앞에서 찍은 모습. 넓은 부지와 붉은색 벽돌이 마치 성처럼 보인다.
©Nara Prison Museum
'나라 감옥'이 처음 준공된 1908년 당시의 모습. 독방들이 복도 양쪽으로 쭉 늘어서 있다.
©Hoshino Resorts

국가의 근대화 정책을 상징하던 나라 감옥은 2017년 2월,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되며 109년 간의 여정에 마침표를 찍게 됩니다. 그리고 문화재 보존 활용 사업을 통해 다시 태어나게 돼요. 물론 중요문화재를 마음대로 손댈 수는 없는 노릇이니 호텔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제한 사항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감옥 호텔이 탄생하게 돼요.

그렇다면 ‘호시노야 나라 감옥’은 어떤 모습일까요? 우선 구조부터 보겠습니다. 나라 감옥은 일본 최초로 ‘하빌랜드 시스템(Haviland System)’을 적용해 중앙에는 간수 감시소가 있고, 5개 동이 방사형으로 뻗어 있는 구조예요. 효율적인 감시와 질서 유지에 적합한 방식이죠. 호시노야는 그중 네 개의 수용동을 숙박동으로 바꿉니다. 각 동은 2층 구조로, 한 층에 6실씩 배치해 총 48실로 구성되어 있어요.

'호시노야 나라 감옥 호텔'을 위에서 찍은 모습. 중앙 시설에서 5개 동이 뻗어나가는 방사형 구조이다.
©Nara Prison Museum

이때 객실은 5㎡(약 1.5평)인 독방을 9~11개씩 연결해 완성했습니다. 예를 들어 ‘더 텐-셀(The 10-Cell)’이라 불리는 객실 타입은 독방 10개를 이어 만든 약 50㎡(약 15평) 규모 공간이에요. 문을 열면 좌우로 침실과 거실, 다이닝 공간이 펼쳐지죠. 독방이라는 협소한 레이아웃을 살리다보니 극단적으로 길고 가는 형태가 되었는데요. 투숙객들은 마치 유럽의 침대 열차처럼 방을 옮겨다닐 수 있어요. 

'호시노야 나라 감옥 호텔'의 객실 모습. 독방을 이어 연결한 구조라 세로로 긴 형태이다. 복도를 통해 방을 오가는 구조.
©Hoshino Resorts

전 세계적으로 감옥을 호텔로 바꾼 선례들이 있지만, 호시노야 나라 감옥은 감옥의 정체성과 호텔로서의 쾌적함 간의 균형을 지키기 위해 힘씁니다. 레이아웃은 물론 인테리어에서도 ‘감옥다움’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했어요. 국가와의 조율을 통해 원형은 보존하면서도 벽과 철창에 목재 프레임을 덧대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죠. 여기에 천장에 있는 채광창은 1층까지 햇빛을 보내며 아늑함을 제공합니다. 

'호시노야 나라 감옥 호텔'의 객실. 감옥의 원형은 살리지만 목재를 덧대 부드러운 느낌.
©Hoshino Resorts
'호시노야 나라 감옥 호텔'의 객실. 방마다 기능이 따로 있고 창문을 통해 빛이 들어온다.
©Hoshino Resorts

붉은 벽돌과 흰 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감옥에서 비롯된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유지했어요. 벽돌 하나하나에는 메이지 시대 수감자들의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벽돌 장인과 함께 형무의 일환으로 제작한 것들이기에 100년이 넘는 시간의 흔적을 일부러 의도적으로 드러냈어요. 한때의 노동 작업은 이제 투숙객들이 시대를 읽는 수단이 되었습니다. 

'호시노야 나라 감옥 호텔' 외관 붉은 벽돌과 쇠창살. 과거 나라 감옥의 모습 그대로다.
©Nara Prison Museum
'호시노야 나라 감옥 호텔'의 객실에 쇠창살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
©Hoshino Resorts

호시노야 나라 감옥의 개업일은 6월 25일. 호텔 오픈에 앞서 4월 27일에는 ‘나라 감옥 뮤지엄’을 먼저 공개할 계획입니다. ‘아름다운 감옥이 던지는 물음’이라는 컨셉 하에 사람들에게 인생과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하려고 해요. 그 어느 때보다 자유가 넘치는 시대에 ‘감옥’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가치관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죠.

지금까지 호시노야 리조트는 호텔 부지로 늘 ‘맥락이 강한 장소’를 선택해 왔는데요.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넓은 부지와 붉은 벽돌, 그에 대비되는 좁은 독방은 그 중에서도 가장 강한 서사성이 있는지도 몰라요. ‘럭셔리한 감옥’이라는 대체 불가능한 콘텐츠 속에서 사람들은 잠시 자유에서 멀어지는 경험을 하게 될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비현실적인 하루를 보내고 나면 일상이 더 아름답게 느껴질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