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티 | 손글씨와 손그림에 빠진 헤이티와 미쉐빙청

요즘 중국 음료 브랜드는 춘추전국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심화되는 경쟁 속에서 헤이티와 미쉐빙청은 같은 전략을 사용 중입니다. 고객들에게 손글씨와 손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는 거예요. 물론 그 안에는 숨겨진 의도가 있습니다.

헤이티 | 손글씨와 손그림에 빠진 헤이티와 미쉐빙청

중국 여행 다녀온 분들은 다들 아실 거예요. 음료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를 정도로 발달되어 있다는 것을요. 밀크티부터 티, 커피까지 브랜드마다 컨셉, 메뉴, 추구미와 가격 포지셔닝이 제각각입니다. 워낙 음료 브랜드가 많다 보니 인터넷에는 이를 등급(tier)별로 구분해 놓은 이미지가 떠돌기도 해요.

고객 입장에서는 선택권이 많아서 좋죠. 하지만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 아닐 거예요. 고객 입맛도 사로잡고, 트렌드도 이끌면서, 가격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하니까요. 짧은 주기로 신제품을 발표하고, 인기 IP와 콜라보 마케팅을 자주 실시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음료 브랜드의 노력이 새로운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의도적으로 빈 틈을 만든 다음, 고객들이 끼어들게끔 하고 있죠. 재밌는 건 음료 브랜드 등급 최상단에 있는 헤이티와 최하단에 있는 미쉐빙청이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heytea marketing strategy using cup
(좌)小火柴不迷路 (우)emo睡醒辣 ©︎샤오홍슈

목차

  • 스케치북이 된 헤이티의 음료컵
  • 미쉐빙청, 캐릭터에 옷 입혀줄 사람 찾아요
  • 고객이 크리에이티브를 완성하는 시대

스케치북이 된 헤이티의 음료컵

대표 주자는 헤이티(HEYTEA, 喜茶)입니다. 요즘 샤오홍슈, 웨이보, 더우인 등 중국 SNS에 들어가보면 사람들이 다들 헤이티의 음료 컵 자랑을 하고 있어요. 정확히 말하자면 컵에 붙어있는 스티커를 자랑하는 중입니다. 이 스티커에 인쇄된 그림은 고객들이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린 거예요. 좋아하는 아이돌, 최애 애니메이션 캐릭터, 남자친구 얼굴, 인터넷 밈까지 종류도 가지각색이에요.

Heytea DIY Sticker
(좌)麦兜的肚子 (우)雪饼 ©︎샤오홍슈

유행은 헤이티가 위챗 미니 프로그램*에서 'DIY 스티커' 기능을 출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결제 단계에서 '영감 창작(靈感創作)' 메뉴에 들어가면 붓펜, 문자, 스티커를 활용해 스마트폰으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쓸 수 있어요. 매장에서는 음료 제조 후 이 완성본을 고객이 받을 컵에 붙여줍니다.

*위챗 미니프로그램 : 국민 메신저인 위챗 앱 안에서 별도의 설치 없이 바로 실행되는 초소형 앱 서비스

DIY 스티커가 이번에 처음 등장한 서비스는 아닙니다. 2020년에도 비슷한 기능이 출시된 적이 있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템플릿이 고정되어 있었고, 쓸 수 있는 글자수도 40자 이내로 제한됐었어요. 하지만 올 11월 출시된 기능에서는 제한이 사라지고 자유도가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의 창작 열정에 불이 붙으며 일주일 만에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그림을 제출했어요.

현재 중국 SNS에서 DIY 스티커와 관련된 태그의 조회수는 누적 2,000만 건을 돌파했어요. 이렇게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스티커에서 드러나는 재치와 유머, 창의력 때문이에요. 추상파, 사실파, 유머파 등 다양한 스타일이 나오는 가운데 급기야 경쟁 음료 브랜드의 캐릭터들을 그려 제출하기 시작했습니다. 미쉐빙청의 설왕, 루이싱 커피의 작은 사슴, 이뎬뎬의 로고처럼요.

other brand's logo in Heytea DIY Sticker
©︎샤오홍슈 Redcircle

여기다 헤이티의 심사 프로세스는 고객들의 대담함을 더 자극했습니다. 사람들이 일단 스티커 그림을 완성하고 나면 헤이티가 심사 절차를 진행하는데요. 기계 심사의 메커니즘과 기준이 불명확하다보니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심사 통과 공략법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성공 꿀팁 등이 공유되면서 ‘도전’이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됐죠.

급기야 파생 경제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SNS에서는 약 5~15위안(약 1~3천 원)을 받고 원하는 그림을 대신 그려주거나, 심사 통과에 관한 직접적인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브랜드의 완벽한 패키지보다 자신의 손길이 닿은 패키지에 더 애정을 느끼기에 가능한 일이에요.

미쉐빙청, 캐릭터에 옷 입혀줄 사람 찾아요

고객을 능동적인 공동 창작자로 만든 브랜드가 또 있습니다. 저가 밀크티로 유명한 미쉐빙청(蜜雪冰城)이에요. 미쉐빙청은 올해 제 6회 '천의 얼굴 설왕 컵' 창의력 대회를 열었습니다. 음료 1잔을 구매하면 미쉐빙청의 캐릭터 설왕을 꾸밀 수 있는 그림 종이를 증정해요. 각자 원하는 방식으로 캐릭터를 꾸밀 수 있습니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고요.

customer DIY version mixue snowking character
©︎미쉐빙청 웨이보

미쉐빙청이 이 대회를 처음 연 것은 2021년입니다. 캐릭터 IP를 재창작해달라고 오래전부터 고객을 장려한 거죠. 우승자들은 수만 위안의 상금을 서로 나눠 갖게 되고, 우승자의 캐릭터는 한정판 컵 스티커로 제작되어 전국 매장에 배포되기도 합니다.

작년 대회에는 총 10만 건 이상이 접수됐습니다. 관련 주제는 소셜미디어에서 노출 1억 건을 돌파했어요. 사람들은 설왕에게 중국식 의복을 입히기도 하고, 배에 식스팩을 그려주기도 했어요. 늘 웃고 있던 설왕이 흑화해버린 버전도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꾸며준 설왕의 모습은 오리지널보다 훨씬 생동감이 넘치고 매력적입니다.

오늘날 설왕이라는 캐릭터가 밀크티 업계에서 가장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는 건 이 대회의 덕이 큽니다. 굳이 거액을 들여 캐릭터 IP를 홍보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스스로 설왕을 꾸미며 홍보를 대신했어요. 사람은 손이 많이 간 것에 더 큰 애정을 느끼는 법입니다. 미쉐빙청의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커져갈 수밖에 없어요.

고객이 크리에이티브를 완성하는 시대

고객들이 그려준 그림과 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온기와 인간미가 느껴진다는 거예요. 디자이너가 보정을 해 준 것도, 비율을 조정해 준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뇌리에 남는 이유입니다. 헤이티는 이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해요. 올해 10월에는 시그니처 메뉴인 다육포도(多肉葡萄)의 판매컵에 과수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다섯 살짜리 딸이 그린 포도 낙서를 그대로 실었거든요. 냉장고 자석 굿즈로도 출시했고요.

heytea grape beverage
©︎헤이티 웨이보

상업적인 느낌을 덜어낸 컵 스티커와 냉장고 자석은 출시되자마자 불티나게 팔려나갔습니다. 전국의 많은 매장이 출시 당일 오후에 품절을 선언했어요. AI가 몇 초면 그럴듯한 그림을 그려주는 시대지만, 정작 감정을 자극한 건 인간다움이 느껴지는 제품이었던 거예요.

heytea new style tea by inspiration cup
©︎샤오홍슈 大脸子
"영감에서 탄생한 새로운 스타일의 차"
(new style tea, by inspiration)

헤이티의 컵 밑바닥에 작게 새겨져 있는 문구입니다. 이제 헤이티는 영감의 영역은 고객에게 믿고 맡기려는 것 같아요. 소비자가 그 누구보다 반짝거리는 재치와 인간미를 지닌 데다가, 그 과정에서 브랜드와의 연대까지 강해지니까요.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끼어들 수 있는 여백’에서 브랜드를 향한 애정이 싹트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