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푸티에티에 | 불안의 시대, 행운과 복에 지갑을 여는 젊은 세대

베이징의 티베트 불교 사원 옹화궁에 갔다가 진풍경을 봤습니다. 사원에 그렇게나 많은 젊은이들이 있을 줄 몰랐어요. 오늘은 행운과 행복에 매달리는 중국의 젊은 세대와, 여기서 비롯된 아트토이 브랜드 '푸푸티에티에(Fufutietie)'를 만나봅니다.

푸푸티에티에 | 불안의 시대, 행운과 복에 지갑을 여는 젊은 세대

베이징에 위치한 가장 큰 티베트 불교 사원 옹화궁(雍和宫)에 가면 아침부터 기이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오전 9시에 문을 열기도 전부터 사람들이 길게 줄을 늘어서 있어요. 열정적으로 줄을 서는 건 기도를 하려는 어르신이 아니라 2030세대입니다. 이들이 옹화궁을 찾아온 이유는 따로 있어요.

중국 베이징 소재 옹화궁

목차

  • 중국 2030세대가 사찰에 빠진 이유
  • 복을 소장하게 해 주는 아트토이의 등장
  • ‘마음의 안전장치’를 산다는 것

중국 2030세대가 사찰에 빠진 이유

옹화궁에 들어선 2030세대들은 법물유통처(法物流通处)로 향합니다. 법물유통처는 불교에서 수행에 쓰이는 도구나 팔찌, 불상 등을 판매하는 곳이에요. 쉽게 말해 ‘사찰 공인 상품을 판매하는 공식 장소’죠.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찾는 건 바로 향재 유리 팔찌입니다. 옹화궁에서 태운 향의 재를 섞어 만든 것으로, 사찰의 기운이 담겨 있어 특히 영험하다고 알려져 있죠.

옹화궁 향재 유리 팔찌
©︎샤오홍슈 北京二姐

향재 유리 팔찌는 색상마다 재물, 사업, 건강, 학업, 인연 등 서로 다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지금 가장 간절하게 바라는 운을 지닌 팔찌를 구매하죠. 팔찌는 오직 옹화궁에서만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있어요. 안 그래도 구하기 힘든 데 중국 연예인들이 착용한 모습이 온라인에서 확산되며 더욱 경쟁이 뜨거워졌죠. 중국 SNS 샤오홍슈에는 매일 옹화궁의 대기 상황을 알려주는 계정도 있고, 급기야 구매 대행 서비스까지 생겨났습니다.

비싼 제품의 가격은 890위안(약 17만 8천 원)이나 합니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어렵게 팔찌를 구입한 이들은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고, 유리 팔찌를 애지중지 차고 다녀요. 이토록 열성적인 모습은 마치 종교에 심취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데요. 이를 단순히 종교적인 신념으로만 보아선 안돼요. 그렇다고 잠깐 지나가는 단발성 유행도 아니죠. 젊은 세대는 이미 몇년 전부터 ‘행복과 행운’을 위해 사찰을 찾기 시작했어요.

젊은 세대가 자발적으로 사찰을 찾는 건 심리적인 위안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절을 하고 향을 피우며 평소 갖고 있던 고민거리나 불안감 등을 털어 놓고, 행운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거예요. 사찰에서 판매하는 장신구를 구매하기도 합니다. 팔찌 같은 상품은 미적으로도 아름다운 데다 차고 있으면 운이 좋아진다고 하니 안 살 이유가 없죠. 사찰 경제가 해마다 성장하는 이유입니다.

스스로 노력해서 행복과 운을 쟁취하면 될 텐데, 왜 이렇게까지 사찰에 의지하는지 궁금한 분들도 있으실 거예요. 하지만 지금 중국의 젊은 세대에게는 자신의 노력만으로 안되는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불안정한 경제 상황과 치솟는 청년 실업률, 미래를 예측하기조차 어려운 사회 변동성은 모두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이에요. 그렇다 보니 복과 운에 매달리면서 잠시라도 위안을 얻는 거죠.

복을 소장하게 해 주는 아트토이의 등장

이렇게 복을 기원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를 ‘기복 경제’라 부르는데요. 흥미로운 건 중국의 기복 경제가 사찰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최근 중국 쇼핑몰을 둘러보다 보면 재물의 신을 모셔 놓은 ‘재신전’을 종종 볼 수 있어요. 사람들은 금빛으로 꾸며 놓은 공간에서 사진도 찍고 액세서리와 장식품 등을 구매하며 재물운이 좋아지기를 꿈꾸죠. 공신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에게 중요한 건 물건이 ‘좋은 의미’를 담고 있다는 점이에요.

특히 기복 문화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가 있으니, 바로 ‘푸푸티에티에(福福贴贴)’입니다. 푸푸티에티에는 불교, 신화, 자연, 십이지신과 같은 전통 문화를 아트토이에 결합해 현대적인 감성으로 풀어냈어요. 중국 기복 문화가 지닌 역사와 아름다움을 전달합니다.

푸푸티에티에(FuFutietie) 매장 사진
©︎福福贴贴

현재까지 출시된 제품 수는 약 300종. 모든 제품에는 긍정적인 의미와 축복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어요.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는 항해하는 사람들을 수호하는 여신으로 알려진 ‘마조’, 깨달음에 이르는 지혜를 상징하는 ‘혜근’, 재물신을 표현한 ‘오로재신’, 월별 수호신 시리즈 등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들을 블라인드 박스 형태로 판매하고 있어요.

푸푸티에티에 (FuFutietie) 제품들
©︎福福贴贴

중국 문화유산을 모티브로 삼아 IP 상품으로 개발하다 보니, 칭하이 티베트문화박물관, 하이난박물관, 선전 오페라하우스 등 100여 곳의 사찰, 박물관 등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상하이 예원, 동방명주, 그리고 공자묘, 소림사 등 문화 관광지에 입점해 있고, 상하이 박물관에서도 구매할 수 있죠. 복을 비는 행위에 애국 소비주의 열풍 ‘궈차오’까지 결합시키며 새로운 포지셔닝을 선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마음의 안전장치’를 산다는 것

통제 불가능한 것들이 늘어가는 시대에 행운은 얻고, 불행은 피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는가 봅니다. 상하이에서 시작한 푸푸티에티에는 타이베이, 방콕, 싱가포르 등 동아시아 각지에서 인기를 얻으며, ‘행운을 부르는 아트 컬렉션’으로 주목 받고 있어요. 12월에는 일본에 첫 상륙해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죠.

물론 기도를 하거나 좋은 운을 지닌 물건을 산다고 해서 갑작스레 인생이 좋은 쪽으로 뒤바뀌지는 않을 거예요.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기에 사람들이 더 간절히 바라는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우리가 살면서 ‘마음의 안전장치’ 하나 정도 마련해 둔다면 조금이나마 자신감을 갖고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누군가 행운과 복을 반드시 가져다줄 거라는 걸 알고 있다면 어떤 일이든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테니까요. 몇 시간씩 사찰 앞에서 줄을 서고 있는 중국의 젊은 세대를 이해하게 되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