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링고 | 듀오링고 캐릭터는 어쩌다 메이퇀 배달 기사가 됐을까?
올 3월, 어학 앱 듀오링고의 마스코트 '두어'가 던진 한 장의 사직서는 중국 직장인의 속을 여러모로 시원하게 만들었습니다. 더불어 그의 가치를 아는 모든 브랜드들이 달려 들어 우리 회사로 오라고 제안했죠. 며칠 뒤, 두어는 '메이퇀'의 배달 기사가 되어 나타납니다.
한동안 일에 찌든 모습을 보여주던 듀오링고의 캐릭터 ‘두어(多儿)’가 퇴사했습니다. 과감한 사직서 한 장과 함께요. 그 안에는 '회사에 내가 있었던 건 너희의 영광이야', '인수인계는 협조 안 할 수도 있어' 등 평범한 직장인에게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퇴사 인사가 가득합니다.

듀오링고 대표님께.
안녕하세요!
입사 이래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점, 그리고 회사가 저에게 보여준 신뢰에 감사드립니다. 비록 제가 베푼 것이 더 많고, 회사 또한 저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겠지만요. 회사가 저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영광이었습니다.
지금은 제 날개가 튼튼해졌기에, 신중한 고민 끝에 더 이상 회사의 마스코트 직무를 맡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에 2026년 3월 11일부로 사직을 제출합니다. 이 기간 동안 저는 '배째라'식으로 행동할 수 있으며, 회사의 인수인계에 반드시 협조한다는 보장은 못 드립니다.
사직으로 인해 회사에 끼칠 불편함에 대해서는 현재 딱히 죄송한 마음이 들지 않네요. 회사가 다음 '판매왕'을 찾을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사장님과 동료분들 모두 미소를 잃지 마시고 계속 힘내세요~
퇴직자: 두어 2026년 3월 11일
속으로만 하던 말을 대신 해준 이 초록 새에게 직장인들이 열광합니다. 댓글창은 순식간에 채용 박람회가 됐어요. 수십 개의 브랜드 계정이 몰려와 입사 제안을 던졌죠. 사원증까지 만들어온 곳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 두어의 새 직장이 공개됩니다. 배달 플랫폼 ‘메이퇀(Meituan)’의 배달 기사였어요.
사실 이 퇴사 소동은 처음부터 끝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듀오링고와 메이퇀의 콜라보를 위한 빌드업이었거든요. 눈치 빠른 네티즌 중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미리 눈치챈 사람도 있었습니다. 듀오링고 앱에서 두어가 배달 헬멧을 쓰고 전기 스쿠터를 타는 모습을 발견했어요. 그런데 이걸 알고 나서도 기분이 나쁘기는 커녕 재밌기만 합니다. 왜일까요?

보통 브랜드 협업은 이렇게 공개됩니다. ‘A 브랜드와 B 브랜드가 콜라보했습니다. 한정판 굿즈를 구매하세요.’라는 식이죠. 선 발표 후에 콘텐츠가 따라옵니다. 그런데 두어는 이를 반대로 합니다. 협업을 숨기고 ‘사건’을 먼저 만들어요. 퇴사 예고, 과감한 사직서, 구직 활동, 브랜드들의 입사 제안 쟁탈전, 목격담, 마침내 입사 공개까지 협업 발표가 몇 주에 걸친 드라마가 됩니다. 사람들은 어느새 자신이 광고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요. 대신 구경꾼이 되죠. 자발적으로 밈을 만들고, 다음 전개를 추측하고, 친구에게 공유합니다.
이 서사가 폭발적으로 퍼진 건 재미 때문만이 아닙니다. 소동이 벌어진 건 중국의 '금삼은사(金三银四)' 시즌이었습니다. 금 같은 3월과 은 같은 4월이라는 의미로, 1년 중 이직과 취업이 가장 활발한 시기죠. 봄 채용 시즌에 이력서를 넣고 있는 사람, 매일 아침 눈 뜨면 그냥 다 때려치우고 싶은 사람, 이직을 고민하지만 결론이 안 나는 사람들이 두어의 퇴사 여정을 보며 스스로를 대입합니다.
게다가 이번 협업은 꽤 영리하게 설계됐어요. 듀오링고는 짧게, 자주 공부하게 만드는 어학 앱이고 메이퇀은 하루에도 몇 번씩 들어가는 생활 플랫폼이니 '짧은 시간 단위로 자주 쓰는 서비스'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요. 함께 제작한 영상을 보면 배달 기사가 된 두어가 가는 곳마다 공부를 압박합니다. ‘배달 주문할 시간은 있으면서, 공부할 시간은 없냐?’는 거죠. 결국 배달을 기다리는 시간을 언어를 공부하는 시간으로 유도합니다.
일상의 빈 시간을 학습으로 연결하는 구조를 만드니 두 브랜드의 만남이 자연스럽게 맞물려요. 메이퇀은 멤버십 혜택도 따로 준비합니다. 실버 이상 회원이 앱에서 전용 암호 ‘abandon’을 검색하고 포인트를 적립하면, 듀오링고 슈퍼 월간 이용권을 무료로 받을 수 있어요.

두어는 마스코트가 아니라 캐릭터입니다. 아이돌을 사랑하고, 일하기 싫어하고, 분을 못 참고, 뻔뻔하게 굴어요. 완벽하지 않고, 예측 불가능하고, 그래서 살아있는 것 같죠. 좋은 캐릭터는 브랜드보다 오래 살아남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캐릭터는 어떤 이야기 안에 들어가도 자연스러워요. 결혼을 하든, 퇴사를 하든, 배달 기사가 되든. 사람들이 두어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는 이유가 거기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