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9 감기약 | 사회성 좋은 브랜드가 돈 한 푼 안 쓰고 타사 광고 모델을 사용하는 법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톱 스타를 광고 모델로 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999 감기약이 그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999 감기약 | 사회성 좋은 브랜드가 돈 한 푼 안 쓰고 타사 광고 모델을 사용하는 법
©DIGITALING

만약 MBTI 검사를 받는다면 이 브랜드는 무조건 E(외향형)가 나올 거예요. 친화력과 오지랖이 보통이 아니거든요. 물론 브랜드의 일이라는 게 대중에게 말을 거는 거라지만 이 브랜드는 차원을 뛰어넘습니다. 옆 광고판 모델한테까지 말을 걸 정도니까요. 상상을 뛰어넘는 사회성으로 또 한번 화제가 된 ‘999 감기약’ 이야기입니다.

최근 999 감기약은 거리 곳곳에 광고판을 설치합니다. 설치 장소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근처에 톱스타들이 등장하는 타사의 광고판이 있다는 거였죠. 999 감기약은 남의 광고판에 대고 미친듯이 말을 걸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 한번 볼게요.

999감기약이 지하철에 설치한 광고판. 옆 타사 광고 모델에게 말을 거는 중.
©샤오홍슈 创意太上头
옆에 계신 트렌드세터님, 겨울이 왔네요.
남들은 당신이 쿨한지 보지만, 저는 당신이 내복을 챙겨입었는지 봅니다.

999 감기약이 알려드립니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더 입으세요.

999감기약이 길거리에 설치한 광고판. 옆 타사 광고 모델에게 말을 거는 중.
©DIGITALING
옆 광고판의 잘생긴 분.
스마트폰으로 겨울 풍경을 담는 것도 좋지만 옷은 좀 더 껴입으셔야겠어요.

©DIGITALING
맞은편 남신님.
부드러운 별빛이 꼭 감동을 주는 건 아니에요. 감기를 주기도 하죠.

999감기약이 길거리에 설치한 광고판. 옆 타사 광고 모델에게 말을 거는 중.
©DIGITALING
옆 광고판의 잘생긴 분, 웃지도 않고 정말 고고하시네요.
내복을 안 입으셔서 정말 추워 보여요. 날씨가 추우니 외투 하나 더 챙겨 입으세요.

999감기약이 길거리에 설치한 광고판. 옆 타사 광고 모델에게 말을 거는 중.
©DIGITALING
옆 광고판의 상큼한 분. 추운 겨울 속에서 당신은 따뜻함 그 자체예요.
자신을 위해 외투 하나 더 챙겨 입으세요. 당신의 따뜻함은 보호받아야 하니까요.

999감기약이 엘리베이터 안에 설치한 광고판. 옆 타사 광고 모델에게 말을 거는 중.
©DIGITALING
옆 동네 광고판의 미녀분.
괜찮
요? 겨울이니까, 별일 없어도 따뜻하게 입으세요.

999 감기약은 옆 광고판 속의 톱 모델인 샤오잔, 이양첸시, 주걸륜, 천쿤 등에게 옷을 더 챙겨입으라고 말합니다. 보통 광고 속 모델의 옷 차림은 실제 계절에 역행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한겨울에도 옷을 가볍게 입은 모델들에게 잔소리를 한 거예요. 이처럼 999 감기약은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타는 영리한 방식으로 돈 한푼 안 쓰고 타사의 광고 모델을 활용합니다.

심지어 실존 인물뿐만 아니라 KFC 할아버지에게도 말을 겁니다. 날씨가 추우니 모자 좀 쓰시라는 거였죠. 버스 정류장, 쇼핑몰, 길거리, 지하철 등에 설치된 광고판을 보면 여기저기 말을 걸어대는 999 감기약의 사회성에 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999감기약이 쇼핑몰에 설치한 광고판. 아래에 있는 KFC 할아버지에게 말을 거는 모습.
©DIGITALING
아래층 흰 수염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갓 튀겨낸 뜨거운 즐거움을 책임진다면, 저희는 할아버지에게 겨울이 왔다는 걸 상기시켜 드릴게요. 자신을 위해 모자 쓰는 것 잊지 마세요.

모든 광고판의 하단에는 ‘999 감기약이 알려드립니다. 날씨가 추우니 옷을 더 입으세요.’라는 공통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예방’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999 감기약의 철학을 보여주죠. 브랜드는 이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따뜻하면서도 진정성 넘치는 이미지를 강화해 나가는 중입니다.

최근 중국에서는 999 감기약처럼 남의 광고에 얹혀 가는 전략이 자주 목격되고 있어요. 칵테일 음료 브랜드 리오(RIO)도 맥주, 전통 명주 브랜드의 광고판 옆에 붙어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밀었죠. 글로벌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百威, Budweiser)가 비즈니스맨들을 겨냥해 성공의 맛을 강조할 때, 젊고 산뜻한 이미지를 추구하는 리오는 옆에서 이렇게 받아칩니다.

칵테일 음료 브랜드 리오(RIO)가 버드와이저 광고 근처에서 말을 거는 모습
©샤오홍슈 如常
버드와이저 "버드와이저와 함께라면, 부를 향한 희망(奔头)이 보입니다"
리오 “내년의 희망보다는, 지금 당장의 단맛(甜头)이 낫지"

또 중국 8대 명주 검남춘(剑南春)이 장인 정신을 강조하며 엄격한 술자리 문화를 연상시킬 때, 리오는 그 옆에서 보란듯 이렇게 외쳐요.

칵테일 음료 브랜드 리오(RIO)가 명주 브랜드 검남춘 근처에서 말을 거는 모습
©샤오홍슈 啊啊啊啊啊小姐
검남춘 “수석 마스터가 장인 정신으로 빚어낸 작품.”
리오 “건배할 때 누가 더 잔을 낮게 들었는지 따지지 않을래요. 저는 어린이들 테이블로 갑니다.”

중국의 전통 술자리에서는 상대보다 내 잔을 낮춰서 건배하는 게 존경을 나타내는 하나의 예절입니다. 가벼우면서도 달콤한 휴식을 내세우는 리오는 권위적인 술자리 예절에 지친 젊은 세대의 공감을 끌어냈어요. 비즈니스 사교 현장에서의 진중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싫어하는 청년들에게 '혼자 조용히 마시는 즐거움'을 강조하며 자사의 강점을 어필한 거죠.

광고는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만큼이나 어디에서 이야기를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999 감기약과 리오는 모두 타사의 광고판 옆에 서서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더 큰 임팩트로 전하고 있어요. 대중들은 그 안에 담긴 재치와 기발함을 보면서 다시 한번 브랜드의 정체성을 되새깁니다. 눈 돌릴 곳이 도처에 널린 세상에서 브랜드들은 ‘얹혀가기’ 전략을 활용하는 이유예요. 여러분의 브랜드는 누구의 광고판 옆에 서면 좋을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